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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실린 여행기

[대한항공 skynews] 나만의 특별한 여행(프라하 여행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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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의 첫 여행, 누구나 파리의 에펠탑이나 로마의 트레비 분수, 스위스의 융프라우 등을 꿈꾸기 마련이지만 나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여행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006년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던 동유럽을 선택하고 여정에 올랐다.

너무 늦은 시간에 첫 목적지인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동생과 나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공항 앞 택시 안내소에서 깔끔하게 유니폼을 차려 입은 아저씨의 택시를 타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잘못하면 아주 고약한 택시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너무나 많이 접한지라 잠시 긴장했지만 따뜻하게 웃으며 친절히 대해준 기사 아저씨 덕분에 긴장을 풀고 여행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런데 1주일 정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종착지인 프라하로 향하는데 그만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두 시간 간격인 기차는 4시간 뒤에나 탈 수 있다고 했고, 어쩔 수 없이 꼬박 4시간을 기다려 기차에 올랐다. 덕분에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했을 땐 시계가 자정을 향하고 있었고, 역내 모든 환전소와 상점들은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당시 체코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아 체코화로의 환전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ATM으로 향하는데 집시처럼 생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그곳에서의 인출을 포기하고 무작정 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쫓기듯 택시 정류장을 찾아 택시에 올라탔다.

체코화가 없다는 걸 미리 말하니 기사는 웃으며 ‘노 프라블럼’이라며 카드가 있으면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ATM기에서 찾아주겠다며 ATM기 앞에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오기 전 봤던 정보들을 떠올리며 적당히 출금하고 다시 택시에 탔는데 이게 웬일, 얼마 안 가 택시비가 우리가 찾은 금액을 순식간에 훌쩍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더 돈을 찾았는데 그것도 잠시, 결국 우리는 택시에서 내릴 때 2번에 걸쳐 출금한 체코화와 조금 남아있던 유로화까지 택시비로 모두 줘야 했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호텔로 들어갔지만 다음날 우리는 정규 요금의 무려 10배나 되는 터무니없는 돈을 택시비로 치렀음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온 프라하 시내를 걸어서만 다녔다. 이런 게 전화위복인가. 고될 거란 예상과 다르게 차를 타고 다녔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프라하의 모습을 만난 것이다. 프라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를 가졌다는 교회도 보고, 구시가지와 왕궁 언덕의 작은 골목들 사이에서 프라하 사람들의 소박한 삶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꼭 가보고 싶었지만 여행책자에서는 찾지 못해 포기했던 곳까지 우연히 들르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덕분에 나의 프라하 여행은 처음의 바람처럼 나만의 특별한 여행이 됐고, 그 이후 나는 여행 중독이라는 몹쓸 병에 걸려 언제든 어디론가 떠날 생각만 하게 됐다.
 
<김민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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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나긴 했지만 대한항공 기내지 skynews(255호)에 실린 글입니다.

자유기고가란 말이 너무 맘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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