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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Verona] 원형경기장에서 느끼는 오페라(Aida)의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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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Aida 티켓>

베로나의 광장들을 어슬렁거리다가 드디어 오페라를 보기 위해 아레나로 간다. 내가 베로나를 찾은 80% 이상의 이유는 오페라에 있었다. 브라광장의 모든 것이 오페라에 맞춰있다고 본 것도 어쩌면 내 생각이 온통 오페라로 향해있어 그렇게 보인 탓도 있을 것이다. 베로나의 오페라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여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기가 힘들다는 여론에 따라 인터넷에서 미리 티켓을 구입해서 떠났다. 그런데 가서 보니 현장구매도 가능할 것 같다(실제로 매진되어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으니 잘 판단할 것). 특히 이탈리아는 예약하는 모든 것에 예약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되도록이면 현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티켓을 받으러가니 생각보다 고급스럽게 봉투에 넣어주니 엄청 대우받은 느낌이다.

■ 아레나 오페라 예약

  http://www.arena.it 

 아레나의 오페라 시즌은 6월부터 9월 초까지이다. 공연작은 '투란도트', '아이다', '나비부인',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이다. 매일 공연작이 달라지므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서 결정해야 한다.
 오페라를 예약하려면 어떤 오페라를 관람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좌석을 결정해서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좌석요금은 주말(금토일)과 평일(그외)이 다르다. 좌석은 가장 저렴한 18 Euro부터 시작해서 가장 비싼 198 Euro까지 다양하게 있다. 
  매주 월요일은 공연 없음! 공연의 시작은 대개 9시~9시 15분 사이이다.
 

 <아레나 입구>

티켓을 받으면 내 좌석이 포함된 구역을 찾을 수 있다. 그 구역에서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위 사진에서 보는 Gate 4가 구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엄청 많기 때문에 제대로 잘 파악해야 한다. 잘못하면 아레나를 한바퀴 다 도는 수가 생기는데 그러면 너무 힘빠져서 오페라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레나 계단>

1세기(30년)에 지어진 건물이 크게 훼손된 것 없이 이렇게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신비에 가까운 일이다. 내가 투우사의 공연을 보러가는 것인지, 오페라를 보러가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고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들어갔는데 왠걸... 좋은 자리가 없다! 이미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은 빽빽하게 사람들이 차 있다. 건너편도 마찬가지다(물론 건너편이 비어있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싼 좌석을 구입했더니만 여기 온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좌석인가보다. 끝에서 2번째 단계의 좌석(25.5 Euro)이었으니까... 제일 싼 좌석은 좀 그렇고 해서 다음 단계로 구입했더니 사람 맘은 다 비슷한가 보다.
저녁식사 대용으로 피자 한조각(엄청 크다, 그래서 담날 아침까지 먹어야 했음)과 콜라를 들고가서 시작을 기다리며 먹었다. 뜨뜻하게 달궈진 돌덩이 위에 앉아있으니 기분 참 묘하다.

<오페라 Aida의 무대>

역시 무대는 연기자들과 함께해야 생명력을 발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연기자들의 인기척이 없으니 화려하고 거대함은 있지만 죽은 공간인 것 같다. 어서 빨리 저 무대를 살려주어야 할텐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렇게 대단한 무대장치를 매일 바꾼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로 관객석이 채워지고 있다. 특히 1층 관람석은 옷차림부터가 다르다. 여성들은 최소한 드레스풍의 원피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으며 남성들도 정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띤다. 어린 아이들까지 말이다. 나는 알 수 없지만 지역 유명인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할 때는 방송에서 안내하고 조명이 그들이 좌석에 앉을 때까지 비춰준다. 그리고 안내 도우미들도 따로 있다. 아마 왼쪽에 보이는 정면 2층이 가장 명당 자리인가보다. ^^ 집에선 공연보러 갈 때 장소와 좌석을 까탈스럽게 따지는데 차마 이곳에선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 나름대로 공연관람의 철학이 있는데 아레나 앞에서 무너지는구나.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에 연기자가 나와서 저렇게 3번 정도를 알린다. 나름대로 약간의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는데 멀리있으니 뭘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웃기도하는 걸 보면 뭔가 재밌는 일을 했나보다. 참, 그리고 나처럼 먹을 것을 사가지고 간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아레나 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조금 더 비쌀 뿐...


<오페라의 시작을 환영합니다>

아레나의 오페라 시즌은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올해로 88회째이다. 해마다 전 세계의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가수들만이 이곳에서 공연할 수 있어 그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 관객들이 초를 켜서 환영한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이것도 베로나 아레나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다른 곳은 안 가봤으니까. ^^).
어떤 공연을 보는 것이 좋을까 무지하게 고민한 끝에 가장 먼저 공연되었고, 아레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이다(Aida)로 선택했다. 매일 다른 공연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날짜를 잘 확인해야 한다.


아래는 오페라가 진행되는 장면들...


다 좋은데 이렇게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치명적이다. 빽빽한 틈에서 이 자리를 잡는 것도 감지덕지였으므로 감사하면서 구경해야 한다.







오페라 아이다(Aida)

아이다는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사랑, 애국심, 헌신, 불변성, 용기 등을 담은 강열하고 열렬한 오페라이다. 원래 1869년에 초연되기로 되어있었으나 뜻하지 않은 전쟁으로 1871년에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집트 카이로를 시작으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뉴욕, 런던...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아이다는 파라오 시대 이집트 멤피스와 테베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에디오피아의 아이다가 이집트로 끌려와 노예로 살면서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라다메스는 사랑하는 연인과 충성을 맹세한 파라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가 라다메스를 짝사랑하게 되는데 아이다와의 관계를 눈치채면서 이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흘러가버린다. 에디오피아와 이집트의 결전에서 에디오피아가 패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에집트로 잡혀오게 되면서 아이다는 조국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라다메스를 통해 에집트군의 이동경로를 알아내는데 이를 파라오와 그의 딸인 암네리스가 목격하게 되면서 라다메스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죽음의 위험에 다다르게 된다. 암네리스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라다메스는 죽음을 선택하고, 그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아이다는 미리 지하무덤에 들어가 기다려 라다메스를 만나고 그 둘은 함께 숨을 거두게 된다.




 

<앙상블>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피날레>

4막까지 모두 끝나니 시간이 새벽 1시를 넘어섰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무대만 대단한줄 알았더니 연주도, 독창도, 합창도, 배우들도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오픈된 공간에서 놀라우리만치 생생한 음악을 전해주는 앙상블과 배우들의 내공이 참으로 놀랍다. 특히 개선행진곡이 나올때는 정말이지 어디론가 씩씩하게 걸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눈이 번쩍 뜨일만큼...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언제 다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야외공연도 이리 생생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사실을 깨달은채 이젠 집으로 향해야 한다.


그런데 발걸음을 옮기기가 나만 아쉬운게 아닌가 보다. 시간이 늦었음에도 여운이 남았는지 그 자리를 맴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베로나에 몇 일 묵으면서 종류별 오페라를 모두 섭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니까 말이다.

<오페라가 끝나고 난 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이제 빨리 숙소로 가야 한다. 혼자서 숙소까지 찾아살 생각을 하니 약간의 긴장감이 돈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 숙소에서도 아레나를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문 앞까지 서로 경계하면서 걸어왔다는 것에 문 앞에서 한바탕 웃어버렸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함께 이야기도 나누면서 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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