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San Marco) 전면>
유럽의 많은 성당들이 화려함과 거대함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유럽의 성당에 익숙해진 사람이라해도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없다. 크고 화려하면서도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함께 느껴지는 곳이다. 유럽에서 동양으로 향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했던 곳이 베네치아라고 하니 이곳에 동양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적절한 조화를 통해 그들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승화시킨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9세기에 지어져 성경의 저자인 성 마르코의 유해가 안치되었던 첫번째 성당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두번째로 재건했으나 베네치아의 위상과 맞지 않다고하여 헐어버렸다고 한다. 현재 성당은 11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많은 보수를 거듭하면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약간의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베네치아의 수심이 높아지면서 비가 많이 올때는 산 마르코 대성당에까지 바닷물이 넘어온다고 하니 그 미래가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워낙에 볼거리가 많아서 딱 찝어내기가 힘들지만 일단 입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아치조각들에 눈길이 간다. 산 마르코 성당은 여러번에 걸쳐 개보수되면서 비잔틴양식, 로마네스크양식, 고딕양식이 혼재되어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으뜸가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손꼽힌다는 테두리를 빼놓아선 안된다. 그것 외에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서 가져와 산 마르코 성당의 상징이 된 '성 마르코의 말들'도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이 이런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가 식민지들에서 가져온(빼앗아 온) 보물들 덕분이라는 점이다. 1075년부터 외국에서 돌아와 베네치아에 정박하는 배들은 모두다 이 건물에 장식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와야했다고 한다. 물론 최고급으로 말이다. 현재 아치 위에 있는 것들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성당 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말들의 운명도 그리 순탄치는 않았던 것 같다. 십자군 원정때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왔는데 나폴레옹이 베네치아에 들어왔을 때 이것을 또 파리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랬다가 1815년 다시 돌아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콘스탄티노플까지 갈 여력은 없었나보다. 어쩌면 영원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눈을 끄는 것은 성당 입구 전면에 있는 모자이크들이다. 각 5개의 출입구 위쪽에 반달모양의 모자이크를 바라보고 있으면 황홀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중앙의 모자이크는 최후의 심판을 표현하고 있다.
<전면 모자이크>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이어진 4개의 모자이크는 성 마르코 성인의 죽음에서부터 유해를 알렉산드리아에서 베네치아로 옮겨오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슬람교가 큰 힘을 잡고 있던 알렉산드리아 교구의 주교로 그곳을 지켜오다가 죽고 난 뒤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두칼레궁전>
산 마르코 성당 옆에는 9세기에 완성된 베네치아 총독의 궁전인 두칼레궁전이 있다. 15세기에 이르러 완성된 궁전에는 총독의 사저와 행정부터, 법원 등이 이곳에 있었다. 고딕양식처럼 보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다른 모양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이곳도 베네치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관광포인트이다. 줄지어 서 있는 병정들처럼 느껴진다.
산마르코 광장도 비둘기 세상이다. 이곳이야말로 비둘기 천국인 것이 베네치아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곳은 공식적으로 여기 산 마르코 광장 뿐이란다. 얘네들은 비둘기가 정말 이렇게 좋을까? 난 정말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동안 이 비둘기들이 너무 싫어졌다.
<사자상>
성 마르코 성인을 대표하는 문양이 날개달린 사자의 모습이라던데 성인을 기념하는 것일까?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 마르코성인이니 그럴 확률이 꽤 높다.
<탄식의 다리>
두칼레 궁전 맨 윗층에는 무서운 고문실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면 이 좁은 다리를 통해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감옥으로 향하는 죄수들이 겪어야하는 고통과 벌을 생각하면서 작은 창을 통해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고 불린다. 이곳을 지나가면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고 하는데 바람둥이로 유명한 카사노바만이 이곳에서의 탈옥에 성공했다. 카사노바는 신성모독으로 수감되어 5년형을 선고받았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이 몸서리치게 싫어 정신병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결국 수감 15개월 만에 탈옥에 성공하게 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파리로 향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은 여성을 아주 사랑했지만 그 여성보다 더 사랑한 것이 '자유'였다고 하니 그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싫었을지 예상할 수 있다. 카사노바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와전된 것이 많다고 한다. 잡귀에 능해 여성들의 시선을 잘 끌었고, 예술로도 뛰어나고, 세상을 즐길줄도 아는 사람정도로만 생각했더니 상당히 두뇌도 우수했나보다. 안타깝게도 내가 본 탄식의 다리는 광고들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수리 중이라 그랬겠지만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제 베네치아, 너와도 안녕이구나. 지난날 예상치 못했던 폭풍우(?)로 널 제대로 알지 못하고 떠나지만 다음번에 만났을 땐 서로 더 멋진 모습으로 재회하자꾸나. 너도, 나도 그때까지 건강히, 안녕!
반응형
'서쪽 마을 이야기(Europe) > 이탈리아(Ita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Firenze] 이탈리아 두오모의 대명사가 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8) | 2010.11.23 |
---|---|
[Firenze] 피렌체, 너를 향해 달려간다. (0) | 2010.11.15 |
[Venezia] 아침을 여는 수산시장 (6) | 2010.11.07 |
[Venezia] 베네치아의 추억은 곤돌라에서 시작된다. (14) | 2010.11.06 |
[Venezia]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빠지다. (8) | 2010.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