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여행이 생활 트랜드가 되면서 여행과 관련한 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여행을 위한 준비로, 떠나지 못한 내 마음을 위로하는 도구로, 이미 지나온 여행을 떠올리는 추억의 모티브로 여행책들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느껴지는 한 켠의 허전함....
"아는 만큼 보인다"는 케케묵은,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책을 찾지만 많아진 책의 숫자에 비해 그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조금 다르게 엮은 런던 여행책.
일단 몇 년동안 구독했던 여행잡지 <travie>의 에디터였다는 작가의 이력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나 이런데도 가봤어, 부럽지?"라고 외치는 여행잡지들 사이에서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잡지기에 이 책도 충분히 공감 가득한 내용들로 엮여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런던'에 대한 1년치 기획기사를 읽은 듯한 내용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아이콘들, 왕실, 에프터눈 티, 가든, 엔틱과 빈티지, 펍, 스포츠(sports), 그리고 소소한 클래식 아이템들을 깊이 있으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더불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시켜놓았다. 푸짐한 보너스까지 덤으로 받은 듯한 느낌이다.
2년 전, 아니 횟수로는 3년 전, 나도 작자처럼 천천히 런던을 음미하며 조금은 빈티지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한부 여행자이기에 마음은 자꾸만 급해지고, 포인트만 찍고 넘어가는 패키지 아닌 패키지 여행이 되고 말았다.
런던으로 가기 전 이 책을 먼저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스쳐지나간 것들이 가진 의미와 이야기들을 내 마음에도 한껏 품고 돌아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커져간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라는 말처럼 한번 가 본 곳보다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찾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자꾸만 런던이 아른거린다. 다시 한번 런던으로 가서 그녀처럼 차곡차곡, 지긋이~ 런던을 살아보고 싶다. 그것이 1주일이더라도, 아니 비록 3일이라 할지라도...
런던에서의 삶, 여행에디터로의 경험이 응축되어 만든 이 책은 새로운 여행서적의 트랜드를 만들어갈 것 같다.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면 더 풍성하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런 서적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 지금의 여행책들은 그러기엔 너무 가볍기만 하다.
오랜만에 행복한 여행을 꿈꾸게 만들어준 기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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