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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Venezia] 유리로 만든 섬 무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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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버스 승강장>

본격적인 베네치아 기행을 위해 일찌감치 식사를 끝내고 나섰다. 흐릿흐릿한 하늘이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뿌릴 것 같더니 입구에 당도하기가 무섭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혹시나해서 우산은 가지고 나왔는데 비가 내리는 폼이 영 시원찮다. 우산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호텔방에 두고 온 비옷을 두고 하는 수 없이 비옷도 하나 샀다. 나를 위해 샀다기 보다는 우산으로 커버될 수 없는 카메라 때문에... 이건 확실한 주객전도다. ㅠ.ㅠ
버스정류장에서 무라노섬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41, 42번, DM선을 타고 15분만 가면 유리를 만드는 섬, 유리로 만들어진 섬 무라노에 도착하게 된다.


바다에 말뚝을 박아 만든 도시니 바다 가운데 가로등을 세우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어떤 규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줄을 지어 서 있는 가로등도 이색적이다. 이 또한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생각하니 깊이깊이 쓸어 담는다. 마음에...

<무라노섬 선착장>

베네치아를 제대로 느끼려면 해가 쨍쨍한 한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선 '해가 좀 나와줬으면...'하는 마음이 커진다.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한 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여행자인지라 비오는 날은 분위기 보다는 번잡스러움이 더 강하게 남는다. 레인코트를 입고 우아하게 해변을 거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무라노섬 벽면 번지수>

역시 입구부터 유리의 섬이 이곳이라는 것을 대문짝만하게 알리고 있다. 입으로 불어서 유리를 만든다는 것은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입을 통해 그렇게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어느정도의 과장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 모습 실제로 볼 수 있다면 내게 얼마나 좋은 기회가 될까. 이곳까지 오기 전, 꼭 볼 수 있었음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기에 포기의 마음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운이 좋았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유리공장>

원래 유리는 베네치아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공예품이었다. 그러던 중 1291년, 화재의 위험과 연기를 피해 무라노섬으로 기술자들과 용광로를 옮겨와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겉으로는 화재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베네치아의 정교한 유리공예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그때 이곳으로 이주한 유리공들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무늬의 섬세함과 선명하고 영롱한 색상을 보면 이 귀한 기술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유리공들에겐 너무 가혹인 일이다. 아직까지 수공으로 유리제품들을 만들고 있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대개 대를 이어 그 방법을 전수해왔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힘든 유리공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꺼리는 것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지만 그 때문에 이런 아름다운 공예품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생각하니 아쉬움이 커져간다.

<유리 전시관>

유리의 섬답게 곳곳에 유리로 만든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정불변의 모습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유리가 생각보다 놀라운 변화무쌍함을 가졌다. 하지만 이 유리들은 유리공들의 손끝과 입끝을 거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놀라움은 유리공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야 한다.




<유리 공예품들>

말 그대로 공예품들이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어떻게 사용하느냐, 무엇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유리공과 유리재료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많은 것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에 있는 피와 땀이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인데 간혹 그 뒷모습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유리작품들을 보면서 그 진리를 다시한번 되새기고 간다.


유리의 화려한 변신이다. 베네치아에서 판매하는 악세사리에 많이 들어가는 문양들인데 이것도 크리스탈인가? 함께 무라노로 향했던 언니는 이 무늬가 맘에 들었나보다. 그녀가 좋아하는 푸른빛이 한여름의 무라노섬과 잘어울린다.


우리동네에는 1,000원샵이 있고, 일본에는 100엔샵이 있고, 무라노에는 1유로샵이 있다. ^^ 오래된 건물 앞에서 작은 유리작품들을 1유로에 판매하고 있다. 1유로로 이런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건 상당한 행운이다. 하지만... 아직은 여행의 시작인 내가 지양해야할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짐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깨지고 부서질까 걱정하면서 다니게 되면 마음을 여행에 제대로 쏟을 수 없다. 그래서 포기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지금에 와서 아쉬움이 크다.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많은 것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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