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잠들어 있는 다카마쓰.
다카마쓰에서의 마지막 날, 내 여행시계는 어김없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런 내맘을 알 턱이 없는 바다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솟아오르는 조급함을 억누르며 아침을 여는 고동소리를 기다려 나오시마로 향한다.
다카마쓰 여행에서 1번으로 꼽아도 아쉽지 않을 나오시마를 고작 반나절 밖에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섬 전체가 쉼에 빠져버리는 월요일에 이곳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집으로 향하기 전 잠깐의 스침을 위해 왕복 두 시간을 바다 위에 뿌리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다음에 만날 나오시마는 최소한 1박 2일이라며 되뇌이면서...
다카마쓰 일대 바다는 우리네 남해처럼 다도해다. 항구에서 한 눈에 보이는 섬들부터 보이지 않는 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섬들이 환상적인 해안선을 만든다. 제대로 섬들을 둘러보려면 1주일은 족히 걸릴 것 같다.
▲ 훼리 2일권(왕복으로 끊어두는 것이 좋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 여름엔 갑판 위가 사람들로 가득할텐데 찬 바닷바람을 맞설 용기가 나지 않나보다. 모두들 훈훈한 실내에서 나오시마를 기다린다.
나오시마(直島)의 상징,쿠사마 야요이의 붉은호박이 나오시마를 찾은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긴다. 어쩔 수 없이 호박에게로 가장 먼저 달려갈 수 밖에 없다. 진짜 나오시마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해보이는 점무늬와 다소 촌스럽기까지 한 강렬한 색채로 자기만의 작품영역을 확고히 한 쿠사마 야요이는 나오시마를 빛낸 대표적인 예술가이다. 나오시마항구에 있는 붉은 호박과의 기념사진은 여행자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렸다. 바리케이트로 둘러싸여있는 작품은 가질 수 없는 자연스러움과 힘이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는 가득하다.
▲ 해안가 주변 조각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놀랄만큼 환상적이지만 그것들만 가득한 나오시마였다면 엄청난 위화감에 억눌렸을 것 같다. 곳곳에 평범한 사람들이 새겨놓은 감각적인 볼거리들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나오시마의 달(直島の 月)'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다. 둥근 공에 저마다 자기만의 달을 새겼다. 어린 학생들이 그려놓은 만큼 톡톡 튀는 표현력이 놀랍기만 하다. 2년에 한번 열리는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상승한다.
내친김에 우미노에키(海の駅 なおしま/훼리 역사)에 있는 관광안내소로 향했다. 가가와 지역의 특산품인 부채를 아이들의 그림으로 채워 전시해 놓았다. 순수함이 엿보이는 작품부터 기성작가들 못지않은 작품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다.
우미노에키(海の駅)는 '바다의 역'이다. 수수깡 기둥에 널판지를 얹은 듯한 이 건물 또한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건물이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미야노우라항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섬둘레가 16km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라 차보다는 자전거나 바이크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 외엔 섬의 주요 지역들을 오가는 버스(나오시마쵸영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1회 탑승 100¥). 마음 같아선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에효~ 다음 기회를...
나오시마섬이 작다고 해서 볼거리도 가볍다 생각하면 큰 코 닥친다. 작은 섬이 이웃나라에 까지 이름을 떨친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항구를 벗어나 마을 속으로 들어가면 영화에서 보던 조용한 시골마을의 풍경이 드러난다. 버스를 타고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샅샅이 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자전거나 바이크를 렌탈하는 거다. 미야노우라항구 근처엔 이런 렌탈샵이 3-4군데 있다. 만약 숙박을 한다면 숙소에서 제공하는 렌탈서비스를 겨냥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대부분의 숙소에선 숙박객들에게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대개 하루 500¥정도(자전거 기준)의 수준이지만 300¥대도 찾아볼 수 있다.
▲ 나오시마 센토 아이러브유 옆 숙소(Little plum) & 자전거 대여점
나오시마에는 이름 쟁쟁한 관광자원들(나오시마 센토 아이러브유, 메넷세하우스&뮤지엄, 츠즈지소, 베넷세하우스, 집프로젝트)이 가득하지만 이런 소소한 재미도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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