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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Travie)에서 예상치 못했던 유레일패스를 받아들고 구름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이 사라질까 두려워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꼭꼭 숨겨두고 생각만 하면서 즐거워했다. 꼭 논밭에 돈항아리를 묻어두고 혼자 웃음짓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말이다. 분명 이유없이 실실 웃어대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을게다. 실없는 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즐거움은 '과연 가능할까'하는 생각으로 잠식되어 갔다. 만화를 보면 화난 사람 얼굴이 붉은색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내 머리 속에서 작게 시작한 걱정이 어느샌가 내 생각, 내 마음에 한 가득해졌다. 그 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못해 '쿵!'하고 떨어지기를 몇 번, 결국 '일단 질러 보자'라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둘째가라면 서러울만치 우유부단한 내가 이런 결정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 내가 보기에도 이상하지만 여튼 앞뒤 재지않고 가보기로 했다.
▶ 5월 26일 유레일 패스 발권
▶ 5월 28일 항공예약(타이항공)
▶ 6월 첫째주 타이항공 취소, 여행 포기의 기로에서 고민
▶ 6월 8일 이탈리아, 스위스 가이드북 구입
▶ 6월 14일 항공발권(대한항공-인터넷으로 좌석입력 완료)
▶ 6월 18일 밀라노 '최후의 만찬' 관람 예약
▶ 7월 6일 베로나 오페라 '아이다' 예약
▶ 7월 1일 ~ 13일 숙박 예약(이탈리아 7곳, 스위스 1곳)
▶ 7월 24일 환전
▶ 7월 25일 새벽에 짐싸서 출발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내가 한 전부이다. 정말이지 최소한의 준비로 떠났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준비는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떠나지 않을 순 없지않는가. 그래서 내가 정한 이번 여행의 테마는 '즉흥여행'이다. ^^ 6개월 전부터, 1년 전부터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만하면 즉흥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나? ^^
★ 한가지 팁!
<SeatGuru 홈페이지>
일단 어디론가 떠나기를 결정했다면, 특히 그 곳이 7~8시간 이상의 비행을 해야하는 곳이라면 항공에 대해 조금은 신경쓰는 것이 좋다. 다행히 오랜 비행시간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잘 견디는 천의 여행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비행기 좌석에 따라 편안함, 편리성의 정도를 평가해 놓은 사이트를 찾았다.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사이트일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공항에 가서 주는대로의 좌석을 받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다. 그래서 내가 탈 비행기를 확인하여 어떤 좌석이 좋을지 찾아봤다. 초록색이 제일 좋은 좌석이란다.
※ SeatGuru: http://www.seatguru.com
(여기에 들어가서 내가 탈 항공기 번호와 시간, 출발지, 도착지를 확인하면 좌석상태에 대해 알 수 있다)
SeatGuru의 도움을 받아 좌석여부를 결정하고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좌석을 확정하였다. 그래서 갈때는 창가쪽, 돌아올 때는 통로쪽으로 선택했는데 둘다 흡족한 선택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은 장거리 비행은 통로쪽으로, 단거리 비행은 창가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꼭 그래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어차피 다 채워져야 하는 좌석이니까. 굳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안되겠지만 내측이라도 통로쪽에 있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 가지고 오가면 되지 않나. ㅎㅎ
여튼 이것 외에 나머지는 가서 부딪치기다!
지금까지는 늘 오전 비행이라 꼭두새벽에 인천으로 향했는데 이번엔 오후 비행이라 조금은 여유있게 떠난다. 물론 그래도 새벽이긴 하지만... 늘 느끼는 거지만 무엇보다 힘들고 신경쓰이는 것이 대구에서 인천까지 가는 코스다. 그나마 가는 길이야 설레임과 기대, 행복감을 가지고 가게 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을 한 가득 안고 와야하는 처지이니 그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공항에 도착하여 모든 수속을 끝내고, 인터넷으로 신청한 환전까지 받았는데도 1시간 30분여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현대카드 에어라운지다. 항공예약을 현대카드로 결재했더니 에어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냥 공항로비에서 시간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더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거기다 덤으로 선물까지... 역시 공짜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한다. ^^ 에구~ 내 머리카락!
저 동그란 의자 얼마나 편안한지 모른다. 뒤로 기대면 원이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편안함을 준다. 집에 하나 들여놓고 TV볼 때 앉아서 보면 넘 좋겠다.
<폴딩형 트래블백>
에어라운지를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연 1회 제공하는 트래블백이다. 검은톤과 갈색톤 2종류가 있어 선택할 수 있다. 난 이리저리 굴려도 때 묻은 표가 나지 않는 검은색으로 선택했다. 의외로 이 트래블백 쓸모가 많았다. 캐리어에 붙여서도 사용할 수 있고, 용량도 꽤 크다. 돌아와서 엄마에게 드리니 매년가서 받아야겠다고 하신다. 상당히 맘에 드셨나 보다. 여튼 웃음 주시는 울 어머니.
<main lounge>
현대카드 라운지는 공항 2층 로비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출국심사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심사대로 가야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메인 라운지에는 인천공항의 항공운항 정보에 대해서 시시각각 알려주고 있다. 눈에 익은 단순한 전광판이 아니라 산뜻한 색채를 이용한 감각있는 안내판이 마음에 든다. 따뜻함과 편안함을 함께 제공하는 공간이다.
<비즈니스 섹션 및 패밀리 라운지>
컴퓨터, 인터넷, 팩스, 복사기, 스캔... 왠만한 사무기기는 모두 모여 있고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다. 나도... 복사해 놓은 여권 사본을 두고 와서 다시 이곳에서 한장 복사를 했다. 너무 깔끔하게 잘 나오는 구만. 출발하기 전 올린 포스팅도 이곳에서 올린 것이다. ^^ 사무 기기 말고도 여러 종류의 여행책자, 어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그림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식음료 서비스>
식사까지는 아니지만 간단한 차와 음료, 와플 등의 쿠키가 준비되어 있다. 2시, 엄밀히 말하면 1시 50분이 출발하는 비행기라 타고나면 바로 기내식을 줄테니 식사를 하고 가기엔 좀 그렇고 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아침도 안먹어 사실 배는 많이 고팠다) 내 맘을 알아주는 구나. 여기서 먹은 삼각김밥이 어찌나 맛나던지 잊을 수가 없다. 배가 많이 고팠던 탓도 있을 것이고... 여튼 약간의 배를 채우고 간다.
<내가 타고 갈 항공기>
유럽으로 가면서 대한항공은 처음이다. 경유편을 타고 갈땐 이것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직항을 타보니 사람 맘이 달라진다. 일단 말이 시원스레 통하니 편한건 말할 필요도 없고, 영화나 기타 서비스도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하니 그리 지루하지 않게 하늘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비행시간도 짧다. 우여곡절 끝에 타고가는 대한항공이지만 생각보다 저렴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조짐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깜짝놀랄만큼 좋았던 일이 많은 여행이었다. '이렇게 편하고 좋은 것에 길들어지면 안돼!' 계속 되뇌이면서 여행을 시작한다. 더 많은 여행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을테니까 말이다.
<대한항공 서비스>
영화도 한편 보고, 편안하게 신발도 벗어던지고 기나긴 비행을 시작한다. 지금부터 나는 비행소녀가 된다. ㅎㅎ 비행처자~?
'유령작가'라는 영화를 봤는데 도통 뭘 얘기하고 싶어하는지를 모르겠다. 그닥 재미도 없고, 중간에 끊긴 찝찝해서 겨우 끝까지 보긴 했다. 아마 중간에 약간 졸아서 그런 듯 싶다.
<기내식>
밀라노로 갈때는 비빕밥과 해산물 기내식(총 2회)이 나왔다. 의외로 외국인들도 비빔밥을 선택한다. 예전 대한항공에서 비빔밥이 기내식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이슈가 된 것을 뉴스로 본 적이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우리 음식을 소개한다는 측면에서는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예상보다 별로였다고 하는 이유는 내가 선택한 것이 비빔밥이 아니었는데 주문한 음식이 바닥난 탓에 대체식품으로 먹어서일 수도 있다. 스튜어드가 소고기보다 비빔밥이 더 맛있다고 했지만 일단 한번 팅겼다(?)라는 점에서 마이너스를 받았다. 그러니 약간은 주관적 선호도가 반영된 셈이다.
고추장 2개를 꾹~ 꾹~ 눌러 짠 후 비벼 먹었다. 하나론 조금 부족한 듯... 그래서인지 약간 짠 것 같기도 했지만 밍밍한 것 보다야 훨씬 낫다.
<알프스 어딘가 쯤에?>
밥 두번 먹고, 영화 한편 보고, 게임 조금 하고, 여행책자 조금 보고 그러니 어느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왔나 보다. 시간상으로는 여기가 히말라야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히말라야를 지나가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한여름 눈덮인 산 중 내가 아는 것은 알프스 밖에 없으니 그쯤 될거라 예상한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눈을 보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이 잠시 스쳤지만 다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은 뒤 밀라노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알고보니 내가 탄 항공기는 밀라노를 경유하여 로마로 가는 항공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밀라노에서 내린 사람이 많지 않다.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을 머리 위에 두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말펜사 버스>
말펜사 공항에서 밀라노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말펜사 버스를 이용하거나 말펜사 익스프레스라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버스를 타면 중앙역으로 가고 기차를 타면 카도르나역으로 간다. 내가 갈 민박집(이번 여행의 숙소는 거의 한인민박이다)은 중앙역과 카도르나역 사이쯤 되어 선택의 자유가 크지만 가격대의 비교로 말펜사 버스(7.5Euro)를 탔다. 중앙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으로 찾아갔다.
버스를 타고 안을 살펴보니 밖에서 볼 때보단 조금 지저분하다. 주변에 껌딱지가 붙어있는 곳도 많다. '아~ 이탈리아! 이렇구나.'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분위기 파악은 된 셈이다. 나름대로 이탈리아에 대해 정의해 본다.
<민박집이 있는 아파트>
이탈리아의 한인민박은 파트의 형태를 띤 곳이 많다. 내가 간 곳은 모두 다 그랬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아파트인데 들어가면 어찌나 방이 많은지 깜짝 놀란다. 형태도 우리동네처럼 중앙 거실을 중심으로 방이 배치된 것과는 달리 작은 통로를 두고 양 옆으로 방이 있는 형태이다. 꼭 학교에 가면 복도가 있고 양쪽으로 교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단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한 것이 첫 인상은 합격이다.
<아파트 입구>
그 영화에서만 보던 수동식 엘리베이터도 타보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은근히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어려워하는 한국 사람이 많다고 한다. 자동으로 여닫히는 엘리베이터만 타봤으니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 뭐.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니 고장났다고 하기도 하고, 또 우리 엘리베이터에선 잘못 작동하면 call을 부르면 되는데 이곳엔 call을 부르면 아파트 전체에 울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익숙치 않은 조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민박집 아주머니들이 엘리베이터에 대한 사전 교육을 아주 꼼꼼하게 반복하신다. 많은 에로사항이 있었나 보다.
저녁에 도착해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끓여주시는 라면을 먹고 짐 정리를 하면서 내일부터 시작될 즉흥여행을 생각해본다. 비행기에서 간단하게 밀라노에 대해선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계획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여행이니까. 특히 자유여행이라면 더욱 더 그렇고. 그래서 나는 여행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진정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약간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1인 여행자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그래, 이렇게 시작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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