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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 이야기(Asia)/홍콩(Hong Kong)

시간이 멈춘 홍콩의 그 곳(웡타이신 사원-난리안 가든-치린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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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얼굴 생김새, 생활양식이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다 해도 어디서든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행복에 대한 염원"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고, 쉼의 시간도 가지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의 핵심에는 행복과 평안한 삶이 아닐까.

 

홍콩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사람들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기원을 볼 수 있는 곳, 웡타이신 사원(Wong Tai Sin Temple)을 만날 수 있다. 여행자의 발걸음에 제동을 가하는 이곳에선 조금 걸음을 늦추어도 좋을 것 같다.

 

 

 

 

▲ 중매장이 신(Yuelao)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교사원이 아니다. 노자를 통해 기틀을 형성한 도교의 사원으로 중국인들의 정신세계에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도(道)를 담고 있다. 지금은 유교와 불교적 특성이 더해져 언뜻보면 쉽게 구분되지 않지만 조금 관심을 기울인다면 몇 가지 특성들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중국본토보다 대만이나 홍콩 등지에서 종교적인 면모를 더 잘 유지하며 전해졌다 하니 홍콩에서 웡타이신 사원을 찾아온 것은 참 잘한 일인 듯 싶다.

 

 

▲ 웡타이신 사원 안내도(홈페이지: http://www.siksikyuen.org.hk)

 

 

 

 

 

입구부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염원으로 가득하다. 성당에는 촛불로, 신사에서는 오미쿠지(おみくじ)나 에마(えま)로, 절에서는 기와불사나 봉등으로... 도교에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염원이 담긴 물건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중심 제단(The Main Altar)

 

 

365일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파의 무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중심 제단이 있는 곳이다. 1915년 중국본토에서 전해졌을 당시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나 보다. 지금 볼 수 있는 제단은 1969년 부터 4년간 지어졌고, 중국 도교와 유교, 불교를 상징하는 많은 조각과 그림들이 남아 있다.

 

'도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글이 "道可道 非常道('도'를 '도'라고 일컫는 순간, '도'는 더이상 '도'가 아니다)"이다. 이렇게 심오한 말들을 내뱉는 도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불로불사(不老不死)"라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것도 뭐... 종교 자체가 사람들의 기본적 염원을 담은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하기로 했다.

 

 

 

 

 

기원의 방식은 우리네 불교보다는 일본의 신사에서 봐왔던 그것과 비슷하다. 대나무통을 흔든다던가, 향을 피우고 머리 위에서 휘~휘~ 돌린다던가, 박수를 친다던가 하는 모습이 말이다. 대개 이런 방식으로 건강을 비는 것이 가장 크지만(이곳의 주인인 웡타이신이 건강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현대사회 특성에 맞게 사업의 성공과 재력, 학업에 대한 염원 등을 담아서 빌기도 한단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생각한다면 여행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미안스레 느껴지기도 한다.

 

 

 

 

 

경당처럼 작은 사원 아래 사원의 주인들을 모셔두었다. 얼마나 많은 신을 모시고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 신들인지...

 

 

 

▲ Yuk Yik Fountain

 

 

중심제단이 있는 곳에서 조금 벗어나면 휴식공간과 함께 작은 공원이 나온다. 연꽃 위에서 솟아나오는 물줄기가 꽤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사원의 포토 포인트로 인기 만점이다.

 

1915년 광둥에서 홍콩으로 옮겨온 웡타이신 사원은 원래 사적 사원이었지만 1956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웡타이신은 본래 도교 신자였지만 지금은 그의 업적을 기려 그를 위한 사원을 만들었다. 높디 높은 빌딩 사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홍콩에서의 색다른 경험이다.

 

 

 

 

 

 

 

웡타이신 사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는 난리안 가든(Nan Lian Garden)이 있다. 왁자지껄하고 부산스럽던 웡타이신 사원에서 바로 이동해서인지 난리안 가든의 고요함은 반갑기만 하다. 이렇게 좋은 곳에 오가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복잡한 홍콩에서 한템포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난리안 가든의 중심 건물인 금빛 정자. 금빛 찬란히 반짝이고 있는 건물이 순간적인 마음을 빼앗긴 하지만 지속성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너무 강렬하여 감히 근접할 수 없는 느낌이 그리 편치는 않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나무들도 자연의 미는 가지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난리안 가든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은 금빛 정자로 향한다. 이곳 외에도 분재들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있으니 분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홍콩은 높은 빌딩들만 가득한 곳인줄 알았더니 이렇게 전통적 미를 담고 있는 곳도 있다. 화려하고 복잡한 홍콩의 모습에 지치거나 재미없어질 때쯤 구룡지역 외곽에 있는 이곳에 드른다면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홍콩여행을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아~ 이런 곳에선 책 한권과 시원한 음료수 하나 들고 몇 시간을 보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구나.

 

 

 

 

 

난리안 가든과 이어져 있어 같은 곳인줄 알았더니 아니라고 한다. 문 닫기 직전에 도착하여 겨우 정신없이 둘러본 지라 치린 수도원(Chi Lin Nunnery)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볼 순 없었지만 수도원이 가진 웅장함은 꽤 볼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미 본당의 문은 닫겨져 있어 정원과 이어진 건물의 겉모습만 이리저리 살펴 본다. 비구니 스님들이 있는 수도원이라 하더니 웅장함 속에서 투박함 보다는 여성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치린 수도원에 있는 만불탑(아파트 앞에 보이는 탑)에 장국영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홍콩영화의 최고 전성기를 눈으로 봐왔기에 장국영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가 이곳에 잠들어있다고 하니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수도원을 둘러보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도 결국엔 이렇게 고요하게 잠들게 되는구나.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피곤했을 그가 편히 쉬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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