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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핀란드(Finland)

[헬싱키] 헬싱키를 대표하는 두 교회-대성당(원로원 광장) &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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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펠리아우키오 교회 입구>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가톨릭을 따르는 것과는 달리 북유럽의 국가들은 루터파 교회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 역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터교를 따르고 그외에는 핀란드 정교회와 같은 정교회에 소속된다. 그래서인지 헬싱키에서 찾은 교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느 유럽의 교회와는 그 형태가 조금 다르다. 그 가운데서 헬싱키의 상징, 헬싱키 대성당과 독특한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를 찾았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바위로 만들어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그래서 암석교회라고도 불린다. 헬싱키에 대한 검색을 하면서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 대해 언급한 곳을 보았고,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보니 잘못하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겠다. 특별한 안내문이나 간판이 없어 이곳을 찾은 여행객 무리가 없다면 충분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교회의 입구 한쪽에 자그마한 십자가가 서 있다. 내게는 이 십자가가 이곳이 교회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였다.

<2층에서 본 교회의 모습>

정말 동서남북 사면이 모두 돌덩이로 둘러싸여 있다. 커다란 암석을 기본 뼈대로 하고 작은 돌들을 촘촘하게 채웠다. 이 교회를 짓기 위해 다이나마이트를 동원하여 중앙을 폭파시킨 후 천정 동판을 덮었다. 천정은 직경 24m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주위로 시원스럽게 트인 유리창(총 180개)이 교회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핀란드 현대건축 가운데에서 걸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이 교회는 티오모와 투오모 스오마라이네 형제가 설계를 하여 건축공모전에서 당선되었다. 자연스럽게 잘린 것 같은 암석과 밝게 비추는 자연채광이 교회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설계가 디자인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고려된 것이란다. 하지만 현재 유명세를 입는 것은 독특한 건축방식때문이고... 한 가지 더하면 천정이 높아서인지, 암석이 음향을 잘 받아서인지, 아님 천정의 동판이 좋은 울림을 주어서인지 음향효과가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있어 음악연주회장으로도 인기가 좋단다. 그래서 요즘은 콘서트나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교회의 오르간 파이프>

내가 찾았을 때에도 어떤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는 듯 보였다. 마이크를 연결하고, 악기를 조절하면서 어떤 음악회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부산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저그런 오르간의 파이프로 보이는데 파이프의 갯수가 총 3100개란다. 보이지 않는 곳에 꽁꽁 숨어있나 보다. 늘 성당이나 교회에 가면 운이 좋게 오르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선 그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

<교회를 채운 관람객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고 있다. 눈에 익숙한 십자고상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교회라는 느낌이 그닥 강하게 들진 않는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기도보다는 사진을 찍어대고 비디오 촬영을 하는데 급급해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채워진 곳일테니 이곳도 은총의 힘이 가득한 곳일거라 생각한다.

<염원을 담은 초>

이렇게 많은 초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분명 진짜 돌덩이인데도 자꾸 다가가 주먹으로 두들겨보게 된다. ㅎㅎ 모두 둘러본 후 헬싱키의 또 다른 교회의 상징 헬싱키 대성당으로 향한다.

<광장 입구에서 바라본 대성당>

헬싱키 대성당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원로원 광장을 거쳐야 한다. 누군가가 닦아놓은 듯이 새햐안 대성당의 건물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어제 헬싱키에 도착한 이래로 가까이에서 보진 못했지만 어디에서든 눈에 띠는 건물이 대성당이었기 때문이다. 수오멘린나로 오가던 수상버스에서도 높이 솟아 있는 대성당이 보인다. 그래서 상징성이 더 크게 부각되나보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헬싱키의 가장 오래된 역사지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다. 많은 시내 투어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헬싱키 대성당>

색의 단조로움으로 단순해보일 수 있지만 성당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하다. 성당 앞의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곳도 러시아의 흔적이 녹아있는 곳이다. 지어질 당시에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이름을 따서 '니콜라이 교회'라고 불렸지만 1959년에 '대성당'이라는 명칭을 쓰게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건축가인 칼 엥겔이 성당을 건설했을 때엔 중앙에 있는 돔 하나가 전부였으나 그가 죽고난 뒤 그 뒤를 이은 다른 건축가가 나머지 작은 돔들을 각 모퉁이마다 덧붙였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대성당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루터파 교회의 상징이라는데 왜 대성당(Cathedral)이라는 호칭이 붙여졌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개념과는 조금 다른가보다.

<내부 제대와 독서대??>

교회에서는 제대라고 부르지 않고 뭐라고 부르나? 명칭을 잘 모르겠으니 그냥 내가 알고있는 대로 불러야 겠다. 단조롭지만 묵직한 포스가 느껴지는 내부다.


어느 교회든, 어느 성당이든 오르간을 빼놓을 순 없구나. 이곳의 오르간도 예사스럽지 않다. 대성당의 흰 벽면과 조화를 이룬듯 하다.


이른 새벽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모가 돌아가셨단다. 이모는 내가 이곳에 오기 몇 달전 암진단을 받으셨고, 수술이 성공적이었단 말을 들었다. 병원에 가서 만난 이모의 모습도 좋아보였다. 그래서 별 걱정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부고를 전달받았다. 처음엔 잠결에 잘못봤다고 생각했는데 보고 또 다시 봐도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제서야 사실이라는 것이 조금씩 내 머릿속에서 굳어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다행인 것은 오늘이 돌아가는 날이라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이 산란스러운 채로 되도록이면 표나지 않게 다니려 노력했는데 이곳에 오니 괜히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어느샌가 주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건 하나 뿐이다. 하늘로 가신 이모가 이젠 편안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난 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에서 온전히 개인의 몫이지만 결코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한 다리 건너인 내가 아무리 슬퍼한들 그 가족들과 같을 순 없다. 병원에 넋놓고 앉아있는 사촌 언니를 보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힘든 시간이었을텐데 함께 있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늘 함께하진 못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을 땐 꼭 함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저 한 공간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나도 경험했으니까 말이다.


성당 내에 루터파를 상징하는 마틴 루터와 필립 멜란톤의 조각상이 있다는데 그 조각상을 찬찬히 살펴볼 만큼의 정신은 없었나보다. 그나마 하나 남기긴 했는데 누구인지 모르겠다. 마틴 루터인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필립 멜란톤이라 생각하련다.

<성당입구 조각>

이 눈은 어디를, 누구를 보고 있을까? 성당벽에 새겨진 조각인데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가 내 깊은 내면까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늘에서 잘 살고 있는지 바라보고 눈인가?

<대성당에서 바라 본 원로원 광장>

헬싱키 대성당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원로원 광장이다. 원로원 광장은 1800년대 초반 전쟁으로 이곳이 초토화된 뒤 재건을 위한 거대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이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그 때 새롭게 지어진 것이다. 스웨덴과 러시아, 두 고래의 싸움에 새우였던 핀란드의 등이 터진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지게 재건되었으니 어느 정도는 보상받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 역사와 견주어 생각해보니 보상받았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에휴~ 복잡한 역사이야기는 접어둘란다. 여튼 이 원로원 광장은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독일인 건축가 칼 엥겔에서 시켜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만들었다. 칼 엥겔이 없었다면 이곳도 없었겠지? 너무나 많은 곳에 그의 숨결이 숨어 있다. 대성당을 제외한 삼면이 노란 건출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왼쪽으로 부터 시청사, 정부종합청사, 헬싱키 국립대학이다. 물론 이곳들도 칼 엥겔이 설계하고 만들었다. 바닥까지 세심하게 4만개의 화강암을 이용했단다. 재미있는건 시청사가 원래는 호텔로 지어진 곳인데 1930년대 부터 시청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둘레의 모든 건물을 짓는데 자그마치 20년의 공이 들었다.

<정부종합청사>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

알렉산드르 2세가 이렇게 넓은 광장을 만들게 한데는 이유가 있겠지. 그냥 알렉산드르 2세의 조각상을 보면서 나름대로 예측해본다.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신도 그런 강압성은 어느정도 물려받았나 보다. 그 나름대로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뒤떨어진 러시아를 발전시키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한 듯하다. 물론 그 노력은 원하는 만큼의 결실을 주진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도 절대군주로, 개혁가로 러시아라는 대국을 이끌어 간 그는 그냥 잊혀질 수만은 없는 인물인 것 같다. 특히 엄청난 자원의 땅인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버리는 최악의 사업도 그의 시대에 일어난 일이라 하니 좋은 기억이든, 좋지 않은 기억이든 길이길이 남을 것 같다. 알래스카 매매는 영국이 알래스카를 강제 점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팔아넘겼다는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격이 됐다.
핀란드가 제 땅을 찾은 후 이 조각상을 없애려 했으나 역사의 표본으로 삼고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어찌됐건 지금은 주변과 썩 어울리는 조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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