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꿀맛 같은 연휴동안 가족들과 함께 급여행을 떠났습니다. 공식적으로 보내는 올해 마지막 휴일이라 그런지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갈까? 말까?'를 연발하다 '가자!'하는 어머니 한 마디에 휘리릭~ 짐싸고 차에 올라탔지요.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 진주 "유등축제"와 봉화 "송이축제"를 두고 고민하다 경북 북부지역으로 향했답니다.
그간의 늦더위 때문이었는지 아직 가을은 오지 않았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가을인 것 같았어요. 회룡포를 휘감은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뿅뿅다리는 이름처럼 뿅뿅 구멍이 난 채로 놓여있더군요. 어찌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다리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역시... 크고 으리으리한 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건 아닌가 봅니다.
직접 마을을 걸어봤으니 전체 전경을 봐야겠죠? 뭐니뭐니해도 회룡포 마을은 멀리서 내려다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전체 전경이 최고인 것 같네요.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 헉헉~ 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큰 기쁨을 준 풍경입니다. 회룡포 마을을 휘감는 내성천의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히 맘에 듭니다.
<삼강주막>
다음으로 찾은 곳은 현재 남아있는 마지막 주막이라는 삼강주막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더군요. 그 사이를 삐집고 들어가 우리도 파전에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어요. 현대화 된 주막은 주모가 오지 않고 셀프로 운영하더군요. 드라마에서 보던 얹은 머리를 한 주모가 달려와 구수한 사투리로 한 마디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제 바램이 너무 과한 것이었겠죠? 드라마를 끊어야겠습니다. ^^
숙소를 잡지 않고 오는 바람에 걱정을 했지만 지역 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이라 어렵지 않게 숙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알려진 많은 곳들은 이미 예약 완료되어버렸지만 조금만 욕심을 버리니 저렴하면서도 충분히 괜찮은 숙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려간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최초의 지방대학이라 할 수 있는 소수서원이었어요. 우리가 제일 빨리 찾은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소수서원은 부석사를 찾아가는 길에 그냥 들렀다 가려했는데 의외로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볼거리도 많아 오전 나절의 절반 이상을 보내버렸답니다. "잘 왔다"를 계속 되뇌이며 둘러봤으니까요.
<부석사>
영주하면 자동으로 부석사가 떠오를만큼 영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부석사를 찾았습니다. 제 기억엔 부석사가 없는데 어머니는 계속 어릴적에 와 봤다고 주장하시네요. 하긴,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에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곳들을 가봤으니 제 무의식 어딘가에는 부석사의 부스러기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무릎팍 도사에 나왔던 유홍준 교수님을 떠올리며 부석사를 돌아봤습니다.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우리 동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
<봉화 송이축제>
다시 봉화로 발길을 옮겨 송이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지요. 송이향이 가득히 퍼지는 그곳은 그저 지나다니는 것만으로도 몸보신 한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워낙에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라 선뜻 선택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경험이었답니다. 다음번엔 봉화 송이체험을 한번 떠나봐야겠습니다.
바로 요녀석이 1등급 송이입니다. 얼마냐구요? 기다려주세요. 곧 포스팅해 올리겠습니다. ^^
<우곡성지>
이름만 들어오다가 표지판을 보고 찾아간 곳이었습니다. 열심한 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자로서 의무감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찾은 이곳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세상 곳곳에는 제가 지금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네요. 그걸 생각하면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해우기님의 포스팅(http://dksgodnr.tistory.com/entry/바람그리고-메밀밭)을 보고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봉화의 메밀밭을 찾아갔습니다. 해질녘 도착한 봉화는 체감온도가 겨울이라 느껴질 만큼 쌀쌀한 곳이더군요. 그래서인지 벌써 메밀꽃들은 땅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나마 몇 송이 남아 있는 그 곳에서... 제 아쉬움을 알았는지 고라니 한 마리가 측은하게 저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요. 서로 바라보기를 한참~ '이만하면 됐지?'하면서 숲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아~ 고라니가 그렇게 빠른 동물인지 몰랐습니다. 눈이 마주칠 땐 차마 작은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던 입에서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신나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 봐~, 저 봐~, 세상에... 어떻게...' 저도 제가 뭐라하는지도 모르게 그냥 마구 흘러나오더군요.
이렇게 우리 가족의 1박 2일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경북 북부(예천-영주-봉화)로의 여행은 너무나 완벽해 남은 2011년을 살아갈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여운으로 열심히 한 해를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조만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 나눠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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