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시끌벅적한 도심을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으로 "샤코탄 반도"가 있다. 오타루에서 1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지만 대중교통(버스로 이동 가능)이 편해 보이진 않는다. 주로 렌트를 하거나 최근에는 원데이 투어 상품도 보이는 듯하다.
샤코탄 반도를 향해가는 길, 시원스러운 동해바다(우리 입장에서)와 아찔한 바위 절벽이 길게 뻗은 해안도로는 그야말로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같은 동해바다라 그런가? 울릉도 풍경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카무이 미사키 공원
샤코탄을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난 야생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나 신기하게 바라봤더니 어디서 또 한 마리... 차가 와도 크게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간혹 붉은여우를 만났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야생여우를 처음 본 날!
드디어 도착한 <카무이 미사키 자연공원>
이곳 일대는 홋카이도의 절경으로 손꼽히며 '니세코 샤코탄 오타루 해안 국정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에 와보지 않았다면 존재조차 몰랐겠지만 알고 난 지금은 이곳에 안 왔다면 아쉬움을 넘어 꽤 슬펐을 것 같다. 그만큼 마음에 깊이 남는 풍경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관광안내소 겸 기념품 가게로 사용하는 건물이 있다. 샤코탄 바다 색이 너무 아름다워 '샤코탄 블루'라고 하는데 그 이름을 따서 샤코탄 블루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다. 사방의 푸르른 빛이 눈의 오염을 다 씻어내리는 것 같다.
샤코탄이라는 이름은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말에서 유래했단다. 샤쿠는 여름, 코탄은 마을, 즉 여름 마을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홋카이도에서 여름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여러 번 꼽혔다고 한다. 눈 덮인 이곳 풍경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여름의 풍경이 무지 아름답다는 말엔 이견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자연공원의 끝자락인 카무이 곶까지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카무이 곶에서는 등대와 카무이 바위를 볼 수 있는데 그 첫 관문이 왜소한 나무 문인데 세상에.... 입구에 딱 적혀있는 말이 "여인 출입금지"
카무이 곶 끝에 일본에서 유교 경승지로 유명한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가 했는데 이곳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샤코탄 전설)이 있단다. 챌렌카라는 여인이 요시츠네 장군에게 사모하는 마음을 전했지만 장군은 떠나 버렸고, 장군이 타고 가는 배를 바라보며 이곳 바다로 뛰어들었다. 원한의 말과 함께... 그 후 여인을 태운 배가 이 주변을 다가오면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나 여인출입금지가 됐다는 전설이다. 메이지 시대 초까지 금지였지만 지금은 당연히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폭우가 산책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어 끝까지 갈 수 없다는 안내가 있었고, 안타깝게도 카무이 등대와 바위를 볼 수 있는 곳까지 갈 수는 없었다.
진심 아름다웠던 카무이 미사키 풍경!
마치 바다를 향해 끝까지 뻗어나가겠다는 듯한 역동적인 풍광이다. 저 끝까지 달려가면 러시아에 닿을 수 있을까. 조사만 아니었다면 저 끝까지 산책하며 제대로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카무이 미사키가 유명한 또 하나는 일명 '샤코탄 블루'라고 불리는 한없이 투명한 푸른빛의 바다다. 일본의 아름다운 바닷가 100선에도 뽑혔단다.
잠시 남태평양의 바다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창백한 푸르름이었다. 바닷가에 우뚝 선 절묘한 바위는 포르투갈의 호카곶과도 많이 닮았다.
산책로와 전망대가 아주 잘 정돈되어 있다.
여름이었지만 크게 덥지도 않았는데 왜 사람이 없지? 의아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근데 이 산책길에서 곰을 목격했다는 사람도 있단다. 그래서 조심하라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카무이 바위.
어떤 신이 붓으로 절경을 그리던 중 딴생각을 해 잉크를 짙게 떨어뜨린 게 아닌가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본다.
돌아가는 길, 공원을 벗어나다 보니 관리 아저씨가 벌써 문을 닫으셨다. 폐점 시간까지는 좀 남아있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 그랬나 보다. 아저씨께서 여우가 사나워 위험하니 내려서 만지지 말라고 하시는데 아휴~ 만지다니요. 큰일 날 소릴요. ^^ 근데 저 여우는 무슨 강아지 마냥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닌다.
카무이 미사키 자연공원
오전 8시 오픈, 5시 30분 폐쇄(12-3월은 10시 오픈, 3시 폐쇄), 입장은 폐쇄 1시간 전 마감
※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오면 개방하지 않을 수 있음
▶ https://www.kanko-shakotan.jp
카무이 미사키 공원을 벗어나 찾아간 곳은 샤코탄 반도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할 수 있다는 미사키노유 샤코탄 온천이다. 특히나 해 질 녘 풍광이 멋지다는 말에 적당히 시간 맞춰 도착했다.
미사키노유 온천은 우리네 목욕탕처럼 온천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료칸 같은 곳의 온천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온천욕을 할 수 있다. 홋카이도가 우유가 유명하다는 말에 우유도 한잔~ 병이 너무 귀엽다.
온천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실내탕과 노천탕이 있고, 무엇보다 샤코탄의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카무이 미사코도 한적했는데 온천도 사람이 없다. 들어갈 땐 2-3명 정도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 가족 밖에 남지 않은 온천탕. 덕분에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한 없이 나눌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하늘에 가득한 구름 때문에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없었다는 것. 그래도 뜨끈한 온천에 들어가 있으니 여행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다.
미사키노유 샤코탄 온천
개관시간: 오전 10시 ~ 오후 9시(8시 30분까지 입실 가능), 매주 수요일 휴관(동절기 변경 가능)
입장료: 900엔(610엔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900엔으로 올랐다고), 단체(15명) 할인 가능
근육통, 관절염에 효과 있음
'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 > 홋카이도(北海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감만족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 여행(사누키 우동집 & 앤티크 하우스) (8) | 2023.05.12 |
---|---|
먹고, 마시며 즐기는 히가시카와정(홋카이도) 아침산책 (4) | 2018.09.19 |
홋카이도 소도시 히가시카와정에서의 하룻밤: with 소라 원 스테이 앤 요가(sora one stay & yoga) (6) | 2018.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