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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시코쿠(四國)

잠시만요, 사누키 우동 한그릇 드시고 가실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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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여행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하루, 그 하루의 시작을 "우동(うどん)"으로 열었다. 가가와 현(香川県)을 대표하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으뜸이 될 "사누키 우동(讃岐うどん)"은 가가와 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우동으로 알려져 있다. 가가와현은 "우동 현"이라는 공식 명칭까지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우동버스", "우동택시"까지 운행을 하겠는가. 우동버스의 반나절 코스 노선을 따라 사누키 우동에 푹~ 빠져보기로 했다.

 

 

▲ 우동버스 정류장

 

▲ 우동버스 명찰

 

 

 

과연 어떤 맛이기에 하루키 마저도 극찬했을까.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그는 가가와 현의 셀 수 없이 많은 우동집에 놀랐다고 고백한다. 일본에서 가장 작은 규모인 가가와 현에 있는 우동집의 숫자가 800개를 넘는다고 한다. 도쿄에 맥도날드 체인점이 500개 정도 된다고 하니 가가와 현의 우동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호텔 조식이 우동이어서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가가와 현에서는 전혀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심지어 아기 이유식도 우동으로 만들어 팔고 있단다). 가가와 현에서는 1년 동안 한 사람이 소비하는 우동의 양이 230그릇이라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주택가에 우동집이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 널어놓은 빨래가 정스럽다.

 

 

 

처음 찾은 곳은 한국 매스컴에도 소개되었던 <야마고에 우동(山越 うどん)>이다. 70년간 3대째 이어오는 우동집으로 한창 때엔 굽이치는 대기줄로 인산인해를 이룬단다.

 

여기서 !

 

사누키 우동을 파는 식당은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눠진다. 셀프점/제면소/일반점

셀프점은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받아먹듯 식판을 들고 이동하면서 면과 국물, 고명, 곁들일 음식 등을 선택하고 계산하면 된다. 맛있게 먹고 난 뒤 깔끔한 정리까지 모두 셀프다. 제면소는 본래 면을 생산해내는 면공장이지만 한쪽에서 우동을 판매하기도 한다. 하루키의 책에선 진짜 공장에서 음식을 먹는 것 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일반점은 일반적인 음식점과 같은 형태로 메뉴판을 보고 주문해서 먹으면 되는 곳이다.

 

 

 

 

야마고에 우동집은 셀프점으로 입구에서 어떻게 주문하고 먹어야하는지 친절히 그림으로 설명해 준다. 이 마저도 힘이 들면 눈치껏 앞 사람을 따라하면 된다.

 

 

 

 

 

한번에 무려 20명의 우동주문을 기억했다가 정확하게 내어놓는다는 아주머니. 그래서인지 저 멀리 있는 사람에게까지 빨리 주문하라고 재촉하신다.

원하는 종류를 주문하고, 기다리면 우동 한그릇이 나온다. 이걸 들고 다시 앞으로 전진~

 

 

 

 

여기서 한번 더 요~

 

사누키 우동을 주문할 때에는 크기와 우동 종류를 구분하여 주문해야 한다.

 - 카케우동(かけうどん): 가장 일반적인 사누키 우동의 종류로 싱거운 조미 국물에 파를 얹은 우동

 - 쇼유우동(醬油うどん): 삶은 면을 냉수에 헹구어 간장으로 간을 하여 먹는 우동

 - 카마아게우동(釜あげうどん): 삶아 따뜻한 면을 그대로 국물과 함께 먹는 우동, 다시를 찍어 먹기도 한다.

 - 카마타마우동(玉うどん): 카마아게 우동에서 물을 빼고 날달걀과 고명, 간장 등을 섞어 먹는 우동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튀김종류를 선택하면 된다. 야마고에 우동의 별미로 고로케 같은 "감자튀김"이 유명하니 선택해 보시길...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다만... 너무 많이 먹으면 다음 우동투어가 힘드니 살짝 맛보는 정도가 좋을 듯 하다. 앗! 계산을 빠뜨려선 안되겠지? ^^ 야마고에는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우동을 들고 바깥으로 나오면 실내외에서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공간에 따라 식탁이 따로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는 곳도 있다. 국물이나 간장, 기타 조미료(생강, 깨, 파, 와사비...) 등은 입맛에 맞게 선택해서 먹으면 된다.

 

 

 

▲ 카마타마야마 우동(250¥)과 가마타마 우동(200¥), 그리고 입에 녹았던 감자 튀김

 

 

우동 한 그릇에 평균 150¥~200¥정도 하니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투어의 특성상 다수의 우동집에 들러야 하기 때문인지 양도 그리 많지 않다. 넉넉하게 먹고 싶다면 큰 것으로 주문할 수도 있으니 걱정말길...

 

 

 

 

 

 

 

우동투어로 2곳의 우동집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든 생각은 사누키 우동이 면발이나 국물에 들이는 정성에 비해 먹는 공간은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걸터앉을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어떤 곳은 실제로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든 곳도 있었다(사람들이 많이 몰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이게 맘에 들지 않으면 먹지 말던가..."라는 속엣말이 들리는 듯 하다.

 

 

 

 

 

다정스레 우동을 드시는 노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헌데 야마고에터줏대감처럼 눈을 껌뻑이며 앉아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더 인상적이다.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요지부동이다.

 

 

 

 

 

 

 

먹고 난뒤 우동이 마음에 들었다면 면과 국물 소스를 사가지고 갈 수도 있다. 가가와 현에서 자랑하는 또 하나의 특산물인 부채! 은은하게 염색된 색감이 아름답다 생각했는데 야마고에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 부채가 있어 기념으로 데려왔다. 바로 왼쪽 맨 위 우동면발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 ^^

 

 

 

 

 

두 번째로 찾은 우동집은 타무라 우동(たむら うどん)이다. 일반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듯한 타무라는 아주 작은 규모지만 이래뵈도 작년(2012년) Best Lunch에 선정된 곳이라 한다.

 

 

 

 

 

타무라의 진정한 매력은 밀가루 반죽부터 면발 뽑기까지 한번에 다 이루어진다는 거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면 면을 그릇에 담아주는데 그걸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끓는 물에 데운 다음 고명을 얹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이곳도 셀프인 셈이다. 계산은 다 먹고 난 뒤~

 

 

 

 

 

 

조금 번거로운 듯 보이지만 한번쯤은 경험해볼 만하다. 고명으로 유부나 튀김을 얹을 수도 있다. 이곳에선 가장 기본인 가케우동을 선택해 봤다.

 

 

 

 

사누키 우동이 다른 지역의 우동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는 "밀가루"란다. 호주에서 생산된 우동 전용 밀(ASW)을 일본이 수입하는데 사누키 우동의 대부분이 이 밀가루를 사용한다고 한다. 일본 순수 밀가루보다 끈기가 있고, 특유의 향이 있어 가가와 현만의 우동인 사누키 우동의 인기에 한 몫했다.

 

돌아오고 난 뒤 사먹은 우동에서는 결코 사누키 우동과 같은 감촉과 맛을 찾을 수 없었다. 입이 마르도록 우동을 예찬한 하루키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맘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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