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제주의 색은 언제나 '푸름'이다. 그래서 곧 그리워질 제주의 푸름을 제대로 만끽해보려 했다.
숱한 제주의 볼거리 가운데 아직도 생소한 이름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오름을 가고 싶다는 한 친구와 함께 '아부오름'으로 향했다.
제주도에서 흔해 빠진게 오름인데 어째 한번도 오르지 못했는지.. 지금껏 나의 제주행은 여행이 아닌 관광이었나 보다.
아부오름은 '앞(압)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아버지 오름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아부오름의 특징이라면 산굼부리처럼 커다란 분화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오름 정상까지 350m, 완만한 경사덕분에 눈 깜짝할새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만한 곳이라 가족들이 찾기에 참 좋을 듯 하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른 곳에서 울룩불룩한 오름의 능선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아부오름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이곳에서 [이재수의 난]과 [연풍연가]가 촬영되었다고 하니 어쩜 나만 몰랐던 곳일지도 모르겠다.
아부오름 한바퀴는 1.5km정도 된다. 오름 자체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오가기엔 금상첨화다. 반정도 돌았을 무렵 나오는 숲터널에선 색다른 분위기가... 걷는 재미를 새삼 느끼게 해준 고마운 오름이다.
분화구는 아래로 깊이 움푹 패여있다. 심지어 올라오기 시작한 곳보다 더 깊다니 놀랍기만 하다. 키큰 삼나무가 원형으로 심겨져 있는데 일부러 심은 나무란다. 그 사이를 자세히 살피면 듬성듬성 풀을 뜯는 소떼가 보인다. 쟤네들은 저길 어떻게 들어갔을까... 오름을 넘었을까? 아님 아랫쪽에 터널과 같이 오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거닌다.
▶ 아부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64-1
한번 보면 결코 기억에서 잊을 수 없는 청아한 빛깔을 담고 있는 돈내코 계곡의 원앙폭포는 오랫동안 제주여행의 버킷리스트였다. 최근 몇 번의 제주행에서 가보지 못했기에 이번엔 기필코 다녀오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던 곳이다. 제주의 숨겨진 비경으로 유명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숨겨졌다'할 순 없지만 폭포를 만날 때까지 걷던 길은 그 끝이 폭포와 맞닿아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수풀이 우거진 곳이었다.
걸을수록 물과 물이 부딪히는 소리는 커져만 가는데 눈 앞에 폭포는 나오지 않고... 그러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계곡의 푸르름~ 말 그대로 비경 그 자체였다.
계곡이 하늘의 빛을 반사하며 내뿜는 빛깔은 형언할 수 없을만큼 푸르렀다. 그리고 꽤 깊어보이는 물 아래가 훤히 다 보일만큼 깨끗하다.
그럴 수 있는 것이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이곳까지 흘러오는데 온도가 낮다보니 깨끗함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단다.
이곳의 수온은 깜짝 놀랄만큼 차갑다. 순간 수영하는 사람들이 다시 보인다.
물이 너무 차가워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 폭포라 하지만 제주의 유명한 폭포들에 비해 규모도 작고 어찌보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앙폭포에 온 것이 후회되지 않은 것은 푸르른 물 빛이 내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주어서가 아닌가 싶다.
▶ 돈내코 원앙폭포: 서귀포시 돈내코로 137
계획에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던 금산공원을 찾게된 건 이번 여행에서 손꼽을만한 즐거움이었다. 어디를 가도 북적한 인파 속에서 제주를 여행하는 것인지, 사람을 여행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적잖았는데 금산공원에서만은 제대로 된 힐링여행을 할 수 있었다.
원시의 숲이라고 하면 금산공원이 그려질까.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만큼 짙은 녹음과 하늘과 땅을 구분지을 수 없을 만큼 가득한 초목들은 괜스레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놀랍게도 이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단다.
타잔이 탔을 법한 나무 덩쿨도 군데군데 가득하다. 한국에서 아바타를 촬영한다면 이곳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
금산공원은 난대림(열대와 온대식물이 공존)으로 겨울에도, 여름에도 13-14도를 유지한단다. 숲이 가진 힘이 이리 어마어마할 줄이야...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의 형태를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어서 산책로도 최대한 숲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길게 이어진 나무데크는 인공적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금산공원의 숲지키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예로 부터 선비들이 이곳을 찾아 시를 읊기도 하고, 이 지역의 복을 비는 제사도 이곳 포제청에서 지냈다. 그곳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참 인상적이었다. 올레 15코스에 포함되니 올레길을 걷는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큰 즐거움이 있었던 곳이니까...
자연의 소중함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 이런 숲들이 더 많이,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숲을 찾되,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숨쉴 수 있으면 좋겠다.
▶ 금산공원: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1457
'우리 마을 이야기(Korea) > 제주도(Jeju ls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제주 이호테우 해변 (2) | 2016.11.27 |
---|---|
감각의 손끝이 만들어낸 아기자기 제주 게스트하우스, 물고기 나무 (2) | 2016.11.07 |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만들어낸 제주 문화거리, 이중섭 미술관 & 이중섭 거리 (4) | 2016.09.25 |
산소방울이 톡톡 터지는 듯 상쾌한 제주도 사려니숲길 (6) | 2016.09.09 |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의 섬 우도, 지킬 수 있을까? (5) | 2014.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