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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제주도(Jeju lsland)

[제주도] 흉내만 내보는 올레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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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바다에서 본 제주 차귀도>

세계적인 '걷기'돌풍으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소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걷는 여행'이 하나의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이 '언제쯤은 내게도...'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만의 개성을 가진 '걷기코스'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세상 어느 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비경을 가진 제주에 말이다. 그 후 빨리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굴뚝같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가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가 생겨 살짝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온전히 올레를 걷기 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올렛길을 스쳐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용수성지 내 성당>

제주올레는 순식간에 17코스까지 개장되었고, 내년 초 18코스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 중 13코스로 향한다. 12코스가 끝나는 용수포구에서 시작하여 일단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올레 12코스와 13코스의 분기점>

시작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다. 지금이야 하늘까지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지도가 없어도 큰 부담없이 안내판에 모두를 맡기고 걸어간다.


코너를 돌아 처음 맞닥들이는 풍경부터 놀라움을 자아낸다. 좀전까지만 해도 평소 접하는 풍경들과 별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는데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만 같다. 거뭇거뭇한 구름들이 하늘과 땅을 가르더니 이제는 그 힘이 다했나보다. 푸른 하늘이 웃으며 우리를 반기고 초록식물들도 하늘하늘 손을 흔들어 댄다. 저 멀리 팔랑개비까지 움직여주니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준비된 컨셉인 것만 같다. 모두다 반갑지만 해(sun)는 조금씩만 얼굴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please~

<돌담길>

역시 제주도구나. 나즈막한 돌담이 경계를 나타내면서도 서로를 훔쳐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그러니 처음 오는 사람들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걸어다닐 수 있겠다. 높은 벽은 시야만 막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막아버린다. 그렇게 움츠려든 마음은 다시 펴기가 힘들다. 특히 나 같은 소심쟁이한테는 더욱더 그렇다. 올레길이 이렇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니 내 마음은 녹아버렸다.


<의자마을: 쉬었다가세요!>

한참을 걸었을까? 논밭길에서 아스팔트길에 접어들어 지칠 때쯤 희안한 마을이 나온다. 길 중간중간 의자가 놓여있더니 금새 무더기로 쌓여있는 의자를 만났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고맙다. 땅바닥에 주저앉아서도 쉴 수야 있지만 이만한 감동을 주기는 힘들 것 같다. 덕분에 편안히 앉아 도시락을 먹는 호강을 누린다.

▶ 의자마을: 낙천리 아홉굿마을

<저지오름>

포구에서 시작해 저수지를 지나고, 특전사는 없는 특전사길을 지나 아홉굿 마을도 지나고, 숲길을 건너니 시원스레 트인 저주오름이 나온다. 아~ 오름! 이러니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가 보다. 이런 과정이 없이 보는 오름은 똑같은 오름이라도 같지 않으리라. 열심히 노력해서 오른 곳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올라가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투덜대고 힘들어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이상하게도 웃음이 만발이다. 참 묘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이 아이들의 기억속에 올레길이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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