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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간사이(関西)

인공정원과 자연정원의 한판 겨루기, 교토 긴가쿠지(은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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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교토에서 봐야 할 것을 정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여행은 언제나 한계와 함께하지만, 그리고 그 한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용하겠다고 맘 먹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욕심은 커진다.

수 많은 볼거리들 사이에서 내가 선택한 곳은 흔히 은(銀)사찰이라 불리는 긴가쿠지였다. 금(金)사찰과 두 곳을 두고, 고민 끝에 이유없이 끌리는 이곳으로 그 이유를 찾아 떠났다.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봄도 아닌 어느 날, 긴가쿠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 보였다.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하늘마저 은빛으로 물들었다는 것?! 푸른 하늘이었다면 더 청량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테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남은 동백 몇 송이가 마음을 달래준다.

 

 

 

 

입장권이 인상적이다. 밋밋하고, 삭막한 컴퓨터 용지가 아니어서 좋았고, 판에 박힌 사진에 입장료가 적혀 있지 않아 맘에 든다.

첫 느낌이 신선하다~!

 

 

 

 

 

은각사라 불리는 사찰의 입구를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불상도, 절간도 아닌 세월의 흔적과 정성어린 손길이 녹아내린 고요한 정원의 풍경이었다. 긴가쿠지는 2개의 정원을 품고 있다. 자연이 만든 정원과 사람이 만든 정원... 대비적으로 보이는 두 정원의 풍경은 가히 놀라울만했다.

 

가레산스이(涸山水)라 불리는 일본식 정원은 몇 번 봤지만 이곳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곳은 처음이었다. 매일 은빛 모래를 고르고, 다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을까?

 

혹..시... 은각사의 은(銀)은 이 모래를 의미하는 건가?

 

 

 

 

내가 알고 있는 사찰의 형태는 대(大)전각을 중심에 두고 세상의 기운을 그곳으로 온전히 집중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긴가쿠지는 세상의 기운과 사람들의 관심 모두 이 모래밭으로 집중되는 듯 했다. 건물은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병풍 정도나 될까. 정말 은각사의 은(銀)이 모래로 굳어진다.

 

 

 

▲ 동구당(東求堂)

 

 

돌아와서 안 사실이지만 긴가쿠지는 처음부터 사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쇼군이었던 요시마사의 저택으로 지어진 곳이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킨가쿠지(금각사)를 만든 사람이고... 그러다보니 사찰의 느낌보다는 일반 주택의 느낌이 지금까지도 훨씬 더 강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요시마사가 죽고 난 뒤 사찰이 되었으니 어찌보면 주택보다 사찰로 더 오랫동안 사용된 셈이다. 그래도 주택의 느낌이 강한걸 보면 본래의 목적이 가진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나 보다.

 

동구당은 요시마사 전용 불당이었다고 한다.

 

 

 

 

가레산스이는 돌이나 모래로 모든 자연을 표현하는 것이다. 은빛 물길이 푸른 물길로 이어져 은각사 전체를 감싸고 있다.

 

 

 

 

▲ 향월대(向月臺)와 은각(銀閣)

 

 

동구당에서 바라보는 가레산스이 정원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모래산은 향월대(向月臺)로 처음에는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저 자리에 없으면 안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후지산이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럴 듯 하다.

 

긴가쿠지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동구당에 앉아 달빛을 받은 모래 정원과 관음전을 바라볼 때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문객들은 그 찬란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오후 5시면 문을 닫으니까.

 

 

 

 

 

긴가쿠지 입구를 들어서면 가레산스이 정원과 동구당, 관음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이 다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긴가쿠지의 진면목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긴가쿠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은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진짜 정원이었고, 그것은 사람의 손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신비로운 숲이 긴가쿠지에 펼쳐져 있었다. 푸른 이끼가 공기를 촉촉히 적시고, 거대한 나무의 푸른 잎은 청량한 공기를 뿜어냈다. 습기가 많은 일본에서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되다니... 이 숲이라면 창작의 모티브를 무궁무진하게 끌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만화를 웬지 조금은 이해할 듯 하다.

 

 

 

 

 

신비로운 숲의 풍경에 너무 감탄한 나머지 긴가쿠지의 전망은 짧게(사람이 많은 탓도 있고) 감상했지만 어디든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것만의 묘미가 있다. 신선한 공기를 뒤로 하고 내려가야 한다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 은각(銀閣)

 

 

드디어 주인공인 관음전 발견... 이곳이 바로 은각이다.

본래 이곳을 만들 때 요시마사는 금각사와 같이 은박으로 장식하려 했단다. 하지만 혼란스런 세상사로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금각사를 보지 못해 화려한 사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지만 만약 이 전각이 은빛으로 찬란히 빛났다면 눈길은 빼앗을지언정 마음까지 와닿지 못했을 듯 하다. 담담하지만 고고하게 서 있는 지금의 은각사가 더 아름다울 듯 하다. 물론 은각사 아름다움의 80% 이상은 푸른 숲 덕분일테지만.

 

인공정원과 자연정원의 한판 겨루기?

단연 푸른 정원의 승리다!

 

 

 

 

 

 

 

은각사를 둘러보고 찾은 군것질 거리.

빵 사이 아이스크림을 얹은 이것은 일본인들 보다 서양인들에게 더 인기 있다. 줄을 선 사람들이 거의 다 외국인...

외국인인 우리 역시 그 사이에서 교토의 명물 벚꽃 아이스크림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맛본다. 좋은 풍경을 보고 난 뒤 먹는 군것질 거리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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