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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of All/Book Review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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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저자
정약용 지음
출판사
창비 | 2009-10-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오랜 세월에도 빛바래지 않는 인간 정약용의 가슴 따뜻한 삶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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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을 보내며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고등학생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도 아니기에 별 생각없이 기억에 남는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정약용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란다. 바쁘디 바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니 책 읽을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독서를 한다해도 교과서용 도서 또는 오락용 도서 정도라 확신했는데 그 확신을 무참히 깨부수었기에 놀라움은 꽤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런 놀라움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며 그 친구를 생각하며 정약용 선생의 책을 꺼내 들었다.

 

 

과연...

우리가 고전을 멀리하지 않아야 할 이유, 아니 시대를 넘어 고전이 전하는 삶의 지혜와 지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시대를 넘어선 사유(思惟)로 뛰어난 삶의 지침을 제시했지만 이를 시기한 관료들의 반발로 유배를 당한 뒤 죄인의 몸으로 처절하게 살아간 18년간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대부분은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이고 나머지는 피를 나눈 형제이자 평생의 학문적 지기였던 그의 형, 그리고 제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묶었다.

 

집안 전체가 쫓겨나 '패족'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마저 '패족'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끊임없이 두 아들을 꾸짖고 채찍질하는 곧은 아비의 모습에서는 더 없는 위엄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옆에서 따뜻하게 보살펴주지 못하고 가르침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거듭 전하는 부분에서는 아련한 부정도 느껴진다. 부족함이 많은 유배지에서의 생활에서도 세세하게 부인과 아들을 챙기는 모습은 현대의 아버지와 겨루어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지금으로 부터 200년을 더 거슬러올라가는 과거임에도 현재와 비교하여 버릴 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물론 그래서 우리가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아야겠지만). 가족제도에서 정치제도, 교육제도, 경제활동 등 다산이 전하는 모든 말들은 지금도 하나하나 새겨두어야 할 진리로 가득하다. 특히 외부에서 유입되는 문물로 변화되는 젊은이들에 대한 탄식과 효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염려, 적절하지 못한 교육제도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 부분에서는 지금도 너무나 공감가는 부분이다.

 

세상 모든 것의 기본은 효(孝)이며 이것이 흐트러졌을 때에는 어떤 것도 제대로 설 수 없음을 강조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이에 따르는 윤리의식,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 등은 매일매일 꺼내어 읽어야 할 만큼 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때때로 가차없이 던지는 돌직구 발언은 꼭 내게 하는 듯이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남겨줄 것이 벼슬도 아니요, 재산도 아니요.

다만 근(勤)과 검(儉)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임을 잊지말라고 몇 번이고 반복하던 그 말이 지금도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폐족이 되어도 결코 무지렁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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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량의 근본은 용서해주는 데 있다.

근본을 두텁게 배양하기만 하고, 얄팍한 자기 지식은 마음 속 깊이 감추어두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거든 그 일을 하지 말고, 남이 듣지 못하게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일을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사람들이 모두 같지 않거늘 어찌같은 일을 하기를 바라느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으며, 학문에 뜻을 둔다고 했을 때는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오직 효제(孝弟)가 그것이다. 반드시 먼저 효제를 힘써 실천함으로써 근본을 확립해야 하고, 근복이 확립되고 나면 학문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진다. 학문이 이미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지면 특별히 순서에 따른 독서의 단계를 강구하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에야만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사대부 자제들이 우리나라의 옛일을 알지 못하고 선배들이 의논했던 것을 읽지 않는다면 비록 그 학문이 고금을 꿰뚫고 있다해도 그저 엉터리가 될 뿐이다.

 

독서 한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어두운 면에서는 귀신의 정상(精狀)을 통달하고 밝은 면에서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의 정책을 도울 수 있어 짐승과 벌레의 부류에서 초월하여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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