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3.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
평소 좋아하던 작가를 만난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장막없이 그의 숨결과 생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다려졌다.
"왜 세상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인생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없나?"
그는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돌아가니 '물질'과 '돈'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없을 순 없지만 '돈'을 내 사회생활의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그 근본을 찾아나가자면 우리 모두는 "사랑(관심)"이 필요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아니라 "사랑결핍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사랑결핍 사회에서 사랑을 채우는 하나의 도구로 물질이 이용되는 것이다.
부족한 관심을 채우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니 '물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관심을 받는 듯 보인다. 그러니 나도 사랑을 받기 위해선 물질이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역으로 생각하면 물질로 많은 것을 채우려하는 사람은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결론이 난다).
하지만 물질을 충족하기에 우리 사회는 장애물이 많다.
특히 "평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측면에 부딪히게 되면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loser(온전히 개인의 탓)'라는 타이틀이 생기게 되고 이것을 견디지 못하면 '자살'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장애물을 빠르게,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게 됐고, 그러한 방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technic)"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학교, 사회, 교육기관... 모든 곳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가르치는데 전념한다.
그러면.... 정말 이런 테크닉으로 우리 삶이 변화될 수 있을까?
"No!!!"
우리는 이러한 삶의 매커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얻는다.
그렇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의미있는 일인가?'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전에 '나는 무엇을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며 심리적이고도 정서적인 측면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백시간, 수만시간, 나와 이야기를 나눠야 나를 알 수 있다!"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지금의 고민이 모두 사라지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20대 중반을 넘어설 즈음 50대가 되어도, 60대가 되어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들은 언제나 똑같은(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니 말이다. 그렇담 '고민의 순간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
...
알랭 드 보통은 "모든 사람이 교사"가 되어야 함을 제안했다. 난 "모든 사람이 상담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타인을 돕는 거창한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담자의 자세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상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인식"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지, 내가 어떨 때 가장 행복하고, 어떨 때 불행하다 생각하는지, 내가 가진 주된 감정은 무엇인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끝이 없는 작업이지만 이런 고민과 생각 속에서 적어도 이전의 나와는 달라져 있을테니 말이다.
매 순간 기억해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마는 내게 한번 더 자각할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됐다. 물론 어느 순간 또 잊고 말겠지만 흐릿해져가는 그 순간까지 난 또 힘을 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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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연이 끝나고 인생학교 서울의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청중에게 의견을 듣고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시간도 주옥같은 시간이었다. 때론 아주 현실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선생님들의 답변이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모호하게 느껴지고 이해가 안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백번 공감한다.
내가 경험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든 것이라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좁지만은 않다.
온전히 나에게 젖어드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세상의 많은 문들이 내 앞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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