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호이안 구시가지로 향했다.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조금 색다른 체험을 해보자는 생각에 한국에서 쿠킹 클래스(cooking class)를 예약하고 온 터였다. 이불속에 파묻혀 있고 싶은 마음을 겨우 달래 길을 나섰다. 아침의 구시가지는 북적이던 오후와는 꽤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쿠킹 클래스는 Morning Glory Cooking School이었는데 실제로 간 곳은 Vy's Market Cooking School이었다. 알고 보니 오너인 Ms Vy의 이름을 딴 곳으로 그녀는 호텔 1곳과 다수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그중에 호이안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모닝글로리가 있었다. 결국 주인이 같은 곳이라는 얘기.. 사업가 다운 그녀의 수완이 엿보인다.
여하튼.. 도착하니 웰컴 드링크를 주면서 오늘의 일정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다른 일행을 잠시 기다렸다가 쿠킹 클래스 일정을 시작했다.
첫번째 일정: 장보기
첫 일정은 호이안 전통시장인 중앙시장(Cho Hoi An)으로 가서 시장을 둘러보고 간단한 장을 보는 거다. 쿠킹 클래스 장소가 섬안에 있어 배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다리로 건너갈 수 있지만 참여자들을 위해 만든 코스인 듯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배에서 보는 호이안 구시가지의 모습을 그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세계 어디든 아침의 시장은 생기 넘친다. 신선한 해산물, 고기, 야채, 과일부터 쌀국수, 반건조과일, 향신료 등등등... 시장을 구경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호이안 중앙시장은 우리네 전통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과거엔 해외 선박들이 들어오며 꽤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쿠킹 클래스 직원이 함께 가기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가며 구경할 수 있고, 구입할 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베트남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야채와 향신료를 맛보기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는지, 먹으면 무엇에 좋은지 등등 재밌는 투어였다.
다시 돌아온 Vy's Market Restaurant 앞엔 건조하고 있는 월남쌈이 한가득~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번째 일정: 베트남 길거리 음식 맛보기
실내에는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요리하고, 맛 보여주는 곳들이 줄지어 있다. 대부분 베트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길거리 음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음식을 보면 우리에겐 결코 흔!한! 음식들이 아니었다.
▲ 쌀국수 기계
▲ 빵만들기
각 코너를 돌아보며 음식 맛을 보기도 하고, 실제로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체험해볼 수도 있다. 기계에 쌀 반죽을 넣으면 가느다란 국수로 변신한다. 언뜻 보기에 기계가 다 해주고 적당히 잘라만 주면 된다 싶은데 그것조차 쉽지 않다. 반미를 만들 수 있는 빵 반죽도 쉬워 보이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
처음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미, 분짜, 짜조 등이 등장하지만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개구리, 부화하기 전의 오리알, 원숭이 뇌 등등등... 맛보기가 쉽지 않다. 동생과 엄마는 일찌감치 멀리 떨어졌고, 우리와 함께한 네덜란드 커플은 새로운 체험을 좋아한다며 조금씩 맛보기도 했다.
세번째 일정: 쿠킹 클래스 & 시식
드디어 주방으로 향한 우리는 요리를 하기 위해 세팅된 테이블 앞에 섰다. 요리를 위한 메인 재료부터 간단한 조미료까지 세팅된 걸 보니 흥분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20명이 조금 안되는 사람들이 쿠킹 클래스에 참여했고, 우리 가족, 네덜란드 가족, 영국에서 온 대가족이 한 팀이었다.
<오늘의 메뉴>
- 새우가 들어간 양배추 스프
- 바베큐 치킨
- 호이안 팬케익
- 망고 샐러드
▲ 양배추 스프
새우를 잘게 썰어 양배추에 돌돌 말아 끓인 맑은 스프다. 깔끔하고 시원해서 먹기 좋다.
▲ 호이안식 팬케이크
팬케이크라고 해서 늘 먹던 케이크를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쌀전병에 달걀을 바싹하게 구워 얹고, 각종 채소를 넣어 돌돌 말았다. 딱 한 입거리인 호이안식 팬케이크는 달걀의 바싹한 맛이 매력이다.
▲ 망고 샐러드
▲ 두부 조림
▲ 치킨 BBQ
마지막은 치킨 BBQ와 망고 샐러드다. 양념한 치킨을 굽는 동안 망고 샐러드를 만든다. 망고는 우리가 늘 먹던 잘 익은 망고가 아닌 딱딱하게 설익은 망고였는데 맛이 쓰지 않고, 약간의 단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각사각 식감도 좋은 상태였다. 망고 샐러드는 집에서도 쉽게 해볼 만한 요리였다. 채식주의자들은 치킨 BBQ 대신 두부조림을 요리한다. 모든 요리엔 채식주의자를 위한 레시피가 따로 준비되어 있다.
메인 요리를 끝내고 시식할 때 오늘 요리를 위해 수고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아이스크림을 준다. 이 아이스크림 또한 예술이다. 조금씩 만든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배가 불러 그릇을 깨끗하게 비울 수 없었다.
Vy's cooking class는 매일매일 다양한 클래스가 열린다. 즉, Ms Vy's가 직접 하지는 않는다는 말!
우리 클래스를 담당한 선생님(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ㅠ)은 요리를 하는 중간중간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여가며 지루하지 않게 수업을 진행했다. 자기는 세상에서 엄마의 국수가 가장 맛있다며 지금도 집에 가면 엄마가 해준 국수를 맛있게 먹는다는 이야기, 어릴 적 아버지와 있었던 이야기 등... 덕분에 2시간 30분여의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어 더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요리가 끝나고 나면 레시피와 함께 작은 선물을 준다. 선물은 베트남 조리기구! 이걸 선물로 줄거면 시장에서 살 때 얘기해주지 그랬어...
우리가 참여한 클래스는 Holiday Masterclass 로 총 5시간(8:30AM-1:30PM / 요리시간 2시간)이 걸린다.
1인당 32달러로 홈페이지나 메일, 전화로 예약한 후 참여할 수 있다.
다른 클래스는 홈페이지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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