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어딘가를 향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 발걸음 끝에 닿는 모든 풍경에 빠질 수 있는 여행.
적어도 프라하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보내봐도 좋지 않을까.
화약탑을 들어서니 프라하는 현대에서 중세로 회귀했고, 여행의 분주함은 일상의 여유로 전환되었다.
한국에 시청광장이 있다면 프라하에는 바츨라프 광장(Vaclavske namesti)이 있다.
카를 4세가 신시가지 계획 중 한 곳으로 만들었다는데 그게 1348년의 일이다. "신(新)시가지"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광장에 가득한 '열정'과 '에너지'는 언제나 이곳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둔탁한 타악기 소리가 한창 심장을 두드릴 때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작은 몸짓을 보인다. 그러다 이내 거리의 악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행복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잠시 웅성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무조건 따라줘야한다며 달려가니 마임 공연이 시작된다. 천사도 나왔다가 악마도 나오고...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에 꽉 막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들썩임이 참 좋다.
한 나라의 시작을 선포하고, 민주화 혁명이 한창이었던 이곳에 지금은 각기 다양한 문화혁명이 소리없이 일어나는 듯 하다.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지만 프라하 시민회관(Obecni dum) 앞 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100년 가까이 왕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프라하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다채로운 행사의 거점이 되고 있다. PROMS가 한창이었던 그 때.. PROMS가 영국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체코에서도 열리고 있었다. 시민회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알퐁스 무하의 작품으로 아주 멋지다는데... 건물 겉만 봐도 굉장히 화려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역시나... 가장 거리낌 없고, 가장 자유롭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들인 것 같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이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프라하의 명물, 붉은 트램...
프라하의 광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구시가지 광장(Staromestske Namesti), 그리고 이 구역의 주인공은 나라며 자랑스럽게 광채를 드러낸 구시청사의 천문 시계. 유럽에서 시계탑의 공연은 흔한 일이지만 천문시계 처럼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드문 듯 하다. 낮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 한장 찍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지금은... 다들 어디간거지?
시계탑 앞이 조용한 이유가 있었다. 구시가지 광장에선 신나는 라이브 밴드공연이 한창이고, 광장 언저리엔 엄청난 냄새로 코를 자극하는 먹거리 포장마차가 즐비하니 한적할 수 밖에...
어떤 타이틀로 열리는 공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밤 이런 공연이 열리는 듯 하다. 타이틀이 뭐가 중요하겠나. 같은 마음으로 함께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지~
2차 세계대전으로 초토화되었던 구시가지 광장에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어울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 부딪혀도 가볍게 웃고 넘기고, 때론 더 많은 이야기와 술 한잔을 나누며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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