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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로마] 4대성당(2)-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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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혼자만 이리저리 다녔더니 이제는 조금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했던 것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하루를 보냈더니 특별히 한일은 없는데 다른 날보다 더 많이 지치는 것 같다. 그래서 일찌감치 숙소로 향했다. 짧은 일정 중 멀건 대낮에 집으로 들어간다는 건 아까운 일이지만 바쁘게 다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돌아간다.

대체로 로마의 한인민박들은 최대 밀집지역 중 한 곳인 테르미니역 부근에 많이 몰려있는 것 같다. 역주변이 대개 그렇듯이 로마의 역주변도 너무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는 예측할 수 없는 곳이라 언제나 위험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지만 반면에 다이나믹한 재미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집으로 향하던 중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 따라가봤더니 로마 4대 성당 중 한 곳인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이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로마에서 네번째로 큰 성당으로 꼽히고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은 이름을 닮았는지 아름다운 기품이 흘러내린다. 다른 로마의 4대 성당들이 남성적 거대함과 웅장함을 가졌다면 이곳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은 여성스러움의 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따스하게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높이 솟은 저 첨탑이 로마에서 가장 높게 솟은 첨탑이라 한다.

<아기를 안고 있는 성모님>

아무래도 성모님과 많은 관련이 있는 성당이다보니 성당주변으로 성모님과 관련된 기념물들이 많다. 성당을 짓게된 배경도 성모님과 관련이 있고, 서방에서 성모님께 봉헌된 첫번째 성당이니 성모님과의 인연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앞 광장에는 1614년 베르텔롯이 조각한 성모상이 세워져 있는데 마첸치오 공회당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성모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한다. 저기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사람이 젤로 부러웠다. ^^



건물 안쪽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13세기에 만들었다는 번쩍이는 모자이크가 전면 상층부에 있다. 위로 올라갈 시간은 안되서 껑충껑충 얼마나 뛰어댔는데 아무리 뛰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더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이 모자이크는 성당을 세우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단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Basilica di Snta Maria Maggiore)의 기적


352년 8월 5일, 로마의 귀족인 조반니 부부의 꿈에 나타나신 성모님은 다음 날 아침 눈이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면 염원하던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이라면 8월 6일인데 한 여름에 눈이 내린다는 것이 정말 믿어졌을까? 조반니 부부는 리베리우스 교황에게 찾아가 꿈의 내용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교황도 똑같은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한여름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 꼭대기에 하얀 눈이 내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세운 성당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이다. 이러한 전설때문에 '눈의 성모 마리아(설지전)'라고 하기도 한다.

352년 처음 세워져 여러번의 개보수가 있었는데 현재 성당의 틀은 5세기 교황 식스투스 3세가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동정 마리아를 공식적으로 예수님의 어머니로 선포한 것을 기념해 개축한 것이고, 1743년 푸가(Fuga)가 전면을 바로크 양식으로 복구했다.


<발다키노: 교황의 제단>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미사의 마지막 부분이 진행되고 있어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가게 되었는데 지금까지의 미사와는 다르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성당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것이 뭔가가 있는 분위기다. 그러다가 머릿 속에서 번쩍였는데... 오호~ 바로 8월 5일이 아닌가. 전설의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로마에서는 지금까지도 8월 5일이 되면 뉴스 언저리에 '오늘도 눈을 기대해 봅시다'라고 이야기한다고 하니 8월 5일의 마조레 성당은 로마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듯 하다. 이제 이곳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지 미스테리가 밝혀졌다. 비밀을 한꺼풀 벗기고 나니 괜히 나도 특별한 은총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ㅎㅎ

<성당 내부>

마조레 성당도 여느 성당과 같이 세로로 길쭉한 형태를 띄고 그 사이를 일렬로 늘어선 기둥 위에 있는 모자이크들이 성당의 분위기를 잡아준다. 36개의 네모난 틀에는 구약성서의 내용이 모자이크로 되어 있고, 그 위 아치에는 신약성서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모자이크 자체도 자그마치 5세기의 것이라 한다. 천정을 장식한 금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진출해서 처음으로 가져온 것이다.




꿈에 나타난 그날을 기념하려는지 많은 사람들이 성당의 발다키노(천개) 주변을 떠날줄 모른다. 성당의 관리인이 모두 나가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도 말이다. 물론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우연히 만나게된 특별한 은총을 놓칠세라 끝까지 눌러 앉아 있다가 나왔다.

이 성당의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은 베르니니의 무덤이다. 바로크의 거장으로 불리는 베르니니의 명성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분명 이탈리아의 위대한 예술가 베르니니의 무덤이다(계단 한켠에 있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올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 있는듯 없는듯 만들어진 그의 초라한 무덤은 발견함과 동시에 빛으로 빛나는 것 같다.

<발다키노 아래(예수님 구유)>

화려한 발다키노 주변에는 당시의 기념이 될 만한 기념품과 보물들이 장식되어 있다. 특히 발다키노 아래에 있는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때 누워있었던 말구유의 일부가 보관되어 있다. 구유를 바라보고 있는 비오 6세 교황은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

<사진출처: Wikipedia>


 
<스페인의 필립 6세, 성스러운 문(Porta Santa)>

성당 입구 오른편에 있는 성스러운 문(오른쪽 사진)은 대희년에만 열린단다. 즉 25년에 한번, 교황만이 열 수 있는 문이다. 2000년이 대희년이었으니 2025년에 열린다는 건가? 아~ 새삼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던 그 때까 생각나는군. 교황님은 대희년, 희년 성당 문열려고 다니는 것도 장난이 아니시겠구나. ㅎㅎ

<성당 뒷편 모습>

하나의 건물이 이렇게 다른 느낌을 가질까... 두리뭉실한게 더욱 부드러운 모습으로 성당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구나. 뒷쪽에서 보니 완벽한 언덕 위의 집이다. 역시... 사람들이 모인 곳엔 뭔가 볼거리가 있다. 그냥 지나쳤으면 얼마나 아쉽고, 후회했을까. 성모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지어진 성당과 함께 하루 일정 마무리? Oh~ No~ ^^ 다음은 화려한 로마의 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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