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명아트센터
온 나라가 레미제라블의 열풍에 휩싸인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으로 전주곡을 울렸고, 뮤지컬과 영화가 뒤를 이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832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1862년에 씌여진 케케묵은 소설이 세계를 뒤집은 이유는...
지난 연말 쏟아지는 일들 사이에서 도망치듯 찾아간 공연장, 나를 끄집어내어 준 그 분이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ㅎㅎ 물론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큼 더 많은 시간을 시달려야겠지만 이럴 땐 생각않는게 상책이다. 기분 제대로 내보려고 뮤지컬 망원경도 빌렸다(대여비: 3,000원)만 사실 활용도는 높지 않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연기자들의 섬세한 표정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방법 만큼 좋은 건 없을 것 같다.
전날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라 심히 걱정했는데 1막에선 꽤 졸았다는... 나의 피곤함도 한 몫을 했겠지만 연이은 공연탓인지 연기자들의 컨디션도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다. 연기자들이 모든 공연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연에 몰입하는데에는 지장이 될만큼 저조한 컨디션은 좀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발장과 판틴은 절절해야 하는 장면들에서 끌어오르는 감정을 칼로 잘라버리는 것 같아 답답함도 느껴졌다. 오히려 조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공연이다. 줄곧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던 떼나르디에 부부들의 연기(임춘길, 박준면) 덕분에 그나마 살았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역들의 열연. 이형석군의 가브로쉬('부랑아'라는 뜻의 프랑스어)는 단연 으뜸이었다.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몫을 다해내는 아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 약간의 의문을 제기하게 되지만 어찌됐건 4대 뮤지컬을 모두 본 느낌이라면...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은 그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졌지만 '미스 사이공'과 '레미제라블'은 심히 실망스럽다. 4대 뮤지컬은 누가, 언제, 어떻게 정한 거지? 단지 장기 공연일수와 관람객 수만 가지고 얘기를 한다면 글쎄올시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불쌍한 사람들...
뮤지컬을 보고 난 뒤 봤던 영화에서는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있었다. 뮤지컬이 가졌던 생생한 현장감이 오히려 역효과였던 터라 더 크게 느껴졌던 부분도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훨씬 더 내용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고, 리얼함이 살아있었던 것 같다. 제목이 가진 '불쌍한 사람들'의 면면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좀처럼 같은 영화를 2번(그것도 극장에서)이나 보는 일은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새로운 경험도 했다. ^^
워낙에 쟁쟁한 배우들의 엮음이라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간간히 느껴지는 흐름의 끊김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을 감안하니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앤 해서웨이를 이쁘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이번 영화에선 정말이지 반해버릴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두번째 뮤지컬 영화 출연이었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살짝 실망스러웠다는... 영화에서도 자브로쉬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가 됐다. 저 조그만 꼬마가 '혁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을까? 거창하게 혁명까진 아니더라도 '그가 원하는 세상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진다.
1998년 개봉된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
4~5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스토리를 보는데에는 전작이 더 좋을 수 있다.
특히 자베르가 죽는 장면이 이번 영화와 조금 다르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레미제라블을 구성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내게 남는 것은 '사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명을 이야기하며 혹자는 선거 전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대선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거라 말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 사람의 관심과 기대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 고마움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것의 중심은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 그 인간을 바라봄에는 '사랑'이 함께여야 한다는 것!
그것이 Les Miserables의 외침이다.
꼭 시간내어 빅토르 위고의 원저를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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