모로코에선 뭘 먹지?
우리의 생각을 알아차렸을까. 이마드는 셰프샤우엔에서 먹을만한 곳들이라며 몇 군데를 추천해줬다.
탕헤르에서 셰프샤우엔까지 오면서 많이 힘들어 편히 먹고 싶다면 이탈리안 음식점을.
그래도 모로코인데... 모로코 전통 음식을 먹고 싶다면 모로칸 음식점을.
그리고 간단히 배를 채울 수 있는 곳까지...
원하는 대로 가라며 지도에 표시해서 알려주었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불안했는지 우리를 따라 나와 길까지 안내해준 친절한 이마드~ 덕분에 모로코를 조금 더 알아간다.
-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 이슬람에서는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그럼 정말 모로코에선 뭘 먹을까?
뚝배기 육개장? No, 타진(Tajine) : 밥 수르 레스토랑(Restaurant Beldi Bab Ssour)
지리적 아프리카 모로코, 문화적 유럽 모로코! 내가 느낀 모로코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모로칸 음식은 아랍 음식과 지중해 음식의 어울림이 절묘한 곳이다.
이마드가 가르쳐준 밥수르(Beldi Bab Ssour)는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였다. 모로코 전통 음식 중 하나인 '타진'을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서 타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곳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모로코에선 식전 빵을 제공해주는 곳이 많다. 심지어 무료~ 밥 수르에서도 음식을 주문하기 전부터 식전 빵을 내준다. 빵의 크기가 어찌나 큰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너무 많이 먹으면 본식을 먹을 수 없으니 많이 먹지 않기를...
타진은 우리나라 뚝배기 같은 그릇에 육류와 채소를 넣어 탕? 찜? 처럼 만든 요리다. 감자, 완두콩, 당근, 양파 등 채소가 어우러지고, 식당에 따라 자박자박한 국물이 있는 경우도 있어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로칸이나 유럽 사람들은 양고기를 주로 먹지만 양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아 닭고기가 들어간 타진과 소고기가 들어간 타진을 주로 먹었다.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가지만 느낌은 꼭 갈비찜 같기도 하고 육개장 같기도 하다.
타진은 이렇게 타진 냄비에 담겨져 나와야 제 맛이다. 우리네 뚝배기 그릇하고 아주 흡사해서 거부감이 그리 크진 않았다. 페스에 가서 모로칸 음식을 먹어본 후 이곳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셰프샤우엔에선 밥 수르가 진리다.
밥 수르는 음식 맛도 좋지만 기존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이라 방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놓은 것도 매력 있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재치 있는 직원들도 호감도를 높여준다. 모로코에 오기 전, 모로코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굉장히 싫어해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셰프샤우엔에서 만난 사람들은 같이 사진 찍자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더 편안했던 것 같다. 전경을 보며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옥상 루프탑으로~
후식은 모로코식 커피 누스누스(Nousnous)로... 우유가 잔뜩 들어가 있어 저녁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쌀인가, 밀가루인가? 쿠스쿠스(Couscous)
타진이 모로코에서 제일 일상적인 전통음식인 줄 알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쿠스쿠스'란다.
쿠스쿠스에도 다양한 채소들이 들어가는데 인상적인 것은 쌀을 빻아놓은 것인지, 밀가루를 작게 뭉친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밥(?)이 들어있다는 거다. 식감은 찐 밥 같기도 하고, 때론 덜 익은 밥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묘한 음식이다.
페스(Fes)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게이트(Blue Gate)에 갔다가 눈에 띄는 건물이 있어 들어갔다. 블루게이트와 메디나의 시작점을 내려다 보기에 가장 좋은 위치인 듯 보여 두번 생각하지 않고 들렀던 곳이다. 물론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지만... ^^;
라 카스바(La Kasbah de fes) 루프탑에선 생각처럼 블루게이트와 메디나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왁자지껄한 시장 상인들과 한 가득 웃음을 머금고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니까.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일단 셰프샤우엔과 다르게 직원들도 불친절했고, 테이블이나 주변이 그리 깨끗한 식당은 아녔다. 쿠스쿠스가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식당은 아녔다. 누군가 음주가 금지된 모로코에서 외국인들에게 맥주를 판매하는 곳으로 이곳을 소개했는데 사실이 아녔다. 맥주에 대해 물었을 때 약간의 비웃음까지 느껴졌다. 난 본 것에 대해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모로코에선 생각보다 먹는 것 때문에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모로칸 음식이 힘들어질 때쯤엔 파스타나 치아바타, 샌드위치 같은 것들도 먹을만하니까. 어찌 됐건 현지 음식은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하는 것. 그렇게 본다면 셰프샤우엔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서쪽 마을 이야기(Europe) > 모로코(Morocc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쉐프샤우엔 마을 산책 (0) | 2022.08.08 |
---|---|
모로코 셰프샤우엔 No.1 여행코스, 전망대 & 모스크(Mosque Bouzaafar) (2) | 2019.08.27 |
내 마음을 사로잡은 셰프샤우엔 숙소, 까사 사빌라(Casa Sabila) (2) | 2019.08.14 |
하늘 아래 모든 파랑이 모인 곳, 셰프샤우엔 (0) | 2019.08.07 |
나의 첫 아프리카, 모로코 여행의 시작 (0) | 2019.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