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슬로베니아 / 김이듬
여행이 그리울 때, 그 그리움을 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책을 손에 든다.
사실 책을 보면 당장 떠날 수 없는 내 처지가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한 고비만 넘기고 나면 책 속에서 원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
최근 내 여행 그리움을 채워준 나라는 '슬로베니아'다.
슬로베니아란 나라...
이름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단 한마디도 이어갈 수 없을만큼 내겐 먼 나라였다.
그나마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와 조금 익숙해진 나라. 단지 그 정도였다.
시인이자 작가인 김이듬은 슬로베니아에서 여행과 일상이 공존하는 삶을 100일 가까이 살았다.
그 100여일 가까운 시간 동안 그녀의 사유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이름 때문이었을까?
'류불랴나'는 '사랑스럽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서문>부터 슬로베니아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고요하면서도 지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로베니아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슬로베니아를 글로 만나면서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넉넉함이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손수 농사지은 과일과 채소, 꿀, 와인을 차 트렁크에 실어나와 주차장에서 팔고 있는 아저씨,
1유로면 우유자판기에서 그날 아침에 짜온 신선한 우유를 살 수 있는 곳.
산책하듯 스키장에 갈 수 있는 나라.
지금도 여전히 긴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가스등을 켜는 도시.
뜨끈뜨끈한 온천이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곳.
이것만으로도 내가 슬로베니아로 향해야 할 이유는 족할 듯 하다.
"코페르가 이탈리아적 남성적인 느낌의 항구도시였던 반만 피란은 양성적이랄까?
조금 더 묘하고 비밀스러운 맛을 지닌 도시였다.
내게 비밀스럽다는 건 부자연스럽거나 은밀한게 아니라 뭘 강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녀에게 피란은 소금처럼 짭조름하면서도 초컬릿처럼 삽싸름한 곳이었다.
그럼 내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시인인 그녀는 한국시와 슬로베니아 시를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
모르는 시가 아는 시보다 훨씬 많았지만 묘하게 반복해서 읽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 이 책을 들고 슬로베니아로 향할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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