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갈색 눈...
부제가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다.
편견, 차별, 고정관념, 낙인...
평등, 공평, 공정, 정의...
공평한 사회여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한 사실적인 교육방법을 책으로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이 교육방법이 옳은가, 그른가. 또는 윤리적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 너머의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니까.)
초등학교 교사 제인 엘리어트(Jane Elliott)는 사회가 가진 편견과 차별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교실을 차별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단 하루, 인위적 차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차별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 감정 등을 리얼하게 담아낸 책이다. 인위적 상황이었지만 그들의 생각과 감정은 결코 인위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생각이었다.
몇 몇 사람의 추천도 있었고, 책 제목이 주는 신선한 호기심도 있어 선택한 이 책은 몇 가지 놀라움을 내게 던져주었다.
첫 번째는 제인 엘리어트가 본 실험을 처음 시작한 때가 1968년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이 책이 1987년 출판된 것을 번역하여 신간으로 나왔다는 사실(근 25년에 이르는 공백기는 어디갔는가).
무엇보다 그 때와 지금이 별 차이가 없는, 아니 오히려 더 강력한 차별과 편견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
50여년 전의 사회상이고, 타국의 상황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현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연관성을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다문화사회>에 이른 대한민국의 현실에 말이다.
흑인을 보지도, 만나지도 못한, 심지어 흑인이 나오는 책 한 페이지도 보지 못한 초등학생들이 가진 흑인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놀랍다.
"흑인은 백인처럼 똑똑하지 않다. 백인만큼 깨끗하지도 않다. 흑인은 자주 싸운다. 때로 폭동을 일으킨다. 흑인은 문명화되지 않았으며 불쾌한 냄새가 난다."
이를 우리 현실에 맞게 다시 말한다면
"베트남인은... 필리핀인은... 중국인은... 캄보디아인은... 몽골인은... 네팔인은..."이라고 할 수 있겠지.
<관련자료 참고: 초등학생의 다문화가정 아동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의 유형화: 인지적 과정을 중심으로(이선자, 송유미, 김민수)>
맛집은 내가 직접 먹어봐야 맛집이라 할 수 있고, 재미난 영화는 실제로 내가 보고 증명해야 재미난 영화라 말하면서 어찌 인간에 대한 판단은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사회가 가진 편견과 차별의 현실과 더불어 그 편견과 차별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들이다.
태생적으로 가지게 되는(절대로 변화될 수 없는) 개인적 요건들이 차별을 부여하고, 그 차별로 인해 개인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현실"과 그 틀 속에서 거부하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집단의 특성에 맞출 수 밖에 없는" 소외된 자들의 일상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다면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 뼈져리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단 1~2시간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무엇이든 행동할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 한다. 그런 행위를 묵인하는 것 또한 가해와 다르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단순히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현대의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말이다.
단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다수로 분류'될 수 있더라도 세상의 모든 사람은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형(오빠)이고 언니(누나)라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사회의 일원이라면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몸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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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엔 흑인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의 다른 많은 학교가 그러하듯 교과서에선 흑인을 언급하지 않았고 흑인이 등장하는 그림도 없었다. 따라서 아이들이 흑인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그 내용은 전부 부모나 친척에게서 혹은 그녀의 학급에서건 이전 학년에서건 학교에서 들은 말이거나 드물게는 영화나 라디오, TV에서 들은 말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단지 인종적 편견은 비합리적이고 인정차별은 나쁘다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 뭔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은 당신이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당신이 행동하는 방식은 당신이 하는 일의 종류뿐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느끼는 자기 모습에도 영향을 끼친다.
당신이 행동하는 방식, 당신이 하는 일의 종류, 당신이 스스로 느끼는 자기 모습, 이 모든 사항은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영향을 끼친다.
사실 이것들은 당신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에 영향을 끼친다. 차별은 충분히 오래 지속되기만 한다면 당신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 실험에 참가한 뒤)편견과 차별을 구분할 줄 아는 정교한 눈을 갖고 있어서, 편견은 차별의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식했다. 혐오스럽긴 할지언정 둘 중 훨씬 덜 해로운 것은 편견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편견은 주로 사람들의 삶을 그들이 살아가는 그대로 제한하고, 시야를 좁히며, 세계를 축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차별은 다른 사람들의 삶, 때때로 수백만 명의 삶을 불구로 만든다.
<옮긴이의 후기에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을 쫓아 한 패가 되는 게 아니라, 한 패가 되고 난 뒤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집단을 고른다. 이 집단을 차별해 그들이 열등해 보이고 열등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그런 다음 그 집단이 보이고 행동하는 방식을 열등감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빠지게 만들고 좌절감을 안겨준다.
일단 '우리'와 '그들'이 나뉘면 사람들은 신속하게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우리' 집단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개별성과 개인이 처한 상황의 맥락을 고려하지만 '그들' 집단에 대해선 개별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일 뿐이다. 개개인이 모두 다르고 각양각색인데도 피부색이나 종교, 출신국가, 경제적 지위처럼 그들은 모두 똑같다는 걸 암시하는 쉬운 표지를 발견하면 개개인의 차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다문화가정은 손들어" 등을 통해 나와 다르다는 구분을 발견한 순간, 어제까지 친구였던 내 짝의 이름이 사라지고 '다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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