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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대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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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Chiesa di Santa Maria delle Grazie)성당>

아침 일찍 일어나 베로나로 떠나기 위한 짐을 챙겨놓은 후 내가 향한 곳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이다. 여행준비를 할 때 밀라노에서 삼일(만 하루 반)을 보낸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밀라노는 그렇게 볼게 없는데... 빨리 다른 곳으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 특히 로마의 일정과 비교할 땐(로마도 3일 예정) 더 했다. 하지만 내가 밀라노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서이다. 몇 년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배가 최후의 만찬을 보고 난 뒤의 느낌에 대해 흥분하며 이야기할 때 '그저 하나의 그림에 불과한데 저렇게 흥분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문득 그 후배의 표정이 떠올랐고, 나도 그녀가 느낀 그 무언가를 느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때만 해도 [최후의 만찬]이 예약제로 이루어지는지 몰랐으니까.
어쨌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 향하게 되었지만 '아뿔싸~ 이탈리아의 대중교통을 너무 믿었다!!!'. 우리동네에서처럼 쉽게 생각하고 나섰는데 '왠걸, 와야하는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때부터 '걸을까? 지하철을 탈까? 뭘 타면 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알고보니 주변에서 공사 중이라 아침 시간에는 이곳으로 버스가 지나가지 않는단다. '에휴~! 어째...' 다시 여행 책자를 뒤적이며 차선책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까지 도착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달려가야 했다. 정말 땀으로 온몸이 다 젖을만큼 열심히 뛰어야 했다. 겨우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나와 함께 들어가게 될 20여명의 사람들은 이미 1차 관문을 넘어선 상태였다. 헐레벌떡 들어서긴 했지만 괜스레 나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게 제일 먼저 떠오르니 외국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닌가보다. 애국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까지 생각할 수 있으니 달라지긴 한 셈이다.

<↖오른쪽: 성당 출입구, 왼쪽: 최후의 만찬 출입구↗>

성당 앞에 들어서면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최후의 만찬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구분되어 있다. 노란벽의 출입구 앞에 서면 왼편에 최후의 만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임을 증명하는 동판 증명서가 걸려 있다. 아직 최후의 만찬과 마주대하지도 못했는데 이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상당한 긴장감이 돈다.


<그림출처:http://www.skyscrapercity.com/showpost.php?p=35279350&postcount=49>



<최후의 만찬(Cenacolo Vinciano)>

레오나르도 다 빈치, 885cm×497cm, 템페라.
1495년~1498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도미니크회 수도원)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식사장면을 담은 그림으로 역사 이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힐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15세기 후반 밀라노 대공 루도비코 스포르자(Ludovico Sforza)가 다 빈치에게 부탁해 도미니크회의 수도원 식당의 벽면에 그리게 되었다. 20년간의 구상을 3년간의 작업을 통해 드러낸 그림이지만 어찌보면 현재까지도 미완성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그림이다.
다 빈치는 제자들을 4무리에 3명씩 나누어 배치하였다. 단순히 전체적인 통일감 뿐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모양과 눈빛, 행동이 각기 다르면서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특징이라면 대부분의 그림에서 표현된 예수님 머리의 후광이 없다. 대신에 창을 그의 머리 뒤로 배치하면서 후광을 대신하고 있으며,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의 얼굴색은 그림자가 비쳐 다른 제자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후의 만찬은 처음부터 많은 수난을 당했다. 그림이 미처 완성되기도 전에 벽화에서 곰팡이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계란과 오일을 섞어 만드는 템페라 기법이 가진 특성때문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건물 특성상 습기가 많아 훼손되는 시간이 더 빨라지게 됐다. 그 외에도 1652년 수도원 식당에 주방과 통할 수 있는 문을 낸다는 이유로 예수님과 제자들의 발을 잘라버린 것이다. 또 나폴레옹은 이 식당을 마구간으로 사용했단다. 그러면서 그의 군사들의 놀이기구가 된 적도 있단다. 이에 멈추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성당 건물이 무너지게 됐는데 다행이 이 그림이 그려진 벽면만 겨우 살아남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계속되었던 복원작업도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긴 했지만 원형의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남아 볼 수 있음은 하나의 기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관람방법>

최후의 만찬은 예약제로 관람이 이루어진다. 매회 25명씩 딱 15분간만 관람할 수 있다.

★ 예약방법: 전화와 인터넷으로 가능
  - 전화: 02-89421146
  - 인터넷: www.cenacolovinciano.org (본사이트)
               www.amicoitalia.com (예약대행 사이트)

 ※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다. 성수기에는 2달 전이라 해도 예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예약하는 것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나 역시 첫 예약을 생각한 5월에 이미 7월은 예약만료상태였다(현재 11월까지 예약 완료). 비수기에도 2-3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밀라노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예약이다. 성당에서 직접하고 있는 예약이 완료가 되었다하더라도 운이 좋으면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 예약 및 관람비용
  - 일반관람비용: 6 Euro            - 관람표+예약료: 8 Euro                     - 가이드 관람(영어, 이탈리아어): 11.5 Euro
  - 예약대행 사이트에서 예약할 경우 대행료: 2만원



<최후의 만찬 - 복제그림>

최후의 만찬은 시간별로 관람할 수 있는 인원과 시간이 정해져 있다. 가장 앞에 있는 입구에서 식당 안까지 가기 위해서는 4개의 유리문을 거쳐야 한다. 1개의 유리문을 지나가는데 1-2분 정도 걸린다. 거리가 먼 것은 아니지만 그림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문을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특수한 장치가 되어 있어서 좀 더 깨끗하게 준비하여 식당 안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자동문으로 하나씩 열릴 때마다 특수보안시스템에 들어가는 것처럼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식당과 외부를 구분하는 마지막 문을 들어서면 텅 빈 공간에 두 개의 그림이 마주보고 있는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그림이 오로지 자신을 비추고 있는 특수한 조명에 의지해 색깔과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영어 가이드 시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그림에 대한 설명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미술에 대해선 그리 아는 것이 없어 최후의 만찬은 다 빈치의 것만 있는줄 알았는데 최근에 들어서 최후의 만찬이라는 제목으로 그려진 그림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 일등만 알아주는 세상!! ㅎㅎ
그림은 분명 정지된 화면인데 영사기를 통해 움직이는 것처럼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그저 한 장면만 나타내었을 뿐인데 연결, 연결되어 움직임, 대사가 있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가슴에 와서 박혀버리는 그림의 잔영은 놀라움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서글픔을 가지게 한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예수님의 마음이 보여서 일까? 우리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 힘없는 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일까?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게 되면 울음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Donato Montorfano의 Crucifixion, 그림출처: http://milan.arounder.com/en/churches/santa-maria-delle-grazie-church/giovanni-donato-montorfanos-crucifixion.html>

최후의 만찬 맞은 편에 그려진 벽화 Crucifixion이다. 번역하면 '십자가형?', '수난?'으로 이야기할 수 있나? 이탈리아를 둘러보며 널리 알려진 건축물이나 예술작품들이 놀라운 것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들 가운데서도 걸작으로 손꼽혀도 아깝지 않을 만큼 대단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다른 것들의 명성에 가려져 그 빛을 발하지 못할 땐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크다. 이 그림이 내게 그랬다. 물론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흠잡을데 없이 감동적이었지만 반대편에 있는 이 그림 역시 큰 감동을 준다.

<복제그림>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아쉬워할 사람들을 위해 식당에서 나오면 바로 복제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다. 물론 그 크기야 진본과 비교할 수 없게 작지만 아쉬운대로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한다. 나도 아쉬움을 달려며 여기서 한장 찍어 왔다. 그런데 왜 이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냐. 닫혀진 유리문으로 다시 기웃기웃~ 거리게 된다.

<최후의 만찬 앞에서 사진찍은 이탈리아 총리와 러시아 대통령>

모든 관광객들의 사진촬영과 휴대폰 통화까지 금지하면서 어째 이들은 여기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불과 내가 이곳에 가기 5일 전이었는데 말이다.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보게 됐다. 이탈리아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세다고 하는데 그런거 별로 신경쓰지 않나?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정치인들의 생각만 바로 박히면 되는 것인가. 이곳 직원의 말이 더 가관이다. "비록 후레쉬가 이 명화에 영향을 줄지 모르나 이곳을 그리 특별한 곳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면 일반 관람객들의 사진은 왜 금지하는 건데? 나의 얕은 눈으로 봐도 무자비한 후레쉬는 본 그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보였는데 그들은 그게 보이지 않았단 말인가. ㅠ.ㅠ

<기념으로 사온 엽서와 우표, 입장권>

 
<성당 아트센터 입구>

돌아나오는 길에 마지막일 수 있는 이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간단한 기념품 하나 사서 나온다. 건물을 완전히 빠져나와 그림의 여운을 삭힌 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늘은 베로나로 떠나야 한다. 어제 예약해 놓은 시간이 조금 남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성당을 미처 둘러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아무리 그림이 이곳 최대의 볼거리라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당을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분명 후회의 거리를 만드는 셈이 될거다. 그래서 성당안으로 들어간다.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내부>

성당의 내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천정의 모습이었다.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벽화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감과 반복된 모양이 편안함을 준다. 한참 정신이 빠져 천정을 쳐다보고 있는데 한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다. 그저 관광객이라 생각하고 말대꾸를 몇 번 해주었더니 카푸치노 한잔 하러 가잔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끼게 되면서 많은 책들에서 '절대로 가면 안된다!'고 강조되어 있는 글귀가 눈 앞에 떠오른다. 그냥 웃어주며 괜찮다고 하니 자꾸 따라붙는다. 자신도 여행하고 있는 중이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으며 감탄하며 둘러보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 감동을 함께 얘기해보자나 어쨌다나. 그러면서 내가 오늘 베로나로 간다고 하니 같이 가겠단다. 미치겠다. 세상이 어찌 이런... 기겁하면서 됐다고 하니 농담이라하는데 내가 너무 순진하게 믿었던 것 같다. 역까지 같이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갔더니 슬그머니 손을 잡는다. '으악~~~~' 가라고, 나는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고 급하게 그와 헤어졌다. 처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첫번째 여행에서 친절하게 만난 페리 아저씨 때문에 다들 너무 좋게만 봤나보다.
그리고 더 우스운 일! 피렌체에서 밀라노 민박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 한명을 만났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비슷한 사람을 만났단다. 스포르체스코성에서 말이다. 내가 그와 헤어진 곳이 그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인상착의와 분위기를 이야기해 보니 역시 동일인물이다! 상습범이었구나. 둘다 엄청 웃으며 절대 이태리 남자들의 친절을 믿어선 안된다고 결론을 내어 버렸다.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여행의 재미로 생각하련다.

<성당 앞 정원>

성당 정원도 조용하니 산책하기엔 좋은 분위기다. 그 아저씨 때문에 여길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온게 너무 아쉽다. 생각할수록 정말 나쁜 사람이다. 이렇게 밀라노에서의 일정은 끝이다. 짧지만 머리가 복잡했던 첫번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젠 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넉넉하게 보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쫓아다닐려고 이 머나먼 타국까지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기차 안에서 좀 정리를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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