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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22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소설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 방학이 다 가기 전에 소설 한편은 읽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손에 쥐게 된게 바리데기다. 출간되자마자 동생이 가져온 책을 보면서 '나중에 시간되면 읽지'라고 생각했던게 벌써 몇 년이 지나버렸다.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릴 때에도 '집에 있으니 언제곤 읽으면 되지'라고 생각했었다. 어쩜 그러면서도 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이리도 없을 수가 있을까. 단지 황석영의 소설이라는 점을 빼고는 내가 이 책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북한에서 태어난 '바리'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그저 가볍게 읽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는데 읽는 내내 그녀 삶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눌러 그만두지도 못하고, 편하게 읽지도 못하는 양상이 되어버렸다. 워낙에 감정이입이 잘되는 나지만 실제로 보지도 못한 한 사람의 생애가 내게 이렇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몰랐다.
딸부잣집의 막내 딸로 태어나 버려졌지만 끈질긴 생명이 그녀의 운명이었는지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 때부터 고난의 삶을 이어간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이 그녀의 고향이었지만 권력의 끝자락을 쥐고 있던 아버지 덕택에 그나마 괜찮은 삶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외삼촌의 남향이 알려지고는 안정적이던 삶의 틀도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중국으로, 산 속으로, 다시 북한으로, 다시 중국으로, 어느새엔 영국으로... 멈출 수 없는 방랑이 시작되었다. 이동을 할 때마다 그녀 가족도 하나 둘씩 사라졌지만 인생은 한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닌가보다.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인연을 맺어 가며 유행가 노랫말처럼 눌려도 다시 살아나는 잡초같이 살아 남게 되니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심심찮게 뉴스의 단골 소식으로 나오는 것이 북한의 실상에 관련된 내용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게 되면서 일명 '꽃제비'라 불리는 사람들도 나오고, 그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고 몇 일 뒤엔 그녀가 사망했단 소식까지 전해졌다. 읽는 내내 그 시커먼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 놈의 이데올로기가 도대체 뭐길래 세상을 이리도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하긴 우리 집에서 조차도 통일될 수 없는게 이데올로기가 아니던가. ㅎㅎ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은 요지경이라... 북한이라는 곳은 어쩜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지독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다. 읽을 때의 몽롱함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아 조금 더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단 단순한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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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도 밥과 같아서 오래가면 쉬게 마련이라 자꾸 폐를 끼치면 나중에 정말 도움이 긴요할 때는 냉정하게 돌아서게 된단다.
언제나 그렇듯이 누구나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그를 따라가버린다.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했다는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통이 있다. 그렇지만 모두 자기가 풀어야 하는 거야.
신은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시는게 그 본성이다. 색도 모양도 웃음도 눈물도 잠도 망각도 시작도 끝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다. 불행과 고통은 모두 우리가 이미 저지른 것들이 나타나는 거야. 우리에게 훌룽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우여곡절이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 이겨내야 하고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그게 신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거란다.
육신을 가진 자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상에서 이미 지옥을 겪는 거란다. 미움은 바로 자기가 지은 지옥이다. 신은 우리가 스스로 풀려나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를 잠자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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