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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0) 여름 SK텔레콤에서 받은 책이다. 한참 미뤘다가 이제야 읽었다. 미뤄둔 숙제를 하는 것 마냥.
여행과 영화라는 두가지 코드 모두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주제라 흥미롭게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특정한 영화를 보면서 멋진 곳이 나온다면 '저 곳에 가봤으면...' 내지는 '꼭 가봐야지'이라는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이다.
영화를 좋아라하지만 매니아라 할 수 없고, 관심은 있지만 조예가 깊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인지라 모르는 영화도 있고, 제목만 들었던 영화도 있고, 다행히 본 영화라 추억의 길모퉁이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여행에 대한 동경'이 있고, 단순한 동경의 마음을 스토리라는 재료로 더욱 크고 둥글게 뭉칠 수 있다는 것일테다.
개인적으로는 관객의 대부분이 극찬했던 영화 <원스>의 영화음악보다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더블린의 좁은 거리가 찐한 여운을 남겼고, 맘마미아가 더욱 경쾌하게 보일 수 있었던 건 쨍쨍한 햇살 아래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스키아토스 섬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애잔한 사랑보다는 호주의 울룰루가 더 가슴에 남았다.
그렇다고 영화가 영~ 잊혀진건 아니다. 피지 모누리키 섬에서의 1박 2일에선 푸른빛의 바다보다는 톰행크스와 함께 <김씨 표류기>의 정재영이 먼저 떠올랐고, 비틀즈의 음악으로 포장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는 기억해두고 꼭 봐야할 영화로 새겨둘 수 있었으니 영화에 대해서도 작은 수확을 얻었다. 또 한참을 컴퓨터 하드에 잠재워두었던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다시 끄집어내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그리곤 결국 보았다. ㅎㅎ
영화로 한번의 여행을 떠나고, 멋진 장소로 또 한번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돈도 들이지 않고, 약간의 시간만으로 얻는 여행치곤 꽤나 괜찮은 여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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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뒤로 걷는 일일 것이다. 그게 내 삶의 자취이든 세상의 뒤안길이든, 뒤로 걸을 때 익숙하고 빠르게 지나쳤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재발견된다.
고독은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위에 있지 않다. 언제나 그것은 북적대는 시장 한복판이나 모두들 떠들썩하게 술잔을 비워대는 술집 같은 곳에 있다. 인간은 컴퓨터 그래픽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한순간에 말끔히 지워버리고서, 눈을 감은 채 코앞의 군중을 보지 못하는 척, 거듭 SOS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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