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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Verona] 베로나에도 두오모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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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 두오모>

아침 일찍 일어나 내 단잠을 깨운 종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갔다. 평소같으면 달콤한 잠을 깨우는 것에 엄청나게 흥분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이렇게 너그럽게도 만든다. 슬쩍 웃음지으며 일어날 수 있으니 나도 이제 여행모드로 완전히 들어섰나보다. 밀라노나 피렌체 등의 두오모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데 베로나는 그 자리를 다른 곳에 내어주고 도시의 한켠으로 조용히 물러나있다. 자칫 동네 작은 성당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위엄까지 내어주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두오모 입구>

도착해서보니 두오모는 미사 중이었다. 그래서 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아~ 다음을 기약해야겠구나.' 하면서도 자꾸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주교문장이 떡하니 붙어있는 걸 보니 틀림없는 주교좌성당인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의문이 드는 것은 이탈리아의 성당들에는 주교문장이 붙어있는 곳이 많다. 우리는 주교좌 성당을 찾아야만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분명 우리와는 그 개념이 다른게 틀림없다. 다음에 이탈리아에 계신 신부님께 다시한번 여쭤봐야겠다.



<두오모 주변 모습>

두오모를 바라보며 우편에 있는 건물인데 교회는 아닌 듯이 보이지만 건물의 형태는 교회 부속건물의 하나로 느껴지게 한다. 성모상도 있고, 주교? 또는 교황? 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궁금한게 많아지면 어슬렁거리는 걸음이 자꾸만 느려진다. 오늘도 적지 않은 곳들을 둘러봐야하는데 아마 여기도 생각했던 것들을 다 보지 못하고 돌아갈 모양이다.

무작정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긴 그렇고 해서 베로나 시내를 둘러보고 이곳을 떠나기 전에 다시 두오모를 찾았다. 숙소가 두오모 가까이에 있어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아무래도 아쉬워 다시한번 이곳을 찾았다.


베로나의 두오모는 국내에서 발간된 여행책자들에서는 그 설명이나 안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탈리아 전역에는 너무나 많은 크고 아름다운 성당들이 있고, 베로나에는 두오모보다 더 많은 이슈화된 볼거리들이 있어서인가 보다. 오히려 베로나에서는 성 아나스타시아 성당이 더 자주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신자로서 주교좌 격인 대성당을 그냥 지나쳐 갈순 없는 노릇이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

중앙제대는 2중 구조로 되어있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앞으로 제대가 보이는데 뒤쪽으로 하나의 제대가 더 보인다. 그리고 천정에는 화려한 티치아노의 [성모 마리아의 승천]이 있다. 보물을 겹겹이 둘러싸고 간직하는 것처럼 성당 안으로 깊숙히 들어갈수록 더욱 신비감을 느끼게 만든다.


저 그림들을 어쩌리오. 이젠 익숙해질만도 한데 정말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성모님 제대>

어디를 가도 성모님을 공경하는 제대가 없는 곳이 없다. 프랑스가 성모신심이 대단히 돈독하다고 들었는데 이탈리아도 그런가보다. 우리나라도 그런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은데... 하기야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어떤 사람도 성모님보다 예수님을 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을테니까. 그 어떤 성인도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런 모습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 모습으로인해 비신자들에게 또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래본다.


하늘을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한 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크...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가? ^^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초를 켜두고 짧은 기도를 바치고 나왔다. 지금 이곳에서 누구를 위해 기도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 현재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 기도는 당신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두오모 건물의 앞쪽과 뒤쪽>

1139년 착공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은 천년의 역사답게 조용하게 나를 압도했다. 처음 성당들을 접하면서 나왔던 놀라움과 희열에 찬 탄성이 이젠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놀랍지 않고 그저그랬던 것을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내 가슴 깊숙히로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젠 좀 더 깊은 생각과 기도로 이 곳을 만나는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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