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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제(Fiume Adige) 강변 주변의 모습>
밀라노를 떠나 베로나로 들어섰다. 북적북적한 밀라노를 떠나 북적이는 베로나로 왔지만 두 도시의 북적임은 달랐다. 새로운 도시를 접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는 일이다. 특히 베로나는 이번 여행에서 손꼽을 수 있는 내 나름대로의 야심찬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 설레임이 더욱 크다. 일단 무거운 짐들을 한켠에 내려놓고 여행자로서의 나의 시각이 쓸만한지 확인해봐야 겠다.
베로나에는 아직 한인민박이 없다. 아직 없는 것인지, 계속 없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본 베로나는 여행지로 넘쳐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그 매력이 한국 여행자들에겐 보이지 않았나 보다. 아님 굳이 한인민박이 없더라도 크게 어려움이 없거나...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베로나를 선택하기엔 너무 아쉬워 하루를 묵기로 했다. 숙소를 찾던 차에 수녀원에서 운영한다던 여성전용 호스텔을 찾았다. 대체로 평도 좋았고, 수녀원에서 운영한다면 왠지 믿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있는 지인을 통해 부탁하여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리뷰에서는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홈페이지도 연결되지 않았고, 메일을 보내도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전화예약이 가능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베로나 골목길>
매력적인 유럽의 골목길. 베로나도 자기만의 색을 가진 골목이 있다. 이 길을 걸으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꼭 뮤직 비디오의 주인이 된 것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너무나 낭만적인 여행자가 되어... 그런데 같은 골목길을 몇 번을 오가니 그 기분은 금새 사라지고 조금씩 짜증이 노래를 대신하고 있었다. 구글로 지도도 검색했고, 번지수도 확실하게 확인하여 나섰는데 길은 나오는데 집이 나오지 않는게 아닌가. 유명한 호스텔이니 분명 큰 간판이 걸려 있을텐데... 몇 사람에게 물어 근처까지는 갔지만 같은 곳에서 자꾸 맴돌게 된다. 그러다 만난 장을 보러가시는 흰 셔츠의 아주머니. 그분 덕분에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너무나 친절하게 문 앞까지 데려다주시면서 이곳이라고 얘기해 주신다. 이 호스텔을 잘 알고 계신다고, 좋은 곳이니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거라 하시면서 웃으며 돌아서신다. 이런 따뜻함을 가진 분들이 계시니 내 여행은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Casa della giovane 호스텔(여성전용)>
호스텔이라 했으니 분명 큰 간판에 명확하게 박힌 이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휑하니 대문만 있는 줄 알았으면 더 자세하게 알고 갔을 것이다. 그곳에 있던 다른 집들과 전혀 차이가 없었으니 어찌 찾을 수 있었을까. 그 아주머니가 아니었으면 2-3시간도 더 오갔을 것 같다. 이 짧은 길을 말이다. 몇 번을 지나친 그 집 문앞을 말이다. 정말 개미똥만하게 적혀있다. casa della giovane!
호스텔은 2-3층으로 되어 있다. 대문앞을 들어서면(딱 들어섰는데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떡하니 서 있는게 아닌가. 너무 반가움) 안내 창구가 있는 3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슬프게도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무거운 짐을 들고 힘껏 올라가야 한다. 이 때부터 나와 짐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ㅠ.ㅠ ㅁ자형으로 생긴 건물은 아담한 가정집처럼 생겼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고 깨끗해 지내는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사실, 이곳에서 하루만 머물고 나오기가 너무 아쉬웠다. 조용한 골목길에 있어 여행왔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내 집에 있단 생각이 더 크게 들고, 아침엔 두오모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일어나고, 창 밖을 바라보면 베로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볼 수 있다. 거기다 호스텔 숙박비(22 Euro)도 일반 한인민박보다 싸다(물론 아침식사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해먹을 수 있는 주방(장기 투숙객들만 사용가능)은 있다).
<도미토리>
호스텔은 1인실, 2인실, 3인실 등으로 나눠져 있고, 도미토리도 사용이 가능하다. 도미토리는 방 안에 화장실과 욕실, 세면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분리되어 있어 아침에도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도미토리는 실내 복층으로 만들어져 1층에는 단층침대 5개 정도가 놓여 있고, 2층에는 2층 침대와 함께 5개의 침대가 놓여있다. 나는 1층에서 단층 침대로 지냈다. 너무나 편하게... 1층은 다른 친구가 있어서 사진은 생략.
나중에 그 친구랑 짧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영국에서 온 아이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머문듯 보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은 맨체스터에서 왔단다. 내 눈이 반짝이니 그 친구, 먼저 박지성 이야기를 꺼낸다. 박지성을 알고 있다고. 그가 한국에서 온 것도 알고 있다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어서 자기도 좋아한단다. 그의 플레이도 직접 봤다고. 내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듣는 나는 엄청 기분이 좋다. 이번 월드컵으로 주장으로서 박지성의 역할에 너무 감동받았기 때문에 그의 이름만으로도 완전 무너져 버린다. ^^; 이렇게 머나먼 타국에서 그것도 외국인과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면서 얼마나 있다가 갈건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등 여행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와의 대화로 이곳이 더 좋아져버렸다.
<창 밖으로 바라 본 베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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