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정 중 방문하기로 약속한 기관은 총 3곳.
물론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푸게라이까지 포함한다면 4곳이지만 공식적 루트를 통해 방문의사를 밝히고, 허가를 받은 곳은 총 3개의 기관이다. 그 가운데서 사전 흥미를 가장 크게 끌었던 곳이 바로 휘어트에 있는 Salus Klinik이었다.
▲ Salus클리닉 역사와 엠블럼 설명
Salus는 로마신화에서 '복지의 여신'으로 통한다. 건강, 번영 등으로 번역될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한다면 well-being을 뜻한다.
Salus Klinik은 정신질환자와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둔 주거시설이다. 병원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재활에 관심을 가지면서 치료 후 일상생활 교육까지 가능한 시설들을 설립하고 있다. 중독치료(알코올, 약물, 도박 등), 정신분열, 우울, 조울 등과 같은 정신질환, 트라우마 극복,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치료를 완료한 사람들의 재활을 담당한다. 다시 말해 Salus Klinik은 1차적 처치인 치료보다는 2차적 처치인 재활에 초점을 두고 궁극적으로는 치료를 완료한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목표로 사회능력 향상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시설이다. 국내에도 300여개의 사회복귀시설이 있지만 수요를 고려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클리닉 엠블럼은 사각형으로 각기 다른 색들은 Salus의 5개의 시설(hürth, friedrichsdorf, lindow, friedberg, castrop-rauxel)을 의미하며 회색 사각형은 앞으로 세워질 기관들로 채워질 것이다. hürth에 있는 클리닉은 핑크색으로 주로 중독자 재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건물 내 분위기는 상당히 감각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물론 청결하기도 했다. 덕분에 병원이라는 생각보다는 미술관, 음악당 같은 예술관련 시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으로 시설 인테리어의 통일성을 갖추었다. 일단 병원을 들어서면서 가질 수 있는 두려움과 불안은 조금 누그러질 수 있을 듯 하다.
▲ 약물복용상태 파악
처음으로 향했던 곳은 응급실 쯤 되는 곳이다.
알코올 및 약물에 대한 치료 후 재활 대상자들(또는 재발되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처음 병원으로 오면 상태를 파악하고, 2-3일 정도 관찰하면서 앞으로 어떤 처치를 할지 계획하게 된다. 이곳에는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침실과 욕실이 구비되어 있으며 간호사와 치료 전문가들이 작은 창을 통해 그들의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클리닉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다(재활시설이라 병원보다는 좀더 자율적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사람들도 이곳에 들러 약물이나 알코올 검사를 한 뒤 자신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음주테스트와 같은 장비를 이용한다.
전체 시설을 라운딩하기 전 간단한 워크샵이 열렸다. 우리를 위해 준비해준 다과에 감동하며 워크샵 시작.
미리 준비한 10가지 정도의 질문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토의는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다.
각종 정신질환자의 증상과 그에 대한 대처, 사후관리, 정신보건사회복지사들의 업무, 재활센터의 운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무엇보다 세월호사건과 관련하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독일 사회의 관심과 최근 관심사가 되고 있는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그들도 한국의 복지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경청해주었다.
사회복지실천에서 강조하는 7가지 실천원리(Biestek)가 있다. 그 가운데서 비심판적 태도,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 비밀보장, 개별화 등은 잠깐동안의 방문에도 얼마나 중요하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만큼 생활화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싶어도 직장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거나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치료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정신병원 진료기록에 대한 비밀보장이 철저하게 지켜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마약·불법 약물의 소지나 판매는 금지하고 소지했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지만 복용했다는 것만으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범죄자"라는 인식보다 "환자"라는 인식이 더 크기에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처벌보다 치료가 우선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긴급한 사안에는 24시간 강제입원이 가능하고, 이는 의사의 판단에 따르지만 경찰, 변호사, 건강관련 공무원 등이 함께 판단하기 때문에 간혹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불법입원과 같은 상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 클리닉 구내 식당
금강산도 식후경, 짧은 오전시간을 보내고 병원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이곳 식당은 입소자들과 의사, 행정가, 다른 전문가들... 즉, 클리닉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구내식당이다. 매주 식단은 미리 공지되며 칼로리까지 제시되어 있다. 독일 가정식을 지향하며 웰빙푸드로 메뉴도 상당히 신경쓴다고 한다. 이날은 샐러드와 함께 생선까스, 감자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 주간 식단표
워크샵이 조금 길어지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사를 마치고 빠져나갔다. 클리닉의 이사장, 원장,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와 함께 조금 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시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지만 그 보다 그들의 축구열정이 더 놀라웠다. 얼마전 있었던 경기도 함께 관람했다고 하며 우리에게 뮌헨에서의 결승전 관람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과 입소자들이 구분없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외양만으로는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입소자도 직원들도 유니폼 착용을 하지 않았다).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의 업무공간은 독립적으로 주어지고 치료와 상담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이분은 클리닉의 남성 간호사.
오전 내내 salus에 대한 설명과 업무에 대해 알려주었던 사회복지사의 사무실.
한국에서는 관장 정도 되어야 이정도 사무실을 가질 수 있음에 학생들은 감탄과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단순히 개별 사무실이 있어서 좋다기 보다 독립적으로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그들과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은 개입의 효과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사회복지사는 치료과정에도 참여하게 되며 재활을 위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팀접근을 지향한다.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의사가 함께 참여하여 각자의 분야를 인정하면서 입소자들에게 도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해낸다. 팀내에서는 상-하 구분이 없으며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전체관리자와 팀의견이 다를 때는 팀의 의견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단다. 또 우리는 사회복지사에 의해 전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후관리가 독일에서는 사후관리 전문가가 따로 있어 그들을 통해 진행된다. 또 사후관리는 입소자들이 퇴소 후 그들이 연락을 취해오는 시스템이다.
흡사 호텔을 방불케하는 입소자들의 생활공간이다. 전체 240개의 방과 254개의 베드가 있고, 방에는 욕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 모든 방은 1인 1실로 되어 있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방과 욕실에는 곳곳에 비상버튼이 있어 위험한 순간에 빠르게 직원을 호출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일반적으로 13주~26주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사용료 지불을 기본으로 하지만 경우에 따라 국비로 지원되는 경우도 있고, 연금 가입자는 개인의 연금에서 지출되기도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일단 사회복지사가 보험가입여부를 파악하여 지원방안을 찾아낸다. 때문에 저소득층이라 해도 치료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
입소자들이 농작물을 키우기도 하고, 원예치료 등의 활동도 할 수 있도록 정원이 잘 정비되어 있다. 발지압이 가능한 산책코스도 있다.
입소자들은 이곳에서 일상생활 적응 준비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개인상담, 집단상담, 직업준비를 위한 컴퓨터 교육, 소근육·대근육을 이용한 프로그램, 운동치료 등이 시간표에 따라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인터넷과 문서제작 등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
▲ 집단상담실
집단상담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서로의 소리를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음향반사판도 준비해뒀다.
집단치료는 매일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주 3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총 90분간 진행된다. 증상에 상관없이 진행되는 집단회기와 질병유형에 따라 분리되는 집단회기가 있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 다양한 예술치료를 활용한다.
이곳은 치료의 공간이자 작업의 공간이다. 즉 그들의 모든 작업은 치료과정의 평가에 활용될 수 있으며 의료적 진단보다는 그들의 생활 전반을 관찰하여 현재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작업수준은 질환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지면 퇴소를 진행한다. 퇴소결정시에도 팀 모두의 의견을 수용하며 특히 이 때는 입소자도 한팀이 되어 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강제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소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며 참가를 원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 참여함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설명하여 그들의 동기유발을 돕고 있다. 작업에 참여를 통해 얻게되는 다양한 잇점(일상생활 기본기술, 사회적 기술, 특별한 기술, 감정적 기술, 자기 이미지 향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입소자들이 그린 그림은 이곳의 인테리어가 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도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그림을 책표지로 만들기도 한단다.
이런 과정에서 입소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물건을 만들면 이를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러한 치료재활 과정이 그들의 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목공작업을 통해 입소자들의 집중능력, 작업능력을 파악해 사회기술능력을 사정한다. 직접 도안을 그리고 자르고, 붙이고...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정확하고 정교하게 작업을 했는지를 평가한다. 중독자들의 입소률이 높다보니 약물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이런 신체활동은 많은 부분에서 도움될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업결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제에서 활용한다.
기계를 사용하는 작업도 할 수 있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회전 의자를 만드는 작업이다. 지역 내 기업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곳 입소자들이 좋아하는 활동이 직원들과의 운동경기란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그리고 휴식시간을 통해 직원들과 입소자들은 운동경기를 진행하면서 관계를 유지한다.
운동치료를 실시하지만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다. 클리닉의 직원들은 주 5일 근무로 총 40시간(AM 8:00 ~ PM 5:00) 근무한다. 입소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들이 만족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도 고안하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독일에서는 직원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는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도록 권고한단다. 이러니 만족도도 높고, 만족도가 낮다해도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도움되는 프로그램이다.
▲ 부띠끄
클리닉 내에 있는 부띠끄다. 입소자들이 옷을 구입하기도 하고, 내어놓기도 한다. 제대로 된 one stop service다. 이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구비할 수 있다.
Salus klinik은 의료기관이지만 치료를 넘어 재활, 직업훈련까지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국내에도 사회복귀시설이 있지만 그룹홈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거주, 직업재활, 훈련시설 등이 나눠져있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그룹홈도 좋지만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 관리가 가능한 시설을 둘러본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념, 가치" 라는 것들이 액자에 걸어둔 글귀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 됐다.
▶ Salus Klinik(hürth): http://www.salus-kliniken.de/hue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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