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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도호쿠(東北)

[후쿠시마] 아이즈의 상징 츠루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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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가성>

멀리서만 바라보던 일본의 성을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다. 성(城)이라는 것 자체가 성주의 침범할 수 없는 부와 권한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이니 거대하고 화려할 수 밖에 없지만 츠루가성도 처음 머릿 속에서 그리던 것보다는 훨씬 컸다. 유럽의 성들에 조금 더 익숙해져 있는 내겐 약간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백색의 벽에 단조로운 선을 가진 성인데 의외로 화려함도 느껴진다. 위엄과 무게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어디에서 이런 다양한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것인지... 이미 이 성의 주인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는데 그의 여운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홀로 남아 주인을 기다리는 충성스러운 신하의 모습이 성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츠루가성(鶴ケ城)

에도시대에 아이즈 지방을 다스리던 다이묘가 살던 성이다. 처음 지어진 것은 1384년이며, 그땐 구로카와성이라고 불렸지만 1592년 현재의 츠루가성(쓰루가성)으로 불리게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이 날개를 편 듯한 모습이 인상 깊기도 하고, 비록 재건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 일본과 관련한 책들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를 모르는 일본인도 츠루가성은 안다고 하는데 일본 초등학교 교재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가지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역사적으로는 에도막부가 폐지되고 메이지유신이 일어날 무렵(19세기 말) 전국적으로 다이묘와 사무라이들이 저항하면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이 곳에선 16~17세의 어린 아이들까지 츠루가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온힘을 다했지만 결국 성은 함락되었고, 이에 울분을 느낀 아이들이 근처 산에서 전원 할복자살을 했다고 한다. 성은 메이지정부가 들어서고 모두 철거되었으나 1965년 옛모습을 그대로 담아 재건되었다.

또 한가지 보너스~
이렇게 큰 건물을 지으려니 얼마나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성을 쌓기 위해 바위를 옮겨와야하는데 그 크기가 너무 크고 무거우니 모두들 맘처럼 옮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큰 바위 위에 어여쁜 여자를 앉혀놓고 남자들에게 옮기라고 했단다. 그래서 맘에 드는 바위를 옮기면 여자까지 그에게 주었다. 결국 미녀를 얻기 위해선 힘이 쎄야 한다. ㅎㅎㅎ


<매표소와 입장권>

츠루가성 입장료는 성인을 기준으로 500엔, 400엔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냥 둘러볼 경우엔 400엔, 몇 가지 체험을 하려면 500엔을 주고 들어가야 한다. 츠루가성에서는 다도가 유명하다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다도체험을 함께할 수 있는 티켓을 끊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기모노를 입어볼 수 있는 체험의 시간도 준다고... 츠루가성의 백미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아이즈와카마츠의 경치라 할 수 있지만 눈이 쉴새없이 내리고 있으니 오늘은 이마저도 날이 아닌가보다. 그래서 나와 동생은 곁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린다.

그래, 성에 올라서는 순간 내 눈에서 성은 사라지고 만다.


일행을 올려보내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 신사로 발길이 향한다. 온세상이 흰 눈으로 덮여있으니 붉은 색이 더욱 눈에 크게 들어온다. 저 문을 넘어서면 다른 세상이 나올 것만 같다. 그런데 함부러 들어가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도 함께 든다. 꼭 생(生)과 사(死)를 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마도 종교적인 색채가 담겨 있어 그렇겠지. 용기를 내어 문턱을 넘어 본다.


하나를 넘어서니 다시 다른 문턱이 나온다. 하늘로 향하는 길 같은데 정말이지 쉽지 않은 길처럼 느껴진다. 꼭 스핑크스의 질문에 답해야만 피라미드 사이를 지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한칸 한칸 계단을 올라설 때마다 뭔가를 답해야만 할 것 같다. 묘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수호신인가? 동물 모양을 한 석상이 베트남식 모자를 쓰고 있다. 원래 이렇게 씌워둔 건지 아님 눈을 맞지 말라고 씌워둔건지 모르겠네. 눈매가 상당히 매서운 것이 아무리 담이 큰 사람이라해도 이곳을 지나가려면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의 염원을 담아 정성스레 학을 만들어 걸어놓고 갔다. 희망을 걸어놓고 갔으니 분명 원하는 것을 이루었겠지. 나가사키에서 본 종이학에서 느껴졌던 아품을 지워보려고 애써 희망을 갖다붙여 본다.


그들의 모습도, 빨간 스카프도, 가시관처럼 보이는 나무 뭉치도... 모두다 궁금한데 알 수가 없다.



여기에도 기도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내려온다. 슬슬 배가 고파지니 뭔가 먹을 것을 찾아야겠는데...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기타카타이다. 라면을 먹으러 그 곳으로 간다. 라면... 라면요리를 먹으러 먼 길을 간다. 성벽을 돌아 나오니 조금은 특별하게 생긴 건물이 나온다. 이젠 뭔가 조금 분위기가 다르면 제일 먼저 카메라를 들이댄다. 암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작은 연못. 실제로 이 연못이 성을 보호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좀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멋진 경치를 유지하는데 한 몫을 한다. 이 덕분에 조금은 더 운치있어 보이니 말이다. 꽁꽁 얼어붙었는데도 오리가 있다. 오리도 썰매타러 왔나? 츠루가성에게도 이렇게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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