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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시코쿠(四國)

시코쿠 전통가옥의 어울림, 시코쿠 마을(시코쿠무라, 四国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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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면 여행자의 시계는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다. 그 시계가 마음과 맞아떨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짧은 여행에선 그 무거움이 여간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야속함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것 또한 여행이 가진 특별한 묘미다. 잠든 나오시마를 두고 선택한 시코쿠무라(四国村)는 우리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되어 주었다.

 

 

 

 

다카마쓰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6km) 시코쿠무라를 찾기 위해선 전철을 타고 야시마역(고토히라선)으로 향해야 한다. 철컥거리는 전차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세련되지 못한 투박함이 오히려 편안함을 줄 때가 있다. 정거장 마다 오르내리며 승차권을 확인하는 기장의 모습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풍경이다.

 

 

 

 

야시마역(고토히라선)에 내려서면 야시마산 정상의 전망대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산 정상도 한번 노려보겠지만 저녁일정을 정해놓고 보니 시코쿠무라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아쉽지만 야시마산에서 보는 다카마쓰의 전망은 다음을 기약했다.

 

 

 

 

 

시코쿠무라는 '시코쿠 마을'이라는 뜻으로 계획하에 만들어진 민가(民家) 박물관이다. 에도시대부터 다이쇼시대까지의 시코쿠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우리로 치면 '한국민속촌'과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가옥들이 아직도 목조주택이 많이 남아있고, 옛모습을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이렇듯 원형을 그대로 복원해놓은 곳에선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입장권을 구입하는 곳마저 당시의 숙박소를 복원한 것이다.

 

 

  ▶ 입장권(성인기준): 800¥(안도 다다오의 시코쿠무라 갤러리를 함께 끊을 경우 1,000¥)

                            시코쿠무라 갤러리 단독 500¥

 

 

 

 

생생한 자연의 느낌이 살아있는 가즈라바시(かずら橋)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듬성듬성한 나무바닥이 재미난 느낌을 준다. 지탱하고 있는 가지의 매듭이 너무 어설퍼보여 눈요깃거린가 했는데 올라타보니 생각보다 튼튼하다. 삐걱대는 소리에 겁만 먹지 않는다면 충분히 자연의 느낌에 빠져볼 수 있다.

 

 

 

▲ 쇼도지마 농촌 가부키 전통극 무대(農村歌舞伎舞台)

 

 

에도시대 말기의 가부키 무대를 옮겨와 지금도 공연이 열린다. 농사를 전업으로 하던 농부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놀잇거리였던 것 같다. 지금도 시코쿠의 많은 농촌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란다. 아직 가부키 공원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느낌이 완전히 와닿진 않지만 재미난 경험이 될 듯 하다.

 

 

 

 

 

길을 따라 이어진 크고 작은 집들이 무려 33채나 된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휑한 공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중 8채는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카가와 지역이 자랑하는 토산품이 있었으니 사누키 3백(讃岐三白)이라 불리는 "설탕, 소금, 목화"가 그것이다. 지금도 사누키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200년 역사를 가진 설탕과자 와산본(和三盆)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그 원료가 되는 설탕 원액을 이곳에서 짜냈다고 한다.

 

 

▲ 고노주택

 

 

 

 

이 겨울날 아직도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그런걸 보면 시코쿠 지역이 다른 곳들에 비해 따뜻한 지역은 사실인가 보다. '목조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겨울을 보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오를 즈음 만난 구노주택의 실내는 거실과 방을 모두 다다미로 만들고 이로리(いろり)를 두어 진정한 일본식 주택 양식을 보여준다. 이로리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이곳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외부 활동을 마치고 들어와서 마주하는 이로리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따뜻함이었으리라.

 

 

▲ 시코쿠무라 갤러리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이라 유명한 갤러리다. 전통가옥마을에 시멘트 건물이 왠말이냐 싶은데도 시코쿠 여행 안내에서는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다. 안도 타다오, 르느와르, 피카소라는 명성 덕분에 과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정원은 압권이었다. 시코쿠에서 만난 안도 타다오의 건물들은 지극히 이기적이었다.

 

 

 

 

 

 

 

 

 

시코쿠무라 갤러리의 공간적 규모는 생각보다 아주 소박하다. 하지만 그 곳에 걸려있는 예술가들의 숨결 서린 작품들은 내 마음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러고 보면 작품이 많다고해서 대단한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곳의 작품들은 시코쿠무라 창설자인 카토우 타쯔오가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란다.

 

작은 전시공간을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면 수경정원(水景庭園)이 나오는데(안도 타다오는 정말 물을 좋아하나 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야시마 지역의 뷰가 끝내준다.

 

 

 

 

 

시코쿠무라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시코쿠 지방에 있는 등대를 관리하던 사람들의 숙소를 그대로 옮겨두었다. 메이지시대에 사용했던 등대와 건물들은 서양식으로 만들어져 있고, 생활용품들도 개화기 시기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초기에는 외국인들이 등대를 관리한 듯 하다. 이 건물의 설계도 영국인이 했다고 전해진다.

 

 

 

 

 

 

 

건물 앞으로 만들어진 식물원 정원은 지금은 매말라있지만 봄이면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것 같다. 벌써부터 다음 봄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장미 축제도 있다고 하니 시코쿠무라의 제 계절은 봄인 것 같다. 하지만 가을의 풍경도 멋지겠다.

 

 

 

 

 

 

 

 

다시 농가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모아 길을 만들고 집앞으로 흘러내리게 만든 손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각종 농기구들과 수확한 농작물이 가득한 집은 우리네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 시골도 지금은 분가루가 하얗게 감싸고 있는 곶감이 줄줄이 걸려있겠지?

 

 

 

 

▲ 소메가타키 폭포

 

 

나가레 마사유키는 카가와 지역의 돌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주변의 민가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양조장임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술독을 줄세워두었다. 간장을 만들고 누룩을 만들던 곳을 재현한 곳인데 실내로 들어가면 술을 숙성시키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두었다.

 

 

 

 

 

 

 

일본 간장의 상표인지, 사케의 상표인지 모르겠지만 한 벽면을 가득채워 놓았다. 실제 양조장도 아닌데 이상하게 끔끔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 같다.

 

 

▲ 소방대 주둔소

 

 

불이 났는지 아닌지 어떻게 살펴보았을지 그려지는 곳이다. 야시마산 기슭이니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서도 아랫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거기다 이렇게 높은 사다리까지 세워두었으니 피어오르는 연기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알아차린다해도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 어부의 집

 

▲ 이진칸 와사다운 주택

 

 

시코쿠무라를 한 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건물들은 이전의 농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집안 가득히 그물망과 고기잡이 용품들이 채워져있는 것도 새롭고 서양식과 일본식이 잘 어우러져 있는 와사다운 주택도 볼만하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와사다운 주택은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어 시코쿠무라를 돌고 난 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하다. 시코쿠무라 입장권이 있으면 할인쿠폰도 받을 수 있다.

 

 

 

 

 

 

다시 전철역으로 돌아왔다. 알고보니 이 역도 꽤 유서깊은 곳이다(1929년 지어져 일본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루 오가는 전철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사람들의 마음에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곳일게다. 이곳 벤치에 앉아 전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동안 일본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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