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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시코쿠(四國)

바다 위 춤추는 야경, 다카마쓰와의 첫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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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채점, 학기말 성적처리, 성탄행사, 묵은 한 해의 정리 등등... 12월은 언제나 바쁜 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었던 기회! 여행 후 쓰나미처럼 다가올 일들이 빤히 보임에도 다카마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나를 불렀고, 사누키 우동면발이 손짓하는 듯 했다. 그렇게 다카마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침 일찍부터 몇 가지 일을 해치우느라 끼니를 때울 겨를 조차 없었다. 겨우 먼저 공항으로 향한 동생이 사둔 샌드위치로 배를 채웠는데 아뿔싸... 아시아나 기내식도 차가운 샌드위치였다. 짧은 구간에 기내식까지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심 따뜻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요깃거리를 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약간은 실망이다.

 

 

 

 

 

1시간 30분의 비행을 끝내고 가가와현 다카마쓰 공항에 내려앉았다. 겨울이라 빨리 해가 넘어가겠지만 입국심사를 하는 동안 컴컴해진 도시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일단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뭘 해야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싶었다.

 

 

 

 

 

다카마쓰 공항에선 리무진 버스(690¥/온라인투어 무료제공)로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다. 30분 정도 걸려 가와라마치 텐마야(瓦町天満屋)에 도착했다. 사실 다카마쓰 자체가 작은 도시라 정류장들이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멀진 않다. JR다카마쓰역까지 간다면 45분 정도 걸린다. 아마도 골목골목 돌아서 그런 것 같다.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첫 만남의 테마를 야경으로 잡았다. 두번의 아침, 두번의 밤.. 넉넉한 시간이 아니지만 '조급함은 버리자!'하고 생각했는데 맘처럼 쉽지 않다. 아직 초보 여행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여튼... 설레임을 부여잡고 해안도시의 야경을 만나러 항구로 향했다.

 

 

다카마쓰 야경의 백미 1. 항구의 붉은 등대(세토시루베, せとしるべ)

 

 

 

 

으레 야경은 높은 곳에서 휘황찬란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다카마쓰에선 그리 높지 않은 눈높이에서 특별한 밤풍경을 볼 수 있다.

...

하지만 그 등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난했다.

 

겨울 평균기온 10도,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를 자랑한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등대를 향했는데 왠걸~ 한밤의 바닷바람이 그리도 매서운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왜 이리 사람들이 없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등대가 가까워질 수록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만큼 맞부딪히는 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바람과 싸웠지만 바닷바람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유리 등대! 세계 최초의 자체발광 등대! 세토시루베다.

등대가 내뿜는 붉은 빛은 불어대던 바람이 일순간 멈춘 듯 모든 것을 잊게 했다. 방향 제시라는 등대 본연의 임무보다 도시를 상징하고,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역할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은 등대의 깜빡임에 따라 우리 마음도 깜빡였다.

 

 

 

 

등대와 인사를 하고 돌아나오는 길, 진짜 도시의 야경을 만났다. 다카마쓰의 높은 건물들은 모두 항구에 인접해 있다. 높은 건물이래야 심볼타워를 비롯해 2-3개의 건물에 불과하지만 해안선을 따라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다카마쓰 야경의 백미 2. 다카마쓰 심볼타워

 

 

 

 

 

다카마쓰 항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선포트 다카마쓰이다. JR다카마쓰역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상가들, 호텔, 레스토랑 등이 이곳에 모여 있다. 우리가 야경을 보기 위해 선택한 건물은 시코쿠에서 가장 높다는 다카마쓰 심볼타워다. 30층 전망대에선 무료로 다카마쓰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 TIP

  다카마츠 심볼타워는 2개의 건물(지상 30층의 타워동과 지상 7층의 홀동)로 나누어져 있다. 홀동 7층은 야외 오픈 전망대가 있고, 타워동에는 지상 30층에 창을 통해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타워동 전망대는 사방 오픈이 아니라 시야가 조금 가려진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래도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핫 스팟이다. 29-30층은 레스토랑으로 되어 있어 식사를 하면서 야경을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작은 다카마쓰를 감안한다면 꽤 괜찮은 야경이다. 특히 사진은 희미하게 나왔지만(손떨림은 어쩔 수 없어) 항구의 모습과 붉은 등대의 모습도 가까이에서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다카마쓰 심볼타워에서 내려오면 건물전체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난다. 9일인가 부터 크리스마스 빛의 축제를 한다던데 지금은 이 모습보다 훨씬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있긴 하지만 이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JR다카마쓰역에서 보는 심볼타워의 모습. 저녁이면 밴드나 1인 음악인이 나와 거리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도착한 날은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9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인적을 찾기가 힘들다. 우리도 그만...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들고 호텔로 귀환하려 한다.

 

 

 

 

 

 

 

길게 이어진 효고마치 상가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일본에서 이런 아케이드 매장은 아무리 작은 도시라 해도 잘 정돈되어 있는 것 같다. 효고마치 상가는 생각보다 큰 규모인데 명품매장들도 다수 자리잡고 있다. 늦은 시간이라 쇼윈도우 조명과 성탄장식만이 늦은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늦은 시간에도 화려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먹거리 골목이다. 일종의 유흥가이기도 하다. 오후 느즈막히 문을 열어 늦은 밤까지 운영하는 이자카야 같은 곳이다.

몇 곳을 힐끔거렸으나 깡통맥주에 마트산 군것질거리가 우리의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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