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항공 탑승구인 107게이트에 이르니 분위기는 이미 하와이이다. 유니폼도, 그녀들의 귀에 꽂힌 꽃도, 들떠 있는 여행자들의 마음도, 모든 것이 '이미 하와이는 시작됐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빨리 솟아올랐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하와이안항공 기내풍경>
기존의 은은한 분위기의 기내풍경과는 달리 하와이안항공은 실내도 하와이의 이미지처럼 컬러풀하다. 짙은 보라빛과 커다란 꽃무늬가 전혀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꽃무늬로 장식된 기내는 처음보지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라 친근감이 든다.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보라색을 고급스럽게 뽑아내어 하와이안항공의 첫인상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놓았다.
일단 첫번째는 간단한 음료 서비스. 어쩜... 냅킨까지 저렇게 하와이스러울까. 이미지 메이킹 하나는 최고다!
<기내식 안내>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시간. 늦은시간이지만 기내식에 대한 기대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좌석 앞 주머니에는 기내서비스에 대한 안내문이 있는데 기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을 안내한다. 식사는 따로 주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탑승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음료와 기타 서비스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다. 아래에는 하와이안항공 기내식을 담당하고 있는 차이 차오사레(Chai Chaowasaree)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까지... 그는 오아후에서 레스토랑 차이스 아일랜드 비스트로(Chai's Island Bistro)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의 레스토랑에서, 그의 서빙을 받으며 멋진 식사까지.. 하하! 왠지 이번 여행도 시작부터 행운으로 가득하다.
<인천발 첫번째 기내식>
밤 늦은 시각의 식사임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위에 부담가지 않는 간단한 비빔국수가 나왔다. 저녁에 밀가루 음식이 안받는 사람도 있지만 다행이 내 위장은 너무나 튼튼해 그런 것에는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고추장을 2개씩이나 팍팍~ 뿌려 신나게 비벼 먹었다. ^^ 후식으로 주는 찹쌀떡도 맛났고, 국수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먹고 바로 잠에 들려니 좀 그래서 이것저것 만지작하며 시간을 보내다 주변을 돌아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잠에 빠져있었다. 운이 좋게도 갈때엔 좌석이 많이 남아있어 2인좌석(항공기가 2-3-2형식이었다) 하나를 내 침대로 쓸 수 있었다. 완전히 편하다 할 수는 없지만 꼿꼿하게 앉아서 자는 것보다는 훨씬 더 편안하게 긴 시간을 비행할 수 있었다. 긴 비행 이렇게 다리뻗고 날아간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와이안항공은 인천에서 저녁 9시가 넘어 출발해 하와이 도착시간이 현지 오전 시간이기 때문에 싫어도 잠을 좀 자둬야 한다. 그래야 도착해서 하루를 버리지 않고 온전히 여행에 쓸 수 있다.
<하와이 도착 직전 아침식사>
내리기 전, 아침식사. 아침식사는 오믈렛과 김치, 토마토... 금방 눈을 떠서인지 맛은 좋았지만 다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후식으로 나온 요구르트와 파인애플은 가지고 나와서 여행 중 출출하거나 심심할 때 먹었다. ^^ 개인적으로는 비빔국수보다 아침에 나온 기내식이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심히 노력한 티가 난다.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ㅎㅎ
여기서 돌아오는 날 기내식까지 함께 공개~~~
<돌아오는 날 점심 식사>
이번 기내식에선 차이스 아일랜드 비스트로 셰프 차이의 향기가 짙다. 그를 한번 만나고 나니 내가 만났던 그의 이미지 잔영이 이곳까지 어리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이 기획한 음식이라 생각하니 더 즐겁게 입으로 마음으로 전해진다. 아~ 고기도 입에서 살살 녹는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인천발 저녁식사 비빔국수는 그의 음식이 아닌 것 같다. ㅎㅎ
빅아일랜드에서 재배한 유기농 야채 샐러드와 바베큐, 그리고 케익까지 깨끗하게 싹~ 비웠다.
내가 본 하와이안항공 기내식의 정점은 마지막 저녁메뉴이다. 정식 저녁으로는 좀 그렇고 해서 스넥식의 간단한 식사가 제공되는데 깜짝 놀랐다.
<마치 선물을 싼 것 같은 하와이안항공의 기내식>
승무원들이 지나가면서 하나씩 주는데 밥은 온데간데 없고 보자기에 꽁꽁 싸인 박스를 주는게 아닌가. '아~ 하와이안항공이 취항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기내기념품을 선물로 돌리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었다. 근데 손에 닿는 느낌이 금방 냉장고에서 꺼낸듯이 조금은 싸늘하다. 싸놓은 모양이 넘 이뻐서 풀기가 아까울 정도다.
이때까지만 해도 식사라는 확신은 없었다. green restaurant이 약간의 힌트를 주었지만 그대로 긴가민가 했었다. 하지만 박스를 열어보니... 후훗~
이렇게 이쁘게 음식들이 담겨있다. 맨 위를 덮고 있는 과자를 꺼내니 아래엔 또다시 비닐에 꽁꽁 싸인 또띠아 같은 스넥이 나온다.
이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설명할 수 없는 야릇한 맛인데 내겐 꽤 맛있으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앉으신 어르신은 한 입 베어 드시더니 이내 못먹겠다고 싸넣어 버리신다. 그리고 한참 뒤... 컵라면을 가지고 오셔서 드셨다. 젊은 사람들이야 재미로, 맛으로 먹을 수 있겠지만 하와이에서 몇 일간 서양식으로 드신 분이 이런 음식까지 드시려면 힘드시기도 하겠다. 난 하나 더 먹고 싶을 정도로 좋았는데... 목구멍까지 그 말이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ㅎㅎ
드디어 내려야겠다. 승무원들도 머리에 꽃을 한 송이씩 꽂고... 나도 빨리 내려 머리에 달 꽃을 찾아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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