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기행을 마치고 비엔나 사람들 삶의 한 복판 시가지로 들어왔다. 여기에서 '시가지'라는 개념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그런 개념과 유사할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은 대구의 중앙로나 서울의 명동이나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대신 비엔나 예술의 향기는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다. 중세 유럽풍의 건물들 사이에 현대적인 건물이 어색한듯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리에 비친 페스트 기념탑이 이채롭다.
그라벤 거리의 중앙에 레오폴트 1세가 세운 페스트 기념탑이 있다. 세계사에도 배웠던 기억이 나는 페스트(흑사병)의 흔적이다. 페스트가 창궐한 빈에서도 15만명이나 희생이 되었는데 그것이 사라진 기념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것이란다. 이것을 봤을 땐 흑사병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구나... 정도의 생각만 했었는데 요즘처럼 신종플루로 전세계가 떠들썩한걸 보니, 모르긴 몰라도 그 시절 흑사병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료시설도, 수준도, 위생관념도 없었을 그 시대의 흑사병은 세상을 뒤흔들고도 남을 만큼 큰 사건이었으리라.
한참을 헤맸더니 약간의 피로가... 한템포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렇게 쉴 수 있는 분수대가 있다. 화려한 번화가 중심에 있는 고전적 분수대. 허허~ 한참을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앙커 보험회사의 두 건물을 잇고 있는 시계. 세계에서 가장 긴 시계란다. 호호... 정오가 되면 역사적인 인물 12명의 인형이 나와서 시간을 알려준다. 우린 12명의 인형을 모두 보진 못했지만 정각의 시계는 볼 수 있었다. 보험회사에서 만든 시계 하나가 관광상품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게하는 것을 보니 이 사람사람들의 예술적인 기질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듯 하다. 이런 정신을 우리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계를 본다는 것보다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세체시온>
여행책자마다 특이한 건물로 소개되어 잇는 세체시온. 버스를 타고 벨베데레를 가는 도중 볼 수 있었다. 피터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해 준 건물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한다는 여행의 참 진리를 기억하며 아쉬움을 접었다. 다음번에 올때는 꼭 들러서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도 봐야지. 빈 분리파의 기념적인 건물. 다음 번엔 건축을 전공한 둘째랑 한번 와야겠다. 그래야 이것저것 설명도 좀 듣지.
슈테판 성당 뒤쪽 골목을 통해 들어가니 성물방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이미 문은 다 닫은 상태. 우리는 성당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성물방이 길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교황님의 사진도 곧곧에 걸려있고... 아기자기하고 이쁜 것들이 많았는데 문을 닫아 안에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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