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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도호쿠(東北)

[후쿠시마] 타기노유 료칸에서의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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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묵었던 타기노유 료칸은 쇼스케노야도 타기노유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후쿠시마에서 가장 오래된 료칸이란다. 1300년 되었다(여성중앙)고 나오는 곳도 있고, 120년 되었다고 말하는 곳도 있는데 1300년보다는 120년이 조금 더 믿을만한 것 같다. 1300년이라면 일단 세는 것부터가 힘드니까... ^^;


익살스러운 이 모습이 타기노유 료칸의 상징인 듯 하다. 각 객실마다 입구에는 요녀석이 그려져 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별의미 없이 봤는데 객실 앞에는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화장실 입구를 찍어놓는 건 좀 우스워보이는 일이지만 깔끔한 모습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리라 생각한다. 어떤 여행에서든 기본적 생리욕구를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면 편안한 여행으로 기억된다. 사방이 온통 화장실이었던 몽골 초원에서의 보름간의 시간은 모든 것이 퍼팩트했지만 화장실 사용의 어려움이 있었고, 선진사회로 꼽히던 유럽에서도 유료 화장실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단순히 사용료를 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돈을 낸다고 해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손해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을 것 같다. 그에 비해 일본은 아주 허름한 건물에도 화장실 만큼은 정말 깨끗하고 따뜻하고 좋았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 까지 미치는 그들의 손길이 느껴져서 인가. 여튼 일본은 화장실 사용에 있어서는 천국이다.


화장실 입구에 장식되어 있던 목각인형들이다. 전통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인형들 몸에는 여러 사람의 싸인이 되어 있다. 아마도 유명인사들이 방문했을 때 새겨놓은 싸인들이겠지. 잘 살펴보면 신은경씨의 싸인도 있으려나.



료칸 로비에 마련된 간이 선물코너이다. 면세가 되는 것 같지는 않고,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코너인 듯 하다. 하지만 굵직한 주요 관광상품들은 다 마련되어 있다. 밑에는 장식되어 있는 물건들이다.


이 곳에서 편지를 써서 보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후쿠시마에서 기념품으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아카베코
부지런함을 상징하듯 항상 뭔가를 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러 가니 어제와 같은 장소인데 분위기는 확~ 바꼈다. 부페로 마련된 음식인데 일본의 전통 음식들과 일반적인 음식들이 고루 섞여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식사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마구 먹히진 않는다. 그래도 충분히 맛 보았다.



왔다갔다하며 식사를 가져오니 특이한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사회자처럼 보이는 분이 나와서 뭐라고 설명은 하는데 알아듣지를 못하니 내용은 모르겠고, 떡방아를 찧듯이 돌아가면서 절구통을 내려친다. 한꼬마가 자기도 해보겠다고 엄마와 함께 뛰어들어가 앞자리에 자리 잡았다.




오늘 아침의 야심작은 간장으로 양념한 찬 두부에 가츠오부시를 살짝 뿌린 이것이다. 맛있게 후루룩~ ^^
한 가지 반전은 저기 있는 하얀 달걀이다. 당연히, 마땅히 삶은 달걀인줄 알고 가져왔는데 왠걸... 한 30%만 익힌 달걀이었다. 깨먹으려고 땅에 탁! 치는 순간 하얀 물과 노른자물이 주루룩~ 흘러내려 범벅이 되었다. 그런데 얘네들은 이런 달걀을 꽤 좋아한단다. 음식에 달걀을 많이 넣는데 완전히 익힌 완숙보다는 반숙을, 반숙보다는 살짝 모자란 반숙을 더 좋아한단다.

<일본 스모선수 아사쇼류>

한 가지 옆길로 빠져보자면, 우리가 도착했던 날 저녁부터 TV를 틀면 이 사람의 소식이 계속해서 나왔다. 동생 말에 의하면 이 사람은 몽골 출신의 스모선수인데 10년 가까이 스모선수를 하면서 25회 우승을 하면서 일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신기록을 세운 사람이라 한다. 너무 빨리 챔피언에 등극해서 인가, 아님 자본주의의 맛에 너무 빠져서인가. 작년 초에는 부상입었다는 핑계로 시합에는 나가지 않으면서 하와이로 골프 여행을 다녀와 비난을 받았다는데 이번엔 술을 먹고 술집 주인을 때려 엄청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단다. 공식적인 사과와 참회의 방송이 나가고, 결국은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 전, 은퇴를 선언했다고 하는데 그게 엄청난 이슈인가 보다. 은퇴선언한 날에 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방송에서 그래픽으로 그리며까지 계속해서 나오고, 시민들의 반응, 국회의원들의 반응, 동료 선수들의 반응들이 번갈아가며 방송에 나온다. 모두들 슬픈 일이라 하고, 심지어 동료선수는 침통한 표정을 하더니 결국 울어버린다. 조금 다른 그들의 세계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재미있으면서도 다른 측면으로는 이해가지 않는 것도 있다. 사과에 능한 그들, 잘못된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공식적인 사과로 마무리하던데... 어째 우리와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인지.

몽골에선 국가의 영웅으로 인식된다는 아사쇼류 선수, 돌아와서 난 기사를 봤는데 은퇴하고도 43억이라는 엄청난 공로금을 받는다고 하니 가히 걸어다니는 기업이다.


계곡에 자리하고 있었던 터라 후시미카나키 폭포의 절경을 객실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참동안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어젯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폭포소리가 밤새도록 귀를 즐겁게 하더니 아침엔 눈이 눈을 즐겁게 한다. ^^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너무나 멋지지만 이제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계속해서 이러면 하루종일 다니는 일이 장난이 아닐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순간이동으로 옮겨다닐 순 없을까.




이제는 타기노유 료칸과 이별이다. 고급스러운 브로셔 만큼 좋은 추억을 남기고 이곳을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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