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시간을 확인한 후 중앙묘지에 갔다가 떠나기로 했다. 어제 너무 한적하게 다닌탓에 보지 못하고 떠나는게 너무 많아 아침 반나절이지만 볼 수 있는 것은 보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의 도시에서 베토벤은 만나고 돌아가야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최대한 빨리 다녀오려는 맘 때문에 지하철과 트램을 번갈아가며 타고가야 했다. Zentralfriedhof라는 역과 Zentralfriedhof Kledering역이 있었는데 헷갈린 것이다. 잘못내릴 뻔했는데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어디에 내려야하는지 자세히 가르쳐주셔서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너무 고마워 트램을 내려 손을 흔들어 주니 아주머니도 답을 해주신다. ^^
중앙묘지 입구에는 꽃을 파는 꽃가게가 즐비하다. 색색이 다양한 꽃들 덕분에 묘지라는 침침한 분위기가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본다면 일종의 공동묘지인데, 우리나라에서 명절이고 아니고, 특별한 조사(弔死)가 생기지 않는다면 내가 공동묘지를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확률 '0'일 것 같다. 그것보다 대도심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묘지를 발견하는 것조차 우리나라에선 힘든 일이 아닐까. 그나마 요즘은 납골당이라는 새로운 풍토가 조금씩 생겨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시내에서 묘지를 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납골당도 들어온다면 일단 거부, 반대하고 보는 '님비'현상의 천국이 우리나라이니 말이다.
유럽의 묘지들을 다니면서 묘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우리가 음악시간에 들었던 많은 세계적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 중앙묘지이다. 묘지라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공원과 같은 분위기였다. 1894년에 빈 시내 5개의 묘지를 한꺼번에 모았으니 규모도 엄청나다. 우리나라 묘지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 상상이 가는가. 묘를 모아놓고 공원을 만들어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니...
호텔 체크아웃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음악가들의 묘지만 보고 돌아오긴 했지만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묻히고 있는 것 같았다. 굉장히 거대한 규모이고 우리나라 선산처럼 가족묘지가 모여있기도 했다. 여유만 있었더라면 좀 더 둘러보고 돌아왔을텐데...
중앙묘지는 규모가 큰 만큼 구역별로 나누고 있으며, 지도도 판매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있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는 구입하지 않았고, 여행책자에 있는 간단한 지도로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악가들의 묘지가 한 구역(32A)에 모여있어서 이리저리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찾을 수 있었다.
위에서 보이는 사진은 음악가들의 묘지가 모여있는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묘지였다. 그런데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나의 무지 탓인지, 아니면 그리 알려진 사람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위치상으로는 음악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담번에 가게 되면 꼭 베토벤씨에게 줄 꽃 한송이를 꼭 가져가야겠다. 난 어릴적부터 베토벤이 너무 좋았다. 단지 유명해서라기 보다는 그의 삶과 기타 등등...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보고 더 그랬었다. 초등학교 때 학원에서 하는 연주회에서도 베토벤 소나타를 쳤으니... 얼마 전 본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이 [합창]을 초연했을 때는 눈물날만큼 소름이 쫙~ 끼쳤다.
이 곳에 있는 모짜르트 묘는 실제 묘가 아닌 가묘이다. 그의 묘지는 중앙묘지가 아닌 마르크스 묘지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정말 묻혀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단다. 그래서 마르크스 묘지에서도 단지 추정되는 곳에 조각상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상하다. 모짜르트의 장례식도 거대하게 끝내고 거기가 어딘지도 알 수 있는데 그를 묻은 묘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묘지 관리사무실인가? 묘지에서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 이런 건물이 보인다. 저 멀리 화살표가 보이는 곳에 가면 둥글게 많은 사람들의 묘지로 둘러싸여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그들의 이름, 사망년도를 꼼꼼히 읽어본다.
이제 정말 비엔나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비엔나를 떠나야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 목적지는 사랑하는 후배가 있는 잘츠부르크이다. 몇 년만에 후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조금, 아주 조금 더 크다. ^^
다시 서역으로 돌아와 고픈 배를 부여잡고 거금들여 김밥도 사고 음료수도 샀다. 속이 너무나 부족한 김밥이었지만 얼마나 기쁘게 먹었는지... 근데 넘 비싸~ 이름은 딱 한국이름이었는데 장사하는 사람은 일본사람처럼 보였다. 그래도 우린 여길 '이서방'이라 불렀다.
<우리의 점심 만찬>
비엔나에 있는 동안 몇 번 사먹었다. 우리 먹는거에만 너무 투자하나? ^^ 그래도 잘 먹어야 잘 볼 수 있다는 핑계삼아 거리낌없이 먹어댄다. 프라하로 가기 전 다시 한번 드르겠지만 오랫동안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 정말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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