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 미니어처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시골마을 코츠월드는 최근 대세로 떠오르는 '걷기여행'의 최적지인 듯 하다. 마을과 마을사이의 거리가 10km정도 되니 하루 두 마을 정도는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뭐... 꼭 다 돌아봐야 맛인가. 유유자적하게 마을의 큰 길과 작은 골목들까지 모조리 섭렵하며 아주 오랫동안 내 삶의 터전이었던 것처럼 다녀도 좋은 여행이지 않나 싶다.
코츠월드의 마을을 돌아보면 소박한 그네들의 삶이 내 삶 속으로 들어와 묘한 충돌을 일으킨다. 정신없이 쫓기듯 살아가며 뒤돌아보는 것을 어리석다 치부하는 세상에서 여유를 만나니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있으랴.
Stow-on-the-Wold를 둘러보고 마을을 벗어나 다른 환경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온 길을 거슬러 목적지도 없이 걸어가는 길...
사실 맘같아선 버스를 타고 모두 둘러보고 싶지만 대중교통의 사용이 원활하지 않고, 특히 주말엔 그나마 있던 버스의 운행도 줄어드는 터라 가까이에 있는 다른 마을들을 걸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오래된 듯한 묘지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빨간 오픈카에서 하얀 수염이 가득한 할아버지를 보는 것도 코츠월드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느낌!
참으로 반가운 것이 코츠월드에는 우리나라 제주올레와 '우정의 길'이라는 협약을 맺은 걷기 코스가 있다는 것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걷기여행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뿐이었는데 이제는 우리의 제주 올레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이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리라.
넓은 들판에서 강아지와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 어떤 모습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곳에선 양이고 염소고, 닭이고 아지고... 모두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코츠월드라는 이름이 원래 '털이 긴 양'을 뜻하는 말이란다. 그래서인지 초원에서 양이나 작은 가축들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양들이 노닐고 오두막이라 불리는 초가집과 아름다운 꽃들이 어우러진 곳에서의 삶, 세상 누구나 원하는 삶이지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삶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아련하게 느껴진다.
짧디 짧은 여행에서 이렇게 멋진 곳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내게 있어 축복인 듯 하다. 꼭 한번 더 찾아야 할 Best여행지 1번으로 꼽아두고 다음번엔 오로지 코츠월드만을 위한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 깊이 다짐해본다. 그 때까지 잘 있어야 해, 코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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