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골목투어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모든 코스가 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골목투어 2코스를 마주하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 <대구근대문화골목>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는 2코스는 짧지만 가장 많은 볼거리를 품고 있다
삭막한 겨울의 기운도 조금씩 스며드는 봄기운을 이겨낼 순 없겠지.
아직 봄을 이야기하기엔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매서운 바람이 조금 빨리 물러나줬으면 하는 마음에 애써 봄이 오고 있음을 되뇌이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대구근대문화골목 2코스는 일명 '동산'이라 불리기도 하고, '청라언덕'이라 불리기도 하는 나즈막한 언덕에서 시작된다. 한 계절을 꼬박 이곳에서 보내야했던 그 때, 이 곳은 내게 적잖은 스산함을 주었던 곳인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런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동산에선 근대 서양식 건물 3채를 꼭 둘러봐야 한다.
▲ 스윗즈 주택(대구광역시 유형 문화재 24호)
줄지어 서있는 3채의 근대 서양식 건물은 외국인 선교사와 의료인이 살았던 삶의 터전이다.
지금부터 100년전 미국인 선교사 스윗즈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 선교를 시작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열악했던 시대에 어쩌면 선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지한 사람들을 계몽시키고, 병을 낫게하여 생명을 유지시켜주는게 급선무라 생각했는지 서양문물을 전달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한듯 했다. 결국은 이것도 그 옛날 예수라는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이기도 하다.
서양식 건물이면서 기와를 얹어 조화를 잘 이루었다. 소박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스윗즈 주택은 현재 선교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기 교회에서 사용했던 성경과 종교적 의미를 담은 성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로 가톨릭쪽 박물관들을 많이 다닌터라 이곳에서 보는 개신교 성물들은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결국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붉은 벽돌의 화려함에 비해 실내는 꽤 좁고 소박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느끼는건 왜일까.
▲ 챔니스 주택
챔니스 주택은 현재 의료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윗즈 주택이 한옥풍이었다면 챔니스 주택은 서양식 벽돌건물과 일본풍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꽤 다르게 느껴진다.
챔니스 주택은 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걸 보면 근대건축물로 꽤 매력있나 보다.
의료박물관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었던 <제중원>과 함께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
1899년 제일교회에 있던 제중원은 1903년 이곳으로 옮기게 되면서 지금의 동산의료원이 되었다. 선교활동과 의료활동을 함께 수행하면서 대구경북지역의 의료 현대화에 앞장섰다. 반가운 일은 과거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이제는 제 3세계로 봉사자를 파견할 만큼 힘을 갖췄다는 거다.
의료박물관에 전시된 의료기기는 대부분 동산의료원에서 근무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기증한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기기들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끔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엔 그것이 최선이었으리라.
의학에서 대해선 무지하지만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되어 왔고, 그 만큼 우리의 삶도 편리해졌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 블레어 주택
블레어 선교사가 살았던 집이라 '블레어 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역시 현재 박물관으로 활용된다. 1층은 교육박물관, 2층은 3.1운동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스윗즈 주택·챔니스 주택과 비교한다면 특별한 정체감을 찾을 수 없어 조금 의아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층 교육박물관은 과거 사용했던 교과서, 교재, 교구, 학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 무리들이 교육박물관을 가득채웠다.
요즘은 전자칠판으로 찾아보기 힘든 교실의 풍경.
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 전시에 발표할 내용 쓰고 장식하고 그런 적이 있는데 지금은 파워포인트, 프레지로 해버리니 교실 풍경이 참 많이 바뀌었단 생각이 든다. 저 초록색 책상은 어디서 구했을까. ^^
사실 가장 보완되었으면 했던 곳이 2층의 3.1운동 기념관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3.1운동이 3월 8일 대구에 내려오면서 대구는 태극기의 물결로 가득하게 됐다. 동산 주변에 있던 학교의 학생들은 비밀리에 태극기를 만들고 만세운동에 동참했다. 한국 역사에서 결코 얇지 않은 페이지가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듯한 안타까움이 든다.
모형에서 3.8 만세운동이 있었던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보다 넓은 지역으로까지 진행된 듯 하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 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
교과서에서 들었던 노래의 그 "청라언덕"이 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학창시절 백합같은 여학생을 짝사랑했던 박태준 작곡가(작사는 친구였던 노상 이은상 선생이 했다)의 마음을 담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곳에서 생활했던 선교사들의 무덤이다.
보통 고국에 묻히기를 바랄텐데 이곳에 마지막 터를 잡았다. 놀라운건 미국에서 사망한 그들의 가족들이 이곳에 묻히길 원해 데려왔다는 사실이다.
▲ 3.1 만세운동길
인근지역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구의 만세운동은 철저한 계획 속에서 진행되었다.
일본 경찰을 피해 빨래터로 향하는 척하면서 이 길에서 집결했고, 곧 태극기 물결 속에서 만세운동이 시작됐다. 만세운동에 동참했던 학생들 중 계성학교, 신명학교 학생들이 많았단다. 그래서 연세 있으신 어르신들은 아직도 '계성', '신명'하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다.
일명 90계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만세길은 좁다란게 꽤 운치있는 길이다.
1900년대 대구 사진과 3.1운동과 관련한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은 옛 사진을 보면서 추억의 책장을 열기도 한다.
만세길에서 보이는 계산성당.
근대역사골목의 또 다른 한 페이지가 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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