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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로마] 팔라티노 언덕에서 시작된 로마제국,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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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은 티볼리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에 있어야겠지만 시에스타 등 여러가지 제약들로 다시 로마제국으로 왔다. 아무래도 거금 12유로를 주고 콜로세움 하나만 보기엔 아까운 생각이 크게 들었기 때문에 다시 이곳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포로 로마노는 캄피돌리오 광장이나 콜로세움 등에서 넘겨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꼭 찾아야겠단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콜로세움 티켓과 공용티켓으로 묶어두어 나머지 3곳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어차피 폼페이에 갈 예정이 없으니 이곳에서 로마제국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찾은 곳이 이곳 팔라티노 언덕과 포로 로마노이다.

<콜로세움, 팔라티노, 포로 로마노 티켓>

민박집에서 만난 친구들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둘러보지 못했을 곳이다. 티켓을 구입하고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아 기간이 2일간 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듣고도 설마.. 했는데 뒤쪽에 찐~하게 씌여있지 않는가. 이래서 여행은 일행이 있으면 좋다는 거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줄 수 있는 동료가 생기는 것이니까. 혼자하는 여행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이런 부분은 절대 혼자 채울 수 없는 부분이다.

티켓: 12유로, 48시간 유효권으로 콜로세움, 팔라티노 언덕, 포로 로마노, 박람회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로마유적 일대 안내도>

입구에는 이 부근에 있는 로마유적의 안내도가 있지만 너무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있어 안내도를 머릿 속에 기억해서 다니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략 어느정도의 위치에 뭐가 있다는 정도만 익히고 들어간다. 그렇다해도 기억하기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곳을 둘러보려면 여행책자 등에 소개되어 있는 지도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아~ 화장실의 위치는 꼭 기억하고 가야쥐~!

<폐허가 된 팔라티노 언덕의 건물흔적>

로마에서도 가장 역사적인 장소를 꼽으라면 팔라티노 언덕이 1순위가 아닐까 싶다.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로마제국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로물루스가 이곳에서 로마를 선언했고, 대대손손 로마의 황제들과 귀족들이 생활터전으로 삼았던 곳이다. 지금은 바람처럼 사라진 로마의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이지만 그 흔적만이라도 살펴보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네로 등이 이곳에 황궁을 세웠고, 신전, 경기장, 목욕탕 등 화려한 건물과 프레스코화, 조각 등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언뜻 보기에도 질서정연하게 쌓인 벽돌이 얼마나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졌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현대의 건축물로도 손색없는 그런 건물이다. 사라져버린 그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미찌아노 스타디움의 일부>

세계를 호령했을 로마 왕들의 저택인데 지금은 모래먼지만 날고 있다. 왕들은 그들의 제국이 영원할거라 생각했을까? 무심히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이 원망스러웠을까, 계절답지 않게 모랫바람만 매섭게 불어댄다. 그탓에 팔라티노 언덕을 돌아다니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다녔는데 왠지 모랫바람 때문이라는 생각보다는 불꽃처럼 사그러져간 로마제국의 모습에서 아련함이 더 커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디움 발코니>

스타디움의 발코니가 아니었을까 추정되는 곳이다. 왕의 가족들은 저 위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마차경주를 봤을 거다. 저기서 100m 달리기라도 한번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문득 든다. 예전에 몇 차례 이곳을 완전개방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개방하지 않고 있다.


<아우구스투스 황궁의 내부 정원>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사저로 팔라티노 언덕의 꽤 넓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황궁이 넓다기 보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유적지가 넓다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허물어진 흔적만 봐도 대단하다는 말이 줄줄이 나오는데 온전히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대단했을까 싶다. 만약 이런 흔적만도 없었다면 세상 사람들 아무도 이런 규모와 건축기술을 믿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또 하나의 아틀란티스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리비아의 집으로 추정된다. 아우구스투스가 말년에 그의 부인이었던 리비아와 함께 살았던 집으로 많은 벽화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흔적만 남은지라 건물이 있었던 위치로 파악해야 하는데 이곳을 둘러볼 때엔 책을 가져가지 않아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황궁벽으로 둘러싸인 팔라티노 언덕의 끝으로 가면 치르코 마시모(대전차 경주장)가 보이고 UN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기구(FAO)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산책로가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전차 경기장이 열렸던 곳이 치르코 마시모이다. 예전 영화 [벤허]에서 바퀴가 빠질만큼 쎄게 달려나가던 전차들의 생생한 경기장이 이곳이었구나... 가상이 아니었어.

<돌기둥과 조각들의 흔적>

여기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들이 오래된 유적들이 아무렇지 않게 곳곳에 굴러다니고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박물관 가장 깊숙한 곳에 고이고이 간직했을 유물들인데 너무나 많은 유적들이 있다보니 모두다 보관하지 못하는가 보다. 이곳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기원전에 가져다 놓았던 이런 유적들을 의자로 삼기도 하고, 기둥으로 삼기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지금도 발굴 중이라 언젠가는 복구가 되어 제자리를 찾게 되겠지만 놀라운 모습인건 확실하다.

<플라비아 황궁의 터>

팔라티노 언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플라비아 황궁이란다. 알려진 바로는 그렇지만 실제 사람들은 스타디움 주변에 더 많았다. 플라비아 황궁은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만든 곳인데 대리석으로 사치스럽게 장식되어 있고, 커다란 분수와 욕실 등이 있어 로마 시인들이 가장 훌륭한 저택으로 꼽았던 곳이란다. 뿐만 아니라 황궁의 벽은 거울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침입하는 암살자를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뒤를 봐야하는 구나. 하기야 가족도 믿기 힘든 판국에 누구를 믿을 수 있었을까.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데 교황 식스투스 5세가 허물라하여 그렇게 되었단다.


당시 2층으로 된 집을 지을 수 있었다니 놀랍기 그지 없구나. 촌스럽게 자꾸 감탄이 나와 죽을 지경이다. ㅎㅎ

 

<팔라티노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만도 대단했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로마 공회장(포로 로마노)은 더욱 거대한 건축물들로 하나의 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공회장을 내려다 봤을 황제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라도 뿌듯함과 우쭐함이 하늘을 찌를만큼 생겼을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의 혼령이 이곳에 서서 흐트러진 공회장을 내려다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라져 버린 자신의 제국에 대한 한탄과 함께 현대 문명이 최고의 문명이라 믿고 있는 우리들을 보며 웃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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