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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모로코(Morocco)

내 마음을 사로잡은 셰프샤우엔 숙소, 까사 사빌라(Casa Sab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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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불렀던 노래 가운데 이런 가사가 있었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로 시작해 꿈과 사랑이 가득하고, 천사들이 살고, 울타리가 없는 그런 나라...

내가 그 맘때 이곳 셰프샤우엔을 알았다면 '저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셰프샤우엔의 푸른빛을 그대로 담은 하룻밤 우리 집, 까사 사빌라(Casa Sabila)는 여러모로 내 맘에 꼭 드는 숙소였다.

 

마을 어귀에서 한참을 걸어오며 '내가 숙소를 잘못 잡은 건가?'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까사 사빌라에 도착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최고의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은 안타깝지만 언제나 평면이다. 셰프샤우엔에서 숙소를 찾을 때 중요한 조건으로 1순위는 메디나에 가까운 곳, 다음으로 산과 가까운 곳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입구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사실, 나중에 알았지만 택시로 숙소 근처까지 충분히 올 수 있었다. ㅠ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숙소를 찾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체크인을 하는 것이었으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옥상 테라스로 우릴 안내한다. 편안히 잠시만 쉬고 있으라며 사라지더니 금세 이렇게 멋진 웰컴 티를 대접한다. 세상에... 아랍의 환영인사를 받으니 '정말 모로코에 왔구나'하는 실감이 난다. 마치 묘기하듯 차를 따르는 모습에 나도 따라해봤지만 보는 것처럼 쉽지 않다. 그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이다. 아까운 민트차만 쏟았다.

 

따뜻한 민트차 한잔을 들이키며 바라본 주변 풍경이 세상 시원스럽다. 저 멀리 모스크 부자파(Mosquee Bouzaafar)도 작게나마 보인다. 셰프샤우엔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한 곳이라 이곳 여행에선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방에서 문만 열고 나오면 이런 풍경을 품은 테라스가 코 앞이다.

 

잠시 땀을 식힌 뒤 우리의 안식처를 소개받았다.

까사 사빌라는 3층 건물에 총 5개의 룸을 가진 작은 숙박시설이다. 흔히 말하는 Dar, Riad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모로코 전통양식을 엿볼 수 있는 숙소였다. 방은 모로코 전통 문양이 들어간 가구와 장식품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개별 화장실도 있어 이용하는데 아주 편리했다. 에어컨, 드라이기, TV 등 필요한 용품 역시 모두 구비되어 있다. 아! 냉장고는 없었지만 별로 필요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런 세심한 물건 하나가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준다. 아주 이국적이다.

 

욕실도 생각보다 컸고, 따뜻한 물도 펑펑~ 쏟아져 나왔다. 모로코 사람들의 곡선을 만드는 재주가 상상 이상이다. 모든 건물의 아치와 창틀, 장식은 곡선으로 만들어졌는데 무지 아름답다.

 

방에서 가장 맘에 드는 아이템 창문!

이 창을 통해 골목을 오가는 모로코인들을 볼 수 있고, 아잔을 알리는 기도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묘한 창이다.

 

1층 로비에 있는 벽난로는 저녁엔 꽤 유용하다. 피곤하지 않았다면 여기 앉아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 모로코에서 숙소를 찾는다면...

 

모로코에는 일반 호텔과 호스텔도 있지만 여행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리야드(Riad)나 다르(Dar)와 같은 전통양식의 숙소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리야드나 다르가 비슷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전통가옥을 '다르(Dar)'라고 하고, 다르를 현대식으로 고친 것을 '리야드(Riad)'라고 한단다. 리야드가 조금 더 고급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가격을 봤을 때). 중정을 중심으로 층이 나눠져 있고, 타일 장식이 되어 있으며 고급형 숙소에는 중정이 수영장, 분수, 연못 등으로 꾸며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숙소에서 조식은 포함되어 있다.

 


사진 찍을 때마다 훅~ 들어오는 이마드(Imad, 풀네임이 너무 어려워서.)

까사 사빌라가 맘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마드 덕분이다. 늘 웃는 표정으로 언제나 친절하게, 배려있게 대해줘서 짧은 시간 정말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맛집을 알려주고, 길을 가르쳐 주고, 택시를 잡아주고, 가방을 들어주고, 프랑스어 메일을 통역해주고, 즐겁게 맞아주고.... 어떤 면에서 숙소 매니저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만 언제나 웃음을 머금고 편안한 톤과 태도로 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도 하니까(모로코의 다른 도시를 다녀보고 이마드에 대한 호감 더욱 상승했다). 덕분에 모로코 친구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마드가 알려준 대로 아잔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기도하는 소리(노래?)까지...

전날 이마드는 아침에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자신과 호텔 사람들이 짧은 기도를 드릴거라고 알려주었다. 궁금했지만 그들의 장엄한 시간이니 방해하지 않는 걸로...

 

그리고는 이렇게 아침 식사가 세팅되어 있었다. 

 

빵과 달걀후라이 등으로 이루어진 아침식사. 모로코 전통식이라기엔 너무 서양식이다. 모로코는 빵이 맛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가격은 무지 착하다. 모로코 여행에서 가장 멋있는 아침식사를 이곳 까사에서 대접받았으니 사빌라를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1박이 아쉽기만 하다.

 

▶ 까사 사빌라 홈페이지: http://www.sabil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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