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논란(?)속에서 빠지지 않는 대상이 '선생'과 '제자'의 관계이다. 얼마 전 매스컴을 들끓게 했던 소위 '인분교수' 또한 스승이라는 직위를 통해 학생을 핍박하고 억압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요즘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기원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에피소드를 담은 <천년의 침묵>은 "우리가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정말 피타고라스의 것일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사실 피타고라스라고 하면 직각 삼각형의 두 밑변과 나머지 한 변의 길이를 설명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전부인 내게 <천년의 침묵>은 피타고라스에 대한 놀라운 정보와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가미하여 새로운 즐거움을 던져주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그의 것이 아님을 이미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 단순히 수학자인줄로만 알았던 피타고라스가 철학자였고, 더 나아가 피타고라스교(敎)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한 종교의 신처럼 대우받길 원했고, 그랬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피타고라스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지켜야 할 덕목 3가지를 말하는 곳에서는 더욱 더 놀라웠다. "피타고라스의 제자가 되면 스승이 가진 방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 발견하는 연구 성과나 학설은 스승에게 위임해야 하고, 개인적인 발표는 절대 할 수 없다...."
요즘 학계의 세태와 어찌나 유사한지...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에 이런 점이 포함되어야 한다는게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소설이기에 "창작"임이 전제되어 있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점들이 적잖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고 싶은 욕구도 만만치 않았다.
미스테리서 인듯 역사서 인듯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던 재밌는 소설이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지식의 출처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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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제기되는 한, 그 분야는 살아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은 독립적인 발전이 멈추어 있음을 뜻한다.
(데이비드 힐베르트)
"스승님, 지금, 스승님께서 스승님을 진리 자체라고 하셨습니까? .... 진리는, 진리는... 그 자체일 뿐입니다. 스승님은 그것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주시는 분일 뿐입니다. ... 진리는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어느 누구와 동일시 될 수도 없는...."
"지식은 그 자체로서 빛날 때 참된 진가가 발휘되는 거라네. 권력의 손을 잡은 지식에선 악취가 나기 마련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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