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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Verona]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아나스타시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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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전세계 가톨릭의 본산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길 건너에 성당이 하나씩 나온다. 우리동네 교회가 더 많을까, 이탈리아의 성당이 더 많을까, 한번 겨뤄봐도 될 듯하다. 워낙에 많은 탓에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곳도 있고(사실 별 생각없이 사진만 찍어오면 절대로 어디인지 구분할 수 없다), 들어가보지 못한 곳도 많지만 베로나의 산타 아나타시아 성당은 이름처럼 여성스러움을 한껏 자랑하는 성당으로 기억에 선명하다.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 입구>

1290년에 지은 성당으로 입구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큰 규모이다. 붉은 벽돌과 핑크빛 대리석이 멋진 조화를 이루어 이름처럼 건물자체도 굉장히 여성스러운 미를 드러낸다. 색이 바랜 입구 프레스코화와 베드로의 삶을 표현했다는 조각상들이 결코 남루하지 않은 오래된 멋을 드러내 준다.

<성전 회랑>

아나스타시아 성당은 약간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중앙 제대를 비롯한 몇 곳은 제대로 돌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 와서 안기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천정화였다. 하늘을 덮고 있는 높다란 천정이 천조각이라면 옷을 하나 지어입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옷이 될 것 같은 그런 무늬를 가졌다. 천정을 받치고 있는 기둥도 시야를 가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바닥과 천정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어찌 이런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천정화 중 하나>

<성수대>

이곳 성당들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 중 하나가 성수를 담는 성수대이다. 우리네 성당들에는 성수대가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가본 곳들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성당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성수대들이 어머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특히 아나스타시아 성당의 성수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었다. 오른쪽, 왼쪽에 하나씩 자리하고 있는 성수대 아래로는 너무나 무겁게 성수를 받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나 싶기도 하고, 봉사의 마음이 얼마나 크면 저렇게 힘들어하면서도 놓지못할까 싶다. 그 모습때문인지 이곳에서 그들은 '곱추들'로 통한단다. 이 성수대를 만드는데 100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어찌보면 성수대를 만든 사람들의 고뇌가 담겨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특별한 기교가 들어간 것 같지 않은 그저 평범한 수반처럼 보이는데 100년이나 만들어졌다니 좀 의아하다. 하지만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들의 표정에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계속 쳐다보고 있는 나도 힘들어 진다.

<성모상>

하늘에 오르신 성모님의 모습인가 보다. 천상모후의 관을 받으신 성모님의 모습을 보니 그나마 아까 그 곱추들의 고통스런 표정으로 일그러졌던 내 마음도 조금 위로를 받는 것 같다. 가냘파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져 쉽게 보이진 않지만 그런 강인함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런 모습도 없겠지. 나도 그러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겉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거짓된 강인함과 과시욕으로 나도, 주위 사람들도 힘들어 질때가 많다. 무엇보다 그런 내 모습에 자꾸만 실망해가고 있는 내가 안타깝고 슬프다.

<이름모를 소제대와 펠레그리니 예배당>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볼거리를 꼽으라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피사넬로(Pisanello)의 [성 조지와 트레비존드 공주(St. George and the
Princess of Trebizond)]이다. 피사넬로는 동전조각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여기선 이 벽화가 꼭 봐야할 거리로 꼽힌다. 성구실인 펠레그리니 예배당은 공사중이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그 입구 아치에 그려진 피사넬로의 그림은 가려져 있지 않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공사중이 아니더라도 세심하게 둘러보지 않는다면 슬쩍 지나칠 수 있는 그런 위치이기에 이 그림을 보려한다면 조금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피사넬로의 성조지와 트레비존드 공주>


성모님에 관한 벽화들이 눈에 많이 띤다. 성모신심이라면 우리도 못지 않은데 역사성 때문인지 우리보다 더 많은 것들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임시로 차려진 제대가 우리가 보는 일상적인 제대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다. 어쩌면 이런 모습의 성당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이곳이 더 맘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유럽의 성당들이 처음에는 멋지고, 대단해 보이지만 비슷한 그런 모습들을 계속해서 보고있자면 이런 단촐한 우리네 성당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 난 아직 그럴때는 아닌 것 같은데... 이것도 일종의 향수라 봐야하나? ㅎㅎ

이렇게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을 돌아나온다. 이제 베로나에서의 일정도 이걸로 끝이구나. 이제는 베네치아이다. 많은 여행자들의 로망이라 할 수 그 곳으로 나도 달려간다. 새로운 설레임이 내 맘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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