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행가이드지 Lonely planet은 "잉글랜드에서 런던을 제외하고 단 한 곳만 찾아야한다면 두 말할 필요없이 바스(Bath)를 찾아라!"라고 했다. 물론 그 말 때문이 아니어도 로마의 목욕탕 유적 중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곳이니 바스를 방문해야야 할 다른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온전히 하루를 바스에 내던졌다.
서기 43년 로마군이 런던을 거쳐 이곳까지 오면서 바스는 로마문화를 꽃 피웠다. 영국에서는 유일하게 천연 온천수가 솟아나오는 지역이다 보니 그냥 지나칠리가 없지 않는가. 바스 수도원 앞으로 터져나오는 세 곳의 온천수원에 자리를 잡고 크고 화려한 온천을 지었다. 그 온천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퐁퐁~ 솟아나고 있다.
바스는 작은 도시지만 하루 안에 둘러보려면 바쁘게 다녀야 겨우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꼭 둘러봐야 할 곳이 바스온천(The Roman Baths)와 패션 박물관(Fashion Museum)이다. 다행히 바스온천 티켓을 끊으면 패션 박물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으니 반드시 두 곳 모두 둘러봐야 한다(바스온천에서 패션 박물관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된다-안내문은 10분이라지만 그러려면 달려야 한다.^^).
역시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바스온천이다. 입구부터 높다란 천정에 돔, 기둥까지 로마시대 건물들이 가진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사실 입구는 약간의 인공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아직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영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등 8개 언어 가능).
입구를 따라가면 제일 먼저 들어가는 곳이 2층 테라스. 온천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에는 로마 황제와 장군들의 동상이 줄지어 서 있는데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19세기 후반까지 버려져있다가 1897년 새롭게 오픈하면서 세워졌다고 한다. 그렇다해도 100년이 넘었으니 대단하단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 The Roman Great Bath
바스온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Roman Great Bath의 온천수는 녹색을 띤다. 마치 수영장처럼 생긴 온천탕은 색이 짙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깊이가 1.6m나 된단다. 전시관의 모형을 살펴보면 온천이 처음 생겨났을 당시에는 지붕이 있었던 듯 하다. 1층으로 내려가면 지금도 흐르고 있는 온천수를 확인할 수 있다.
항시 46℃를 유지하는 미네랄 온천수는 지금도 가까이에 가면 그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주변으로는 로마시대 석공 분장을 한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아버지와 아들 같은 석공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함께 찍기도 한다. 아저씨 행동이 너무 리얼하다는...
지금도 뜨거운 온천수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루에만도 15,624갤론(gallons/약 6만 리터 정도)의 온천수가 흐르는데 미네랄 온천수다 보니 온천수가 흐르고 있는 주변으로는 황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아마도 철(Fe)성분이 강해 그런 것 같다. 놀랍게도 지금의 배수관은 대부분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그대로라고 한다. 온천탕 안에서 퐁퐁 솟아오르기도 하는데 이 온천수는 하수구를 따라 에이번강(River Avon)으로 흘러간다.
■ The King's Bath
바스온천에는 Gareat Bath를 포함해 약 8개의 온천탕이 있다. 그 중에서 왕의 목욕탕(King's Bath)는 12세기 즈음에 지어진 것으로 20세기 중반까지 치료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들어가 앉아있으면 목까지 잠기는 깊이로 탁월한 치유능력을 바라며 미네르바 신전과 가까이에 있었다고 한다.
피부병으로 쫓겨났던 켈트족의 블라디드(Bladud)왕자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치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 Plunge Pools
크고 작은 작은 온천탕들 중에는 온탕도 있지만 냉탕도 있었던 듯 하다. 또 나즈막한 작은 돌의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보아 온천욕을 하다가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했을 테고 그 곳에서 정치나 사교성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바스온천에는 미네르바 동상이 보관된 신전(Temple)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몇 개의 조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당시의 유물들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이기도 하고, 로마시대 온천 이용 모습을 에니메이션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바스의 온천수는 목욕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가졌지만 음용수로도 활용된 것 같다. 온천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다 만나게 되는 것이 음용 온천수이다. 물론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순서를 기다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도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맛을 한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맛은... 음... 아주 약간 청송약수와 비슷한 맛이 느껴진다.
역시나 이런 유적의 마지막은 Shop이다. 살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돌아보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박물관 shop을 둘러보는 것도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 못지 않게 재미난 시간이 된다. 아무래도 목욕탕이다 보니 목욕용품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로마 문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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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Fashion Museum
10여분을 걸어 공동티켓으로 관람할 수 있는 패션 박물관(The Fashion Museum)으로 향했다. 아~ 영국에 있는 동안은 계속 빗줄기가 우리를 따라다니더니 바스에서도... 이 때쯤엔 우산을 꺼내드는 것도 귀찮아 그냥 맞고 다닌듯 하다.
패션 박물관은 역사적인 옷들과 현대 유명 컬렉션의 옷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명품 브랜드의 시대별 대표 디자인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파리나 밀라노에 있을 법한 패션 박물관이 바스에 있다는 게 의아했는데 시간이 없어 알아보지 못하고 나온게 지금도 아쉽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컬렉션보다 17~18세기 의복에 더 관심이 간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지금에 내어놓아도 어떤 쇼에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한 센스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영화에서 봤던 귀족여성의 드레스, 장갑, 구두의 총 집합이다.
패션 박물관에서 참으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시대별 의복을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제인에어]나 [올리버 트위스트]에나 나올 법한 의상들과 소품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입어볼 수 있다. 실제로 입어본 느낌은... 당시 여성들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 하나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치코트 하나만도 무게가 엄청난데 코르셋에 무거운 드레스까지 입고 다녀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점에선 샤넬이 고마울 따름이다. 불편한 여성들의 의복문화에 반기를 들며 심플한 디자인을 선보였고, 여성복의 소재도 새롭게 도입했으니 말이다.
패션쪽으로는 너무 문외한이지만 패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재미난 여행을 한 듯 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유명 컬렉션을 다 찾아다닐 수 없으니 이곳에서 패션의 역사적 흐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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