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히가시카와에서의 하루를 시작했다.
숙소에서 식사를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괜찮은 장소를 너무 많이 추천받아서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방문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히가시카와의 오니기리집 'ちゃみせ(챠미세)'
챠미세는 현미로 오니기리를 만드는 집이다(玄米おむすび).
전원에 홀로 우뚝 선 목가적인 주택과 작은 뜰은 히가시카와의 이미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밥 먹으러 와서 밥 보다 분위기에 먼저 반해버리면 이건 반칙 아닌가? 밥이 맛없을리가 없잖아!
작은 매장에는 10여개의 푸짐한 오니기리가 정렬되어 있었다. 홋카이도산 재료를 매일 아침 준비해서 만든 현미 오니기리로, 아침에 만든 만큼만 판매하고 문을 닫는다. 그래서 오전 8시 문 여는 시간은 똑같지만 문을 닫는 시간은 매일 다르다고 한다. 특히 오늘같은 일요일이면 오전에 후딱 다 팔려버리니 일찍 찾아야 한다고 숙소 주인이 말했다. 정말 우리가 가든에서 먹고 있는 동안, 다 나가버려 추가 구입을 할 수 없었다.
현미의 까슬한 느낌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하나는 조금 아쉽고, 둘은 너무 배부르고... 그래도 맛있는 탓에 두 개를 후딱 먹어버렸다. 몇 개 사서 가지고 가려 했으나 순식간에 싹~ 사라져버린 오니기리. 동네사람들도 꽤 많이 포장해가는 듯 보였다. 종류가 다양했던 것도 한 몫 한듯~
부담스럽지 않게 일요일 오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인 듯 하다.
일본 영화 포스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나도 사진 한장! 역시... 그런 분위기는 내가 낼 수 있는게 아니구나 싶다. ^^
배를 채우고 나니 생각나는 향긋한 커피향~
그래서 달려간 곳은 작은 커피하우스 요시노리 커피(Yoshinori coffee)다.
이곳 역시 넓은 초원 한 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목조건물이다.
본래 창고로 쓰던 건물을 조금 손본 뒤 커피 하우스와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요시노리 커피는 스페셜한 원두를 선택하여 직접 로스팅 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을 우선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전원 하우스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기엔 최고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런 푸른 빛을 넋놓고 바라본게 언제였나 싶다.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고, 머리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정신놓고 앉아있으면 반나절은 거뜬히 앉아있을 각이다.
커피의 종류도 다양하고, 드립용품들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특히 히가시카와의 목재로 만들었다는 드립틀은 엄마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결과 지금은 우리집 주방에...
요시노리 커피 사장님. ^^
숙소 주인이 알려준 두 곳 모두 아담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이었다.
인상적이게도 히가시카와의 상점들은 일주일에 2일을 쉬는 곳이 많았고, 문을 닫는 시간도 꽤 자유롭거나 빠른 경우가 많았다. 외곽지인 탓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큰 무리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히가시카와를 둘러보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구부족으로 통합될뻔 했던 히가시카와에 어떻게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지, 이들은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지.. 우리네 시골과 사뭇 다른 이곳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 히가시카와는 비에이와 후라노 주변에 있어 오가는 길에 방문할 만한 괜찮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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