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 2터미널은 처음이다. 새로 만든 터미널인 만큼 혁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한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인만큼 그 속도는 인천공항에서 제일 빠르게 반영될테지. 역시.. 공항은 언제와도 재미난 것 투성이다.
한국에서 모로코로 가는 직항이 없어 유럽 어딘가에서 환승하는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모로코에서 가장 가까운 스페인으로 가서 모로코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올해(2019년)부터 이전에 쌓았던 마일리지가 소멸되는지라 이것저것 모아 동생과 함께 마드리드로 향했다.
인천-마드리드 노선 대한항공은 보잉 787기종이 운항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탄 항공기종 중 가장 최신형으로 보였다. 일단 창이 상당히 커졌고, 블라인드도 버튼형으로 투명도가 조절되는데 눈부심이 없으면서도 밖을 바라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공간도 좀 넓어진 것 같고, 모니터 화면도 커진 것 같아 쾌적하다는 느낌이 크게 든다. 기내 습도와 소음도 개선되었다는데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인천에서 마드리드까지는 대한항공, 마드리드에서 탕헤르까진 유럽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Ryanair)로 이동했다. 모로코로의 이동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루트는 스페인 타리파(Tarifa)에서 배를 타고 탕헤르(Tangier)로 이동(1시간 30분)하거나, 유럽이나 아랍지역에서 카사블랑카(Casablanca), 마라케시(Marrakesh) 등으로 입국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정이 짧아 마드리드에서 탕헤르를 비행기로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모로코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사하라 사막이었으나 더 중요한 일정이 있었기에 사하라 투어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드디어 도착한 탕헤르의 이븐 바투타 공항(Aeroport Ibn Battutah).
그 옛날 중국까지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남긴 이븐 바투타의 생가가 탕헤르에 있어 이름이 이븐 바투타 공항인가 보다. 국제공항인데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세차게 불어대는 사막 바람과 매마른 공기가 아프리카에 당도했음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이 예술이다. 활주로를 건너 바로 내렸기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항에서 원하는 곳으로의 이동은 대체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공항 내부로 들어오자 탕헤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지역과 비용이 안내되고 있다. 모로코의 택시는 '사전 흥정'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흥정 기술이 꽤나 중요하지만 공항에서의 이동은 일반적으로 제시된 가격에 따라 지불한다. 아랍어로 된 표지판을 보니 진짜 아프리카구나 싶다.
우리는 탕헤르를 패스하고, 셰프샤우엔(Chefchaouen)으로 바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이미 셰프샤우엔행 버스는 떠나버린 시간이라 택시로 이동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한산한 공항 모습에 조금 놀랐고, 택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다행히 우리를 태워줄 택시를 찾았는데 크기도 크고, 깨끗해서 참 좋았다.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더 늦게 되면 한 밤에야 도착할 것 같아 아쉽지만 둘이서 그냥 출발한다.
2월이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모로코는 따뜻하고 쾌적한 날씨를 보였다. 곳곳에 들꽃도 피어있고,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마을들은 모로코를 처음 찾은 내 눈을 잠시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덕분에 짧지 않은 셰프샤우엔으로의 이동이 한결 쉬웠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저 구름은 뭐지?
#탕헤르에서 셰프샤우엔까지는 택시로 3시간여 걸리지만 능숙한 기사 아저씨 덕분에 2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셰프샤우엔.
셰프샤우엔은 마을 전체가 흰색과 푸른색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저 멀리서부터 푸른 마을만 주구장창 찾고 있었는데 마을 초입은 일반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사진으로 만났던 셰프샤우엔은 메디나로 불리는 구시가지 쪽인 듯하다.
택시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드문드문 푸른색으로 단장한 건물이 보인다. 저 푸른 건물은 아랍어로 쓰여 있어 잘 모르겠지만 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오가는 것을 보아 학교가 아닐까? 아니면 관공서? 그 흔한 영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택시를 내렸는데 또 다시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셰프샤우엔이 산 중턱에 형성된 마을이다 보니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된 경사가 꽤 많은데 그러다 보니 가방을 들어주고, 숙소까지 안내해주겠다는 호객행위도 꽤 많다. 여자 둘은 그들 눈엔 아주 좋은 호객대상이었겠지.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따라오는 사람들이 줄줄이다. 처음엔 그냥 도와주고 싶다고 하지만 숙소까지 도착하면 약간의 수고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니 처음부터 1-2유로를 줄 생각하고 도움을 청하던가, 아니면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 좋다.
셰프샤우엔(Chefchaouen)
현지인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셰샤(우) 엔으로 들리기도 한다.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오래된 요새 마을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단다. 유럽에서 쫓겨온 유대인들이 신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로 푸른색을 칠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독립하면서 유대인들은 대부분 떠나고 모로칸이 남아 이곳을 유지하고 있다.
셰프샤우엔 메디나로 향하는 관문!
페스(Fes)와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처음 만났을 땐 꽤 설레었던 셰프샤우엔의 대문이다. 곧 숙소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성문을 들어섰으나 꼬불꼬불하게 얽혀있는 골목은 LTE급으로 좌절하게 만들었고, 오르막길도 적잖아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기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숙소를 미리 예약했다면 숙소 위치를 잘 파악하여 움직이는 게 좋을 듯하다. 택시는 마을 초입(대문쪽)과 중앙광장, 그리고 전망대 입구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숙소와 가까운 곳을 찾아 이용하면 된다. 보통 중앙광장 쪽이라면 어디든 가기 용이하다.
아! 모로코 셰프샤우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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