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경주에 들렀다가 늘 지나쳐다니기만 했던 커피명가에 들렀다.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게 될 줄이야... 저녁 '찬기파랑가' 공연을 예약해놓아 그 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보문단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만큼 그 장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와 넓은 창이 매력적인 곳이다.
테라스는 찬바람이 불면 이용하기 어렵겠지만 아직은 가을바람 맞으며 단풍을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듯 하다.
언제부턴가 커피명가의 체인점이 늘어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시간의 자취가 느껴지는 본점을 고집했었다. 하지만 뜻밖의 여행지에서 만나는 명가도 꽤나 괜찮은 느낌을 준다. 감각적인 소품들이 커피에 향을 더해준다.
명가 딸기케익이 그리워 블루베리 케익으로 대신한다. 이제 찬바람이 부니 곧 딸기케익을 만날 수 있겠지.
사실 체인점이 많아지면서 명가 커피가 예전만 못하단 생각이 많이 든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해도 커피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달라지니... 어쩌면 그래서 늘 가던 곳만 고집했을지도 모른다. 경주점은 so so하다. 그래도 이름만 날리는 브랜드 커피보단 훨씬 낫다.
무엇보다 탁트인 보문호와 보문단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 이곳에 서면 가슴마저 환해지는 느낌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하고,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커피향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 스쳐가기 전에 전망 좋은 곳에서 그윽한 향의 커피 한잔, 어떨까?
그곳이 경주라면 커피명가에서 보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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