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브룬 궁전>
길겐에서 다시 포스트 버스를 타고 잘츠부르크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잘츠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후배는 5시가 넘어가 수업이 끝난단다. 원래는 방학이지만 summer school처럼 단기간 이루어지는 수업이 있는데 주로 외국에서 오는 단기 연수생들이 많단다. 이번엔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몇 명있어 자기가 통역도 하고, 공부도 하게 되었단다. 후배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헬브룬 궁전으로 향했다.
헬브룬역에서 내려 노란 벽을 따라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입구가 나온다.
이 궁전은 마르쿠스 지티쿠스 주교가 만든 여름 궁전이다. 주교님에게 여름 별궁이라... 허허 참. 지금 시대엔 썩 어울리지 않지만 그 시절은 종교의 힘이 컸으니까... 여러가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그저 그 시대의 특성이었단 생각하고 넘어갈란다.
이 곳에서 중요한 것은 방문객들은 절대 알 수 없도록 여기저기 숨겨놓은 분수들이 너무나 재치있다는 것이다.
헬브룬 궁전은 그냥 공원을 산책하듯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정해진 수의 사람만 입장할 수 있으며 둘러보는 것도 가이드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인원으로 맞추고, 시간으로 맞추고... 그러다보니 도착한 것보다는 조금 늦게 궁에 들어갈 수 있다. 아마도 가이드의 설명이 필요해서 일 것 같다. 일단 독일어, 영어, 그리고 어디서 온 사람이 제일 많은지를 물어보고 이탈리아어로도 설명했다. 우리 말고도 한국인 남학생이 2명 정도 있었지만 더 있었다 하더라도 한국어 안내는 없었을 것 같다. 설명을 잘 들으며 가면 놀라운 분수들을 만날 수 있다.
<잘츠부르크 카드와 버스티켓, 포스트 버스표>
입장료는 7유론가 8유론가 한 것 같은데 이후 일정을 고려해 잘츠부르크 카드를 구입했다. 24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잘츠부르크 카드는 잘츠부르크에서 유명한 관광지의 입장료와 버스비를 정해진 시간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우린 내일까지 이곳에 있을 예정이었으니 24시간용을 구입했는데... 아깝께도 미라벨 궁전에서 잊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거금을 들여 산 잘츠부르크 카드를 헬브룬 궁전 한 곳에서 밖에 못 쓴 셈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주머니에서 빠진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주운 사람은 완전 횡재다. 난 카드의 적절한 사용에 실패했지만 빠른 시간 많은 곳을 갈 사람은 카드가 꽤나 유용할 것 같다. 동생은 돌아올 때까지 잘 썼으니까...
<입구 연못에서 있는 조각상>
입구를 들어서면 어떤 모습이 우릴 기다릴까 심히 궁금했었다. 들어가기 전부터 공원 가이드가 너무 놀라울 것이다, 잘 살펴야 한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안된다 등등... 잡다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별 생각없었던 맘이 궁금증으로 조금씩 바람이 든다. 들어가면 보이겠지? 했는데 왠걸... 나무로 담을 쌓아 그저 봐서는 어떤 모습인지 첫눈에 알수가 없다. 그런데 코너를 도는 순간, 우스꽝스러운 조각상이 나온다. 조각상 모습 자체도 신기한데 여기저기서 품어 나오는 물도 예사롭지 않다.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유머로 감싸버렸다. 정말 어떤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을까?
<입구쪽 모습>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겠다고 빨리와서 앉으란다. 수북하게 앉아있는 관광객들 가운데서 식탁에 와서 앉을 사람이 없냐고 물으니 어린 얘들과 아저씨 한명이 앞으로 나갔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의자와 주변에서 분수가 마구 나오기 시작했다. 첫 모습부터 너무 놀랍다. 설마 자리에 그것도 식사를 하는 식탁에 분수가 설치되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물들이 뿜어져 나와 옷을 버리게 되었는데도 즐거워하며 일어서지 않는 꿋꿋한 아이들. 시작부터 옷을 다 버렸다. 특히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물이 나오니 바지는 꼭 뭔가를 싼 듯한 민망한 모습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식사를 즐겨했다는데 주교님 자리만 빼고 다 물이 나온다. 상당한 장난꾸러기였을 것 같다.
물을 맞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우습다. 그들도 즐겁게 물을 맞으니 보는 사람들도 더욱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재미가 다 날아가기 전에 가이드는 또 다시 사람들을 이끈다. 궁 주변으로 장식되어 있는 작은 분수들을 지나 테마거리가 나오면 그 자리에 멈추고 사람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은다. 그리고는 가이드가 분수를 작동시킨다.
아마 옛날 주교님의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가이드일 것 같았다. 끊임없이 분수를 작동시키면서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를 놓치지 않고 딱~ 작동시킨다. 아마도 이때 느끼게 되는 쾌감 때문에 주교는 더 많은 분수들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나도 이곳에서 옷이 다 젖어 버렸다.
꼭 하나의 거대한 오르골 같은 장난감이다. 헬브룬 궁전의 야심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113개의 석상들이 음악이 나오면 움직이면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 후에는 분수가 나온다. 섬세한 조각들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움직이는 인형들이 너무나 이쁘고 귀여워 정신을 잃고 있으면 어느새 완벽하게 물벼락을 맞게 된다. 그대로 우리집에 옮겨놓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사람들의 함성이 가장 크게 나온 곳이 이곳이다. 장난감의 움직임에도 놀라고, 강하게 뻗어나오는 분수에 또 다시 놀라게 된다.
마지막 작은 박물관에서는 분수의 원리를 설계도로 그려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기계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거기서 발으 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잘츠부르크 시내로 들어가 미라벨 정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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