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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배를 앞으로 지고, 무거운 짐을 뒤로 지고 가는 길은 발걸음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듭니다. 기타카타 라면을 점심으로 점찍어 두었는데 자꾸만 마음이 '여기서... 여기서...' 하고 멈추려 합니다.
근데 보기만으로도 우리의 예산은 훨씬 뛰어넘을 것 같지요. 그래서 애써 외면합니다. 손에 닿지 않는 포도를 보며 '신포도라 맛 없을거야'라며 고개를 돌리며 달려가버린 여우처럼 우리도 지금의 모습을 합리화시켜 봅니다.
쭉~ 뻗은 길의 끝엔 결국엔 목적지가 나오기 마련이겠지요. 우리를 기타카타로 안내해줄 전차를 탈 수 있는 아이즈와카마츠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도시는 모두가 아카베코(赤べこ)를 위해 존재하는 듯 합니다. 곳곳에 빨간 아카베코들이 우리가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듭니다.
전차에도 아카베코, 이 전차를 타고 움직이면 놀이공원의 전동차를 타듯이 꿈의 세계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기차를 탔으니 무슨 라면을 먹어야할지 정해야겠지요. 어디서, 무슨 라면을 먹으면 저기 멀리 한국에서도 '기타카타 라면 잘 먹고 왔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고민합니다. 근데 너무 허기가 져서일까요? 모든 라면들이 다 맛있을 것 같고, 모든 라면들을 모두다 섭렵하고 싶어지네요.
라면에 집중하다보니 바깥 경치를 잊고 있었네요.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마을들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 오겡끼데스까(おげんきですか)~라고 인사하면 저 쪽에서도 메아리가 올까요? 크게 한번 불러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억누릅니다.
창밖 경치에 정신이 빼앗긴 동안 전차는 우리를 기타카타에 내려놓습니다. 기차 안에서 뽑아놓은 몇 곳의 라면집을 찾아 주변을 살펴봅니다.
유명한 곳을 갈까?
사진이 멋진 곳을 찾아갈까?
추천 맛집을 갈까?
....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직화구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도를 보니 꽤 먼곳에 있는데 갈까, 말까??
직감을 한번 믿어보기로 합니다.
바로 이 곳이 우리에게 뽑힌 곳입니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 라면을 맛볼 차례입니다.
모든 라면을 한 젓갈씩 다 맛보고 싶지만 그럴 순 없겠죠. 이럴 땐 라면 뷔페라도 있었으면 싶네요. ^^
이게 바로 그 직화구이 라면입니다. 맛이요? 두말 하면 잔소리지요. 기가 차게 맛있습니다. 숙주나물과 파로 시원한 국물 맛을 내고 직화구이 된 삼겹살(?)이 양념의 달콤함과 함께 씹는 즐거움까지 줍니다.
꼬불꼬불한 면이 기타카타 라면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곳에서 눈길이 가는 것이 숟가락과 그릇의 조화입니다. 숟가락의 모양이 그릇에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주 참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을 세계 강국으로 만든 그들의 힘! 이렇게 작은 것들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는 습관이 그들을 만든 것이겠지요(요즘 도요타 사건과 조금 대비되지만. ㅠ.ㅠ).
라면 두그릇과 만두 1인분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이제 다시 기타카타 역으로 향합니다. 정말이지, 라면 하나를 위해 이렇게 먼길을 왔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만약 우리 동네, 아니 우리나라였다면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ㅎㅎ 이게 바로 여행이라는 신비한 세상 속에 있으니 가능한 것들입니다. 좀 전에 올 때는 없었던 코보시(起き上がり小法師)가 얼굴을 밝히고 마지막 인사를 해 줍니다.
역에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듯 보이는 학생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네 학생들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헉! 헉! 헉!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 우리가 타고 가야 할 전차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온다는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돌아갈 전차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라면만을 향해 달려간 것 같습니다. 에고고~~~ 우리 걸음이 너무 빨랐나봅니다. 좀 쉬어가라고, 이곳 기타카타를 조금 더 기억해달라고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여기서 이나와시로 호수를 포기합니다. 이미 포기되어야 할 곳이었지만 마음으로는 조금의 여운이 남아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접어야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최종 목적지 고리야마에 도착합니다. 이곳의 화려함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간 너무 한적하고 조용한 곳만 돌아다녔더니 이런 모습에도 대도시의 모습을 봅니다. 서울로 간 시골쥐의 모습처럼.
호텔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쉴 틈도 없이 저녁식사를 물색하러 나섭니다. 점심먹고, 전차타고, 다시 저녁을 먹을 생각을 하고 있는 우리가 참 우습게 보이지만 잘 먹어야 많이 본다는 생각으로 꿋꿋하게 주변을 살핍니다. 이 도시를 계획한 사람은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인가봐요.
2년 전 나가사키에서 8시가 조금 넘어 주변으로 나갔는데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는 기억을 그제야 해내고는 다리보다 마음이 더 바빠집니다.
덮밥을 먹을까, 일본식 돈까스를 먹을까, 회를 먹을까 고민하다 겨우 메밀 소바를 선택합니다. 싸지만 알찬 메밀 소바를 먹고, 여행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한번 보내보자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역에서 파는 소바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됩니다. 얼마나 맛난지... 돌아오기 전 한번 더 먹자고 다짐했는데 결국 못먹고 왔지만요.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 '일본 술집을 맛보다!' 컨셉에 따라 회도 먹고, 술도 먹는 일석이조의 장소로 향합니다. 이미 자리를 잡고 한잔하시던 일행 언니부부가 반갑게 맞아주시니 더 좋았어요.
이제부터 우리가 먹었던 안주 컬렉션입니다.
'고리야마에서는 회를 먹어라!'
고등어도 회로 먹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홍어처럼 삭힌 고등어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고등어도 회로 먹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홍어처럼 삭힌 고등어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것은 명태회라고 한 것 같네요.
제사 때마다 전으로 먹던 명태를 회로 먹으니 입에서 저절로 녹아내립니다.
살점의 부드러움이 입에 착 달라붙습니다.
제사 때마다 전으로 먹던 명태를 회로 먹으니 입에서 저절로 녹아내립니다.
살점의 부드러움이 입에 착 달라붙습니다.
이건... 그 곳의 추천 메뉴였는데...
기억이 안납니다. 그래도 맛있었다는 기억은 나네요. ^^;
기억이 안납니다. 그래도 맛있었다는 기억은 나네요. ^^;
여기에 나온 술들은 과실주에 탄산을 넣은 것이라 하네요.
종류별로 모두 다 먹어보려 했는데 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에 걸려버렸어요.
술맛도 좋았지만 함께 한 사람들과 이야기며, 술이며 서로 나눌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이 밤의 이 느낌,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우리의 마지막 밤!!!
그래도 아쉬울 때 그만두는 것이 좋다는 말을 기억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어젯밤 늦게 들어와 동생과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더니 눈에 풀을 발라놓은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일어나야겠지요. 오늘은 또 오늘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선물도 사고, 미처 다 살펴보지 못했던 고리야마시를 살피기 위해 호텔을 나섭니다. 그런데... 어제에 이어 눈이 장난이 아니군요. 어제 정신없이 둘러보느라 우산도 잊어버렸는데 이젠 눈 속을 그대로 헤치고 다녀야 합니다.
저 아가씨들은 어제도 저러고 있더니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도 저러고 있네요. 그래도 모자를 쓰고 있어 다행입니다. ^^
일본이 선진국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또 하나를 봅니다. 무지막지하게 내리는 눈에도 아랑곳없이 제설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인가요? 사람도, 차도, 자전거도 눈이 온다는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잘도 갑니다. 이건 우리나라도 좀 배워야 할 것 같네요. 특히 연초 폭설로 논란이 많았던 눈치우기... 우리도 선진 시민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인의 모습도 보고, 생필품도 살피고, 엄마와 남은 동생에게 줄 선물도 삽니다.
그리고는 동생과 이별합니다.
집에서 동생을 보낼 때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 듭니다.
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돌아갈 텐데 혼자 가야할 동생이 못내 안쓰러워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내가 티를 내면 동생이 가야하는 길이 더 힘들어질까봐 모른척해봅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닌듯 합니다.
다시 출발과 도착이 공존하는 공항에 도착하고, 내가 탈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끝없이 바다만 보이더니 이제 우리나라 땅도 보이네요. 부산쯤 될까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얼마전 개통한 인천대교도 보입니다. 올땐 자느라 몰랐는데 인천대교도 건너더군요.
사실 일본에서 인천으로 오가는 것보다 인천에서 대구까지의 여정이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걱정해주시고, 마음 써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우리 이 멤버로 다시 한번 갑시다!"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 되어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정들면 이별이라 했지만 너무나 짧은 일정의 아쉬움이 시간이 갈 수록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겡끼데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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