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용암이 잠재해있는 곳이라 모든 것들이 죽은 것 같지만 그 뜨거움도 질긴 생명을 이길 순 없었나 보다. Kilauea Iki로 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높다랗게 우거진 숲은 화산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광경이다. 묘하게 생긴 나무와 풀, 꽃들 덕분에 언젠가 본 영화의 ‘아바타 세상’에 들어온 듯하다. 금방이라도 나뭇가지를 헤치며 푸른 피부를 가진 아바타가 불쑥 나타나 내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이 생명의 숲을 지나면 용암의 위를 걸어볼 수 있는 분화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데 그저 바라만 보고 돌아 나온다.
분화구 아래에는 색색의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들은 어떤 맘으로 저 길을 걸어갈까 사뭇 궁금해진다.
아바타 세상에는 내 키보다 훨씬 큰 고사리과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처음의 모습이 그러하진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이렇게 큰 나무가 되었을까... 맑은 공기와 이슬을 먹고 자라 그런가 보다. 본래 깨끗한 공기겠지만 빗물이 씻어간 이곳의 공기는 내 폐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 같다.
<서스톤 용암동굴(Thurston Lava Tube)>
용암길 위를 걸어보지 못한 섭섭함에 대리만족이라도 하자는 식으로 찾은 서스톤 동굴은 흐르는 용암이 지나간 뒤 만들어진 작은 동굴이다. 우리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회동굴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 석회동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기에 종유석 기둥도, 물웅덩이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물고기의 뱃속에 들어온 듯 굴곡진 모습이 벽면을 만지면 간지럼을 이기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어두워 사진은 제대로 찍어내지 못했지만 하늘에서 부터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너는 어디서 온 아이니?
작은 꽃망울도 이슬을 가득 머금고 웃고 있다. 안녕!
<용암이 삼켜버린 길(Chain of Craters Road)>
펠레의 저주가 스민 곳일까, 길게 잘 뻗은 길이 어느 순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무섭게 길의 끝을 삼켜버린 용암은 검은 재가 되어 먼지로 날아다닌다. 용암이 지나간 자리는 코끼리의 피부껍질처럼 투박해 보이지만 묘하게도 거칠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흘러내리는 붉은 용암의 모습을 볼 수 있단다. 이를 경계하는 것인지 공원 입구에서 받은 안내문에도 ‘용암이 흐르면 주의하고 정신을 차려라’라는 구절이 있다. 잘못하면 아마도 그 모습이 세상에서 만나는 마지막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흘러내리는 용암으로 인해 빅 아일랜드의 면적이 매년 넓어지고 있단다. 펠레의 저주로 국토의 면적은 늘어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이 즈음해서 우주여행을 끝내기로 했다. 우주여행... 세상에 두 번 없을 경험이지만 약간의 아쉬움을 함께 담아두면 추억의 앨범에서 꺼내보는 것도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기서 접어두기로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왜 화산공원이야?’하고 묻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보는 모습에 지금처럼 호기심을 담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모두를 알고 가는 여행도, 모르고 가는 여행도 그 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여행자는 그 매력을 주워 담을 수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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